2008년 7월 17일, YTN 주주총회는 MB 캠프 대선특보였던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날치기 임명합니다. 노조의 출근 저지와 해직사태, 그리고 노조간부 체포와 구속의 와중에도 버티던 구본홍 사장은 2009년 8월 3일 사퇴합니다.

갑작스런 사퇴여서 청와대의 경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지만 겉으로는 자진 사퇴였습니다. 그러나 정권 차원의 YTN 사장 교체 논의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기록 중 ‘내사 진행 사항’이라는 제목의 파일입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건 1팀이 담당한 사건들의 진행사항을 모아놓은 이 파일 맨 아래 YTN 등 방송사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항목이 보입니다. 담당자는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원충연 조사관입니다. 총리실이 독립이 생명인 언론사의 임원진 교체 방향을 거론한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 사안을 BH 즉, 청와대 하명 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개입을 확인해 줍니다.

보고 시점이 2009년 7월 27일이라는 점도 주목됩니다. 이때는 YTN 구본홍 사장이 실제로 사퇴하기 일주일 전으로 당시 사퇴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노사 합의를 통해 노사관계가 안정을 찾아가던 시기였고, 구 사장 스스로 대규모 승진인사와 보직인사를 공언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구본홍 사장은 7월 31일 승진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교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전혀 몰랐다는 뜻이 됩니다.

[김도원 YTN기자]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청와대 지시에 의해 총리실에서 (사찰을) 진행했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고... 그 당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려 나갔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방으로 쫓겨나고 현직으로 밀려나고...”

이명박 정부는 구본홍 사장 사퇴과정에 관여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도 개입합니다. 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찰 문건은 그 내용이 더욱 충격적입니다.

구본홍 사장 사퇴 이후 YTN 사장 직무대행이 된 배석규 당시 전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라는 제목으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점검 1팀이 2009년 9월 3일에 작성한 문건입니다.

사찰 문건은 배석규 전무가 사장 직무 대행이 된지 한 달 만에 노조의 경영개입을 차단하고 좌편향 방송에 대한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배석규씨가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보도국장 직선제 폐지와 보도국장 교체, 돌발 영상 피디와 앵커진 대폭 교체를 개혁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노조가 배석규씨에 대해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자 주동자를 징계했다는 내용, 해직자들의 회사 출입을 금지시켰다는 내용도 세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문건에 담긴 내용들은 실제 YTN에서 일어난 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배석규씨는 사장 직무 대행이 된지 일주일만에 보도국장 투표 제도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보도국장을 교체했습니다. 동시에 돌발영상 피디를 대기발령 냄으로써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던 돌발영상을 사실상 고사시켰습니다.

노조에 대한 탄압도 노골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노조가 배석규씨에 대해 불신임 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표하자 노조 간부들을 징계했고 해직사태 이후 1년 가까이 아무 문제없이 회사출입을 하던 해직자들을 용역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막았습니다.

사장 직무대행이 되고 한 달 동안 일어난 일들이었고 YTN 노조는 배석규씨가 정권과 코드를 맞춰 사장이 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총리실이 작성한 사찰 문건은 이러한 노조의 판단이 옳았음을 보여줍니다. 문건은 배석규씨를 현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아는 언론사 사장에 대해 충성심까지 평가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배석규씨를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구체적인 조치를 건의하기도 합니다. 청와대를 향한 건의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로 배석규씨는 한 달 뒤 정식 사장에 선입됩니다. 결국 이 문건은 정부가 직접 YTN 사장의 지위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언론사 사장의 조건을 충성심으로 판단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송태엽 YTN기자]
“최근에 대통령도 그런 말을 한 적 있죠. 언론사 내부 문제 아니겠느냐, 파업이라는 것은... 그런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이번 (사찰) 문건을 통해 드러난 것 아니겠습니까? 대통령이 책임지셔야 될 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문건에는 YTN 노조 간부들의 형사 소송에 총리실 또는 청와대가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대목도 등장합니다. 문건 작성 시점은 1심 판결 이틀 뒤로 실형이 아니라 벌금형에 그친 1심 판결과 관련해 검찰에 항소를 건의했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2심에서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이밖에 YTN 사찰 문건은 정부가 언론을 색깔론으로 재단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건 곳곳에 좌편향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합법 파업이어서 검찰이 기소도 못한 YTN 파업을 불법 파업이라며 노조에 적대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
“언론사를 사찰한 정권, 그에 부역한 일부 가짜 언론인들, 이들에 의해 짓밟힌 YTN의 꿈과 희망. 치가 떨리고 울분을 가눌 길이 없다.”

YTN 사태 당시 대통령 측근이자 실세로 분류됐던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은 YTN은 주주들이 공기업일 뿐 엄연한 민간 기업이어서 정부가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언론 탄압의 증거를 대보라고까지 했습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 위원장도 언론 장악 지적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해 왔습니다.

@ 기자회견 영상

[최시중 /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언론인으로서의 기자도를 지키기 위해서 평생을 노력해 온 저에게 그 같은 비난은 참기 힘든 모욕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YTN 사찰 문건은 이명박 정부의 거짓과 위선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검찰이 민간인 사찰 사건 수사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