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2015년 04월 22일 16시 28분

세월호 1주기(라고 부르기도 어색한)가 훌쩍 지나버렸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세월호 참사지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희생자들도 유가족들도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 존재했을 뿐이다.

평범한 일상을 빼앗겨 버린 유가족들은 지난 1년 간을 ‘비일상’ 속에 내던저져 있었다. 생업을 멀리한 지 오래고 거리에서 잠을 드는 일도 다반사였다. 사람들 앞에 수줍게 섰던 모습은 사라지고, 마이크를 잡은 목소리는 날카롭다.

하지만 그게 유가족들이 원했던 자신들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유가족들이야 말로 과거 그 평범했던 일상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일상의 소소한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굳건하게 붙잡고, 그 일상 속에 잠시라도 다시 들어가려 몸부림 치고 있는 것, 그게 현재 유가족들의 심정이 아닐까?

호성이는 자기가 아플 때 엄마도 감기 기운이 있으면 그래요 “엄마하고 나하고는 연결되어 있잖아. 그래서 아픈 거야.”

그러나 그 일상은 이미 사라졌다. 복원할 수도 없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는 없고 빈 방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이 참혹한 현실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 결코 과거의 그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며, 결국 언젠가는 현재의 ‘비일상’을 ‘일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유가족들 역시 모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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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러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어야 한다. 너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너의 희생으로 세상이 좀 더 안전한 세상으로 바뀌었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승희한테 엄마 진짜 열심히 했다고, 네가 헛되이 간 것만은 아니라고 말할 날이 오겠죠. 아,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2학년 3반 신승희 학생의 어머니 전민주 씨

부모라면, 아니 부모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이것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비록 아이가 떠나는 그 시점엔 최선을 다하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란 건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 유가족들을 지난 1년 여 간 ‘시위꾼’처럼 취급했던 경찰은 1주기였던 4월 16일 역시 경찰버스와 방패 속에 유가족들을 가뒀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과 격리시키고 물대포와 최루액을 난사했다. 추모와 위로는커녕 비일상의 공간으로 꾸역꾸역 유가족들을 또 다시 몰아넣은 것이다.

심지어는 집회 해산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방송을 했다고 한다.

(행진을 멈추고) 이제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세요.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언뜻 섬뜩한 느낌마저 드는 이 말을 경찰이 악의적으로 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실제로 이 말은 경찰이 집회 해산을 요구하며 일상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마 별 생각 없이 관성적으로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말 자체를 꼬투리 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 생각 없이 한 말이라면, 부디 한번쯤은 생각을 해 보길 권한다. 집에 돌아가 아이가 없는 텅 빈 방을 바라보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러면 유가족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않는 게 아니라, 너무나도 간절히 돌아가고 싶어서 광장에 서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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