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영난에다 팔려고 해도 구매자가 없어 캐나다의 애물단지 신세였던 정유회사 ‘하베스트 날(NARL)’. 2009년 석유공사가 사들여 운영자금을 쏟아붓다가 결국 5년 만에 되팔았는데, 손실액이 1조 7천억 원에 이른다.

2012년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다. 감사원은 당시 석유공사 부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강영원 사장은 “지식경제부에 보고하고 방침을 받아 처리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면했다.

그러나 3년 만에 감사원의 판단이 달라졌다. 감사원은 올해 초 강영원 사장이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면서 부실인수 책임의 정점에 강 전 사장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강 사장에게 보고를 받고 방침을 내렸다는 지식경제부에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석유공사는 정말 단독으로 수조 원의 계약을 집행한 것일까?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당시 지식경제부, 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 기관이다. 지도, 감독 부처와 산하 기관의 관행과 구조 상 지식경제부가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당시 지경부 수장이었던 최경환 장관은 하베스트 인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하베스트가 뭔지 날(NARL)이 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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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장관의 말은 사실일까?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은 하베스트 날 인수와 관련해 2009년 10월18일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처음에는 강 사장을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며칠 만에 “한 차례 만난 사실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최 장관은 또 만남을 시인한 뒤에도, 강 사장이 요청해서 만났을 뿐 자기가 부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가 강 사장을 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영원 전 사장은 최경환 장관을 얼마나 자주 만나서 어떤 지시를 받은 것일까?

뉴스타파 취재진은 현재 무역회사 대표로 있는 강영원 전 사장으로부터 직접 얘기를 듣기 위해 찾아갔지만 그는 취재진을 피했고, 직원들은 취재진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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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석유공사가 지식경제부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는 정황은 석유공사 내부문서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석유공사가 작성한 ‘Project Hermes 인수 추진계획’ 이라는 문서를 보면, ‘‘향후 조치계획’이란 제목으로, 하베스트와의 계약 체결과 공식발표 시각이 예정돼 있다. 특히 브리핑은 ‘지식경제부 차관’이 한다고 적혀 있다. 석유공사가 알아서 체결한 계약이고 장관은 관심도 없었다는 계약의 발표자로 어떻게 지경부 차관이 예정돼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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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확보한 석유공사의 또 다른 내부 문서를 보면, 강영원 사장은 2009년 10월18일 지식경제부로 불려가 최경환 장관을 만난 데 이어 20일 지식경제부를 다시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왜 이틀 만에 지식경제부를 다시 찾았을까? 그 날은 하베스트 인수 협상 타결 하루 전이었다. 때문에 지도.감독 부처로부터 최종 재가를 받으려 찾아간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계약 체결 직후에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석유공사가 아닌 지식경제부가 보도자료를 내고 브리핑도 지식경제부에서 직접 했다. 석유공사가 다 알아서 했다는 최경환 장관의 말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참여연대, 민변 등으로 구성된 ‘자원외교 진상규명 국민모임’은 석유공사 뒤에 최경환 장관이 있었다며 3월 안에 최 장관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볼 수 있는 몇 번의 정황이 있고, 또 하나는 인수가액 자체가 지경부에 보고하지 않고는 공사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런 정황이 있고, 지경부가 하베스트 인수에 대해서 본인들이 주체가 돼서 굉장히 실적으로 선전을 많이 했지 않습니까? 이런 여러 정황을 보면 분명히 지경부에서 지시를 하고 승인을 했을 것이다… 조수진 변호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하베스트 날’ 부실 인수로 인한 손실액은 1조 7천억 원.

1조 7천억 원은 단군 시대부터 지금까지 근 5천년 세월 동안 하루에 100만 원씩 매일 모은다 해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기에, 누구 책임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