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가 투자 반대… 석유공사 이사회 “지경부와 싸워야”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 논란과 관련해 “구체적인 투자 결정에 정부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말이 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과 석유공사 내부문서들을 보면, 지난 2011년 석유공사가 이라크 광구 2곳에 대한 투자를 추진했으나 지식경제부가 투자를 막았고,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 이사들이 ‘지식경제부와 싸워서라도 투자해야 한다’며 반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1년 쿠르드 정부는 한국석유공사에 유망 광구 2곳(쉐이칸, 아크리비젤)에 대한 7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고, 석유공사는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당시 석유공사 석유개발연구원은 쉐이칸 광구에 대해 ‘유망성이 큰 것으로 사료된다’고 분석했고, 아크리비젤 광구에 대해서도 ‘탐사에 대한 리스크가 낮으며 충분한 매장량이 기대돼 유망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지식경제부가 7억 달러 제공에 반대하면서 투자를 막은 사실이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

2012년 7월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2개 광구를 확보하는 교섭은 잘한 일”이라면서 광구 확보를 위해 “지경부와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그러나 석유공사 임원들은 지경부와 협의가 다 끝난 일이라고 보고했다. 석유공사 본부장은 이사들에게 “우리도 아쉽다. 아쉽지만 정부의 방침이 이렇다고 하니 방법이 없어서 원점에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1년 넘게 시간을 끌다 7억 달러 투자는 무산됐고, 광구 2곳에 대한 참여도 이뤄지지 못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그동안 자원외교는 공사들이 자체적으로 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에도 거짓말이 드러났다”면서 “좋은 광구들을 석유공사와 현장 전문가들이 사고 싶었는데도 지경부 반대로 무산된 사실이 이사회 회의록과 현장 증언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번 해외시찰에서도 한국석유공사 이라크사무소 업무보고 때 석유공사 현지 처장이 쉐이칸 광구와 아크리비젤 광구 2곳은 “기술자로서 굉장히 갖고 싶은 광구였다”면서 아쉬워했다고 밝혔다.

자원외교 실패의 상징인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최경환 장관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이라크 광구 개발까지 지식경제부가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