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업만 배 불리는 달콤한 유혹 ‘계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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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대학 가려고 (회사) 간 거 맞잖아.”
“너는 뭐라고 했어?”

지난 3월 31일, 세종대학교 본관 앞. 앳된 얼굴의 학생 10여 명이 벤치에 둘러 앉아 “어떻게 학교(세종대)를 오게 됐느냐”며 서로 묻는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서둘러 대화를 끝내는 학생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세종대 향장뷰티산업학과 신입생들이다.

이날은 교육부가 세종대에 ‘계약학과 실태조사’를 나간 날이다. 세종대 향장뷰티산업학과는 지난해 개설된 미용관련 계약학과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월, 이 학과 학과장과 미용학원 원장 등이 조직적으로 연계해 학생들을 부정입학시켰다며 이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어 교육부가 진상파악을 위해 조사에 나선 것이다.

400만 원 짜리 대입 티켓 … ‘계약학과’

계약학과는 산업체가 대학에 소속 ‘직원’들의 ‘재교육’을 의뢰하면 대학과 산업체가 계약을 맺고 총장 승인을 받아 개설하는 학과다. 기업 직원을 재교육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등록금의 50% 이상을 기업이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대학은 ‘산학협력 활성화’,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이라는 명분으로 계약학과 학생들을 ‘정원 외’로 선발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계약학과를 개설하면 등록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계약학과에 입학해 일과 학업을 병행한 학생들은 졸업하면 일반 학생과 똑같은 ‘정규학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도에 직장에서 퇴사하면 제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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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직원 재교육이라는 계약학과의 애초 취지와 달리 세종대 계약학과에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들이 상당수다. 세종대의 계약학과인 향장뷰티산업학과 2015년 신입생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대부분 19살, 20살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미용학원에서 직장을 알선해 줘서 대학에 입학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계약학과에 입학한 것이 아니라 대학진학을 위해 취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알선 학원은 학생들에게 계약학과를 ‘무시험’ 입학전형으로 소개했고, 입학을 보장한다고 홍보했다. 취재진이 이 미용학원에 방문해 상담을 받아봤다. 수험생을 가장한 취재진에게 미용학원 부원장은 “세종대 학과장과 친하다”며 이 학원 출신은 시험 없이 입학이 가능하다고도 설명했다. 대신 학원은 취업을 위한 자격을 갖추라고 요구했다. 수강료가 300~500만 원에 이르는 학원수업을 수강하라는 뜻이었다.

휴지통에서 발견한 계약학과 입학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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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학과로 학생들을 유치한 세종대 측은 “학교가 잘못된 걸 알고 승인해줬을 리는 없다, (제대로 된 직장인인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교육부 실태조사 당일 취재진은 세종대 향장뷰티산업학과 건물 휴지통에서 학생들의 찢어진 입학 서류를 발견했다. 찢어진 서류를 짜맞춰 보니 모두 4명의 4대 보험 납입증명서와 1명의 재직증명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2명은 나이가 19살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면서 계약학과로 입학한 셈이다. 다른 3명은 모두 입학 원서 마감 직전에 회사에 취직한 것으로 나와있었다. 이 가운데 1명은 입학 필수 요건인 4대 보험에 미가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실태조사 당일 세종대 휴지통에 왜 입학서류가 버려져 있었을까.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에서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담당자는 “입학서류는 입시 부정과 관련이 있어 몇 년 간은 보관하게 돼 있을 정도로 제일 중요한 문서”라고 말했다. 세종대 측에 입학서류를 급하게 없앤 이유에 대해 문의했지만, 해명은 들을 수 없었고 “휴지통에 있는 문서라도 함부로 가져가면 안 된다”는 충고만 들을 수 있었다.

달콤한 ‘무시험 전형’, 4년 간 족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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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환경조경학과도 2012년부터 조경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계약학과를 만들어 정원 외로 학생들을 유치했다. 취재진은 이 계약학과의 2012년, 2013년 신입생 명단을 확보해 확인해 봤다. 30명의 학생들 가운데 5명이 환경조경학과 출신 동문들의 회사 두 곳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곳은 플라워샵으로 직원 2명을 상명대 계약학과로 보냈다. 플라워샵 대표 A씨는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출신이자 현재 한 전문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A씨는 “학생들을 (4년제) 대학에 보내기 위해 취업시켰다”고 털어놨다. A씨는 자신의 전문학교 제자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플라워샵에 취업시킨 후 이들을 상명대에 계약학과로 입학시켰다. A씨는 올해도 3명의 제자를 이런 방식으로 상명대에 보냈다.

