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연행된 세월호 추모 집회 참여자들에 대해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 ‘정부를 전복하려는 것이냐’ 등 혐의와 관련이 없는 ‘사상 검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연행자들에게 ‘통합진보당 당원인가’, ‘NL계열인가 PD계열인가’ 등 사건과 무관한 부적절한 질문도 한 것으로 확인했다.

지난 4월 18일, 세월호 추모 집회를 차벽으로 봉쇄하고 물대포로 진압한 경찰은 100명을 현장에서 연행했다. 연행된 사람 가운데는 21명의 유가족과 6명의 고교생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고교생 6명을 제외한 94명을 전원 입건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5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2명이 구속됐다.

뉴스타파는 구속된 연행자를 면회해 당시 상황을 듣고, 불구속으로 풀려난 시민들을 수소문해 만나서 조사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들어봤다.

1. “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한 것 아닙니까”

▲ 경찰은 세월호 집회 연행자에게 “헌법을 존중하느냐”는 등 국가관을 묻는 사상 검증을 했다.
▲ 경찰은 세월호 집회 연행자에게 “헌법을 존중하느냐”는 등 국가관을 묻는 사상 검증을 했다.

● 이름 : 권00 (63년생) ● 직업 : 일용직 근로자 ● 연행 일시, 장소 : 4월 18일. 20시 10분경 종로구 세종로 76-14 ● 연행 사유 : 일반교통 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 연행 상황 : 당시 경찰이 집회참여자에게 물대포를 쏘는 상황에서 시위대의 가장 맨 앞줄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참여자들이 물대포를 쏘는 행위에 항의했고 권 씨도 이에 동참해 경찰을 향해 소리치며 항의했다. ● 구속 여부 : 강남경찰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중이다. ● 조사 과정 :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당시, 경찰은 권 씨에게 세월호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물었고 권 씨는 “대한민국 국민이다”고 답했다. 그러자 경찰은 “대한민국 헌법을 존중합니까?”, “세월호 집회가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조사에 필요해서 질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씨의 구속영장청구서에는 당시 집회를 ‘세월호 추모 성격이 아닌 정권퇴진 운동으로 변질된 것’, ‘최근 세월초 추모 집회를 빙자한 정권퇴진 운동의 불법집회’라고 표현하고 있다.

2. “NL입니까? PD입니까?”

▲ 홍승희 씨는 연행된 뒤 경찰이 나눠준 공통질문지를 메모했다. “통합진보당이냐, 민주노총이냐”라는 식의 혐의 사실과 관계없는 질문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 홍승희 씨는 연행된 뒤 경찰이 나눠준 공통질문지를 메모했다. “통합진보당이냐, 민주노총이냐”라는 식의 혐의 사실과 관계없는 질문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 이름 : 홍승희(90년생) ● 직업 : 프리랜서 ● 연행 일시, 장소 : 4월 18일. 20시경 종로3가 81-1 ● 연행 사유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 연행 상황 : 경찰병력이 집회참가자들을 에워싸 사방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최루액을 쏘며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홍 씨는 경찰 대열에 휩쓸려 들어갔다가 연행됐다. ● 조사 과정 : 서초경찰서는 홍 씨를 비롯한 연행자들에게 공통 질문지를 나눠주고, 질문지에 기초해 조사했다. 홍 씨는 경찰서에서 이 공통질문지 내용을 메모했다. 질문지에는 “민주노총 소속인가”, “통합진보당 당원인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가”라고 적혀 있었다. 또 “NL계열인가 PD계열인가”, “상습시위꾼으로 보이는데 맞는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3. “평생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 교육학과에 다니는 장세현 씨는 경찰에 연행된 뒤 계속 집회에 참여하다 잡히면 “임용고시에서 평생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성 경고를 들었다.
▲ 교육학과에 다니는 장세현 씨는 경찰에 연행된 뒤 계속 집회에 참여하다 잡히면 “임용고시에서 평생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성 경고를 들었다.

● 이름 : 장세현(96년생) ● 직업 : 국민대 교육학과 1학년생 ● 연행 일시, 장소 : 4월 18일, 20시 20분경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 ● 연행 사유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 방해 ● 연행 상황 : 차벽에 둘러싸여 있던 장 씨를 비롯한 집회참여자들은 차벽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게 됐다. 경찰은 집회참여자들에게 캡사이씬을 뿌렸고 장 씨를 비롯한 시민들은 팔을 걸고 인간띠를 만들며 버티고 있었다. 경찰은 인간띠를 이은 사람들을 차례로 연행했다. 장 씨는 이때 머리채가 잡힌 채 연행됐다. ● 조사 과정 : 동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장씨에게 경찰은 혐의사실과 전혀 관계가 없는 훼손된 버스사진을 보여주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수차례 물었다. 장 씨는 경찰이 차벽을 설치해 빌미를 제공했고, 버스를 훼손한 시민도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질문이 반복적으로 계속되자 장씨는 시민들이 잘못했다는 쪽으로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교육학과 학생인 장씨에게 범죄이력이 남게 되면 “임용고시를 볼 때 평생 불이익 당한다”며 경고했다. 장씨는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4. “집회 참여자는 사회악”

▲ 오랫동안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지난해 말 귀국한 신정호 씨는 세월호 집회에서 차벽과 최루액 등을 보고 “말도 안되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 오랫동안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지난해 말 귀국한 신정호 씨는 세월호 집회에서 차벽과 최루액 등을 보고 “말도 안되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 이름 : 신정호(95년생) ● 직업 : 입시준비생 ● 연행 일시, 장소 : 4월 18일, 19시 40분경 광화문 북측 앞 대로 ● 연행 사유 : 경찰폭행, 특수공무집행방해 ● 연행 상황 : 당시 광화문 북측은 3차에 걸쳐 경찰차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집회참가자들에 의해 2차 차벽이 열리면서 약 100여명이 2차와 3차 차벽 사이에 고립됐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의 충돌이 계속되던 중, 한 노인이 경찰의 방패에 가격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신씨는 해당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았고 이 과정에서 현장 연행됐다고 말했다. ● 구속 여부 : 성동경찰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 특이사항 :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캐나다에서 유학생활하던 신씨는 지난해 12월 말,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입학 준비를 해왔다. 세월호 1주기였던 지난 16일 첫 집회 참석 후 연행된 18일 집회는 생애 두 번째 집회였다. 연행 과정에서 경찰이 머리와 얼굴 및 팔, 복부 등을 가격해 3주간 치료가 요하다는 진단으로 현재 병원 치료 중이다. 성동경찰서는 신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검사는 신 씨를 포함한 당시 시위 참여자에 대해 ‘사회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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