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_head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완구 국무총리,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에 대한 질의가 쏟아지자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저에게) 3천만 원을 줄 정도라면 후원금이라도 줬어야 한다. 후원금을 안 받았다는 것은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다른 동료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다 받았으며 제가 공개할 수 있다. 선관위에 가면 알 수 있다.”

이 말이 사실일까요? 뉴스타파는 선관위가 공개한 10년 치 국회의원 후원금 목록에서 성완종 전 회장이 연간 300만원이 넘는 고액 정치 후원금을 낸 적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선관위는 한 의원에게 연간 300만 원이 넘는 정치 후원금을 내는 경우에만 기부자 이름 등 인적사항을 공개합니다. 2008년 이전에는 기준이 120만 원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즉, 성 전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정치 후원금 제도라는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서는 공개적인 후원금을 낸 적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완구 총리의 거짓말은 한 두 번이 아니어서 별로 놀랄 일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일국의 총리인만큼 최대한 선의를 베풀어 거짓말이 아닐 가능성을 더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성 전 회장이 본인 명의가 아니고 회사 임원들의 이름을 빌려 후원을 하지는 않았을까요? 뉴스타파는 다시 선관위가 공개한 10년 치 후원금 목록에서 성 전 회장이 이끌던 경남기업과 대아레저산업, 두 회사의 등기부 등본에 나온 등기 이사들의 이름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table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경남기업과 대아레저산업의 등기 이사들은 모두 8번에 걸쳐 3천 4백만 원의 정치 후원금을 냈습니다. 이 가운데 5건, 2천 2백만 원은 모두 성완종 전 회장에게 낸 후원금으로 확인됐습니다. 회사의 이사들이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회장님에게 한사람당 적게는 4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의 후원금을 낸 것이지요. (이들이 정말로 이 돈을 개인적으로 낸 것인지, 아니면 회사 돈으로 낸 것인지, 그도 아니면 성완종 전 회장이 이들의 이름을 빌려 “셀프 후원”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3건은 사외 이사들이 낸 후원금입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성완종 전 회장이 정치 후원금을 숨기기 위해 사외 이사들의 이름을 빌렸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임좌순 이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출신, 전형수 이사는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의 유력 인사들로 성 전 회장이 사외 이사로 ‘모셔온’ 분들이었을 것입니다. 이들이 성 전 회장의 정치 후원금을 숨기기 위해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3건의 후원금은 성 전 회장과는 무관한 후원금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더군다나 이 가운데 두 건의 후원을 받은 이강래 전 의원은 19대때 낙선했고, 이훈규 한나라당 아산시 국회의원 후보 역시 낙선했습니다. 즉, 이완구 총리가 “동료 의원”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자, 그러면 “동료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성완종 전 회장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이완구 총리의 발언은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공개된 정보를 근거로 한 것이라면 방금 보여드린 것처럼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완구 총리가 등기 이사들 외 다른 임직원들의 후원금을 말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완구 총리는 등기 이사도 아닌 사기업의 임직원 명단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밝혀야 합니다. 이완구 총리를 거짓말으로부터 구해줄 마지막 경우의 수는, 이총리가 300만 원 이하의 소액 후원금을 언급했을 경우입니다. 그러나 선관위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소액 정치후원금과 관련된 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여서 영장이 없으면 열람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완구 총리가 이같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총리로서의 직위를 이용했다면 직권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 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