이 학생들이 플라워샵에서 받는 임금은 월 60만 원.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기업이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는 등록금 50%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일의 특성상 목돈을 지급하기 어려워 10만원, 50만원씩 등록금을 보태줬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플라워샵에 있었던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거나, 행사장 출장 꽃장식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아무나 계약학과에 보내주는 건 아니다. 제자들 중 이쁘고 똑똑한 학생들을 뽑아 취업시켜주고 계약학과도 보내준다”고 말했다. A씨는 “(4년제) 대학에 못 가는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명의 계약학과 학생들이 일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조경회사의 대표는 아예 계약학과에 입학할 학생들만 받았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출신이다. 이 대표는 “계약학과 가고 싶다고 학생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온다. 우리 회사는 월급을 안 줘도 온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일을 한 학생들은 월 70만 원을 받았다.

앞에서 언급한 세종대 계약학과의 경우 지난해 입학한 신입생 16명 가운데 3명은 결국 학교를 자퇴했다. 한 학생의 증언이다.

돈도 안 받고 허드렛일하고 빨래 돌리고 빨래 널고.등록금도 나중에 저희더러 내라고…

이처럼 직장인의 재교육을 위한 계약학과를 대입의 지름길 정도로 생각하고 입학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계약학과를 운영하다 최근 학생모집을 중단한 경기도의 한 대학 교수는 “계약학과는 대학과 업체에 유리하게 돼 있다. 학위를 따려고 업체에 부탁해 취업한 학생들은 돈을 적게 받아도 회사를 그만두지 못 한다. 퇴사와 동시에 제적되기 때문에 일종의 갑을관계가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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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상명대 계약학과 학생들 가운데는 아버지 회사나 친척 회사에 취업하고 입학 자격을 갖춘 사람도 3명이 있었다. 취재진은 이들 학생 3명이 다니는 회사를 찾아가고 여러차례 전화를 해봤지만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규정 상 회사 대표는 계약학과 입학자격이 없지만 2012년 상명대 계약학과에는 조경 회사 대표 2명이 계약학과에 입학하고 이후 학위를 받았다.

대학인 듯, 대학 아닌, 대학 같은

이렇게 학생들을 받은 계약학과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세종대 향장뷰티산업학과를 찾아가 봤다. 홈페이지에도 학내 안내판에도 이 학과 주소는 나와있지 않았다. 경비원도 위치를 몰랐다. 학과 사무실에 전화해 위치를 물었더니 알려줄 수 없다는 황당한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향장뷰티산업학과는 학교 담장 건너 한 주택에 있었다. 이 주택과 학교는 위태로운 철제 간이 계단으로 연결돼 있었다. 주택을 급하게 개조해 학과 건물로 만든 모습이다. 강의실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학과 조교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계약학과인 향장뷰티산업학과는 1인 당 한 학기에 36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받는다. 한 해 입학생이 27명. 세종대는 3억 8천만 원의 등록금을 정원 외로 벌었다. 하지만 세종대는 향장뷰티산업학과에 전임교수를 한 명도 뽑지 않았다. 학과장은 초빙교수인 미용업계 관계자가 맡았고 수업은 대부분 시간강사가 진행했다.

상명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상명대 환경조경학과에서 계약학과 조교를 했던 김00 씨는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계약학과 입학) 면접은 왜 보나 싶을 정도로 그냥 말로만 면접이지 솔직히 그냥 다 뽑아 놓고 명목 상 하는 형식 상 하는 그런 면접이었어요. 수업도 제대로 안 하고 시험도 시험 문제 다 가르쳐주고. 대학교도 결국 장사치라는 생각이 들었고, 말만 교육한다는 것이지 학생들 등골 빼 먹는 거 같다고 생각했고…

▲ 세종대 향장뷰티학과
▲ 세종대 향장뷰티학과

이명박 정부의 계약학과 자율화...그 후

현재 계약학과는 2014년 기준, 134개 대학 542개 학과에서 운영 중이다. 계약학과의 종류도 경영학과, 조경학과, 미용학과 등 다양하다. 재학생 수는 2008년 6000명에서 2014년 1만 3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들을 통해 대학이 추가로 벌어들인 등록금 수입은 연간 500억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2003년 처음 생긴 계약학과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완전히 자율화 됐다. 대학이 추가로 전임교원이나 강의실, 교육 용지 등을 확보하지 않아도 계약학과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기업에는 계약학과에 들어가는 비용을 R&D 비용으로 보고, 2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세금혜택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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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기업이 등록금은 제대로 냈는지, 실제 재직자는 맞는 지에 대한 관리 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대학이 자체 점검하도록 관리 감독 역시 대학 자율에 맡겼다. 그 사이 계약학과를 편법적인 대입 통로로 활용하는 곳이 속속 생겨났다.

교육부는 최근 경찰이 세종대를 조사한 후 뒤늦게 계약학과 실태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대학과 계약을 맺은 업체들은 실태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조사권한이 없다는 이유다. 교육부 취업창업교육지원과 조진행 주무관은 “교육부가 조사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계약학과 운영규정에 재직기간을 명시하거나 입학서류 제출시 원천징수영수증을 제출하게 하는 등 실제 직장인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