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완벽한’ 방법

2011년 12월 26일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 예비경선이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검찰은 이 예비경선 현장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12월 26일 오후 5시부터 5시 10분 사이 금품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서울교육문화회관을 관할하는 휴대전화 기지국을 통해 해당 시간에 착발신된 모든 통화내역을 압수수색했다. 해당자는 모두 659명. 검찰은 이 번호들의 가입자와 주민번호, 주소 등을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제공 받았다. 영장은 필요 없었다. 이후 이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2015030302_01

이 과정에서 당시 경선 현장을 취재하던 인터넷 언론사 ‘참세상’의 기자 김용욱 씨의 정보도 검찰에 넘어갔다. 그리고 당시 김 기자와 통화를 했던 취재원의 개인정보도 검찰에 제공됐다. 검찰의 목적이 김 기자의 취재원을 밝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김 기자가 어떤 취재원과 연결이 돼 있는지 검찰은 알게 된 셈이다. 김용욱 기자는 의도하지 않게 취재원을 보호하지 못하게 됐다. 김 기자는 “국가가 개인이 내밀하게 비밀로 지켜야 할 것을 들춰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겨 불안했다”며 “무차별로 몇 백 명씩 기지국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 이동통신사는 수사기관 흥신소?

개인정보 제공 근거 ‘애매모호’

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③ 전기통신사업자는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등을 위해..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이 조항은 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법적 의무사항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는 아무런 기준 없이 수사기관이 요청만 하면 관행적으로 고객정보를 제공해 왔다. 이동통신사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영장없이 수사에 협조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협조를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혐의없음’으로 판명나도 수사기관에 개인정보 남아

그렇다면 수사가 끝난 뒤 혐의가 없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는 어떻게 처리될까. 경찰 범죄수사규칙에는 통신자료 폐기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경찰청 수사지원계 윤영준 경위는 “폐기부분에 관해서는 따로 규정이 없다”며 “무혐의자라도 불기소의견으로 사건 수사자료는 검찰로 송치된다”고 밝혔다.

검찰 보존사무규칙에도 무혐의자의 통신자료 폐기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허종명 계장은 “기본적으로 수사에 필요해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해 받은 것은 다 해당 수사기록에 편철된다”고 말했다. 결국 혐의가 있든 없든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누적되고 관리되고 있다는 말이다.

개인정보 제공 여부, 이렇게 알 수 있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담긴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갔는지 여부는 이동통신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는 대리점이 아닌 직영점을 직접 방문한 고객에 한해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별 개인정보 제공 여부 확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SKT : 114고객센터 통해 “내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내역을 확인받고 싶다”고 확인서 발급 요청을 접수한 뒤, 통보가 오면 직영점에 방문해 수령.

KT, LGU+ : 직영점을 내방해 “내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내역을 확인받고 싶다”고 확인서 발급 요청을 접수한 뒤, 통보가 오면 직영점에 방문해 수령.

표현의 자유를 지향하고 있는 시민단체 오픈넷은 수사기관에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제공된 피해자들을 찾고 있다. 오픈넷은 피해자를 모아 이동통신사에 손해배상소송 등을 제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