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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문인식 모듈은 현재 애플과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 세계 안드로이드 기기의 95%에 탑재돼 있습니다.

지난 4월 30일 YTN 보도 중 일부입니다. YTN이 국내 유명 중소기업의 지문인식 모듈의 우수성을 설명하면서 한 표현인데요, 애플의 운영체제는 iOS인데 굳이 언급한 자체가 이상하고, 삼성전자를 제외한다는 전제도 95%라는 표현을 하기 위한 장치인 것 같아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죠. 이 보도에서 진짜 이상한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 '나노 산업'...전략적 지원 나선다>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나노 산업 육성전략을 소개한 이 기사의 뒷부분입니다.

지난 2013년 세계 나노제품 시장규모는 천조 원으로, 매년 4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나노기술 산업화 전략을 통해 우리나라는 2020년에 세계 나노 시장의 2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나노기술개발촉진법 2조 1항에 따르면 나노기술이란 1.물질을 나노미터 크기의 범주에서 조작ㆍ분석하고 이를 제어함으로써 새롭거나 개선된 물리적ㆍ화학적ㆍ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소재ㆍ소자 또는 시스템 (이하 "소재등"이라고 합니다)을 만들어 내는 과학기술 2.소재 등을 나노미터 크기의 범주에서 미세하게 가공하는 과학기술 이다.

이 두 문장만으로 해석해보자면 2013년 천조 원이었던 세계 나노제품 시장 규모는 매년 40% 이상 성장해서 7년 뒤인 2020년에는 무려 1경 원이 되고(연 40% 성장률을 7년 동안 복리로 계산)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20%인 2천조 원의 시장을 차지한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GDP는 1조 4,495억 달러이니 대략 1,500조 원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대로 간다면 우리나라는 2020년경 나노 산업에서만 이보다 훨씬 많은 2천조 원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게 말이 되나요?

그래서 이런 기사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됐는지 살펴봤습니다. 예상대로 정부의 보도자료를 사실상 받아 쓴 것인데, 제대로 베껴 쓰지도 못한 것이더군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3개 정부부처는 지난달 30일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강조하신...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3년의 혁신으로 30년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나노기술을 국가 산업 전반의 혁신 및 신시장 창출의 동력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수립 전략"이라고 돼 있는 이 보도자료에는 YTN의 보도와 비슷한 대목이 나옵니다.

※ '13년 나노제품 시장이 1조 달러 규모를 넘어섰고, 높은 성장률(성장률 연 40%)이 지속되어 '20년 3조 달러 규모 도달 전망(Roco&Bainbridge)

YTN은 13년 1조 달러 시장규모, 성장률 연 40% 등은 그대로 베껴 썼지만, 뒷부분에 있는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3조 달러’가 될 것 이라는 대목은 기사에 넣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생긴 것이지요. 반면 KBS 등 다른 방송사들은 대부분 ‘2020년 시장규모가 3조 달러’라는 대목을 포함해 보도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YTN의 경우는 어차피 정부 보도자료를 베껴 쓰는 것이니 연 40% 성장률로 7년이 지나면 1조 달러가 10배로 커져 1경 달러가 될 것이라고 계산하는 시청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기사 작성 과정에서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러 언론사들이 별 생각 없이 받아 쓴 이 정부 보도자료 자체가 크게 믿을만한 사실들을 근거로 해서 작성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1.성장률 40%?

정부의 보도자료는 나노제품 시장에 대해 “성장률 연 40%가 지속되어”라고 했다가 2020년에는 3조 달러 규모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노 산업과 관련된 주요 보고서를 살펴보면 예상 성장률이 모두 제각각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나노융합 2020사업단장인 박종구 단장이 2014년 쓴 ‘나노소재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면 ‘나노소재 세계시장 규모는 2010년 17억 달러 규모를 넘어섰으며 5년 동안 연평균 10.4%의 시장 성장률을 보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2013년 1조 달러 규모를 넘어섰고 성장률 연 40%가 지속되어”라는 정부의 보도자료 내용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의 산업기술전략 등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주로 맡고 있는 <(주)기술과 가치>가 2011년 작성한 ‘나노융합 2020 신산업 발전전략 수립연구’라는 보고서에도 “세계 나노융합시장은 연평균 18% 성장해서 2020년 2.5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됨”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역시 정부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성장률 40%’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모두 어림짐작이니 그럴 수 있겠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고, 또 한 자릿수 성장률이 보통인 기존 제조업들과 비교하면 높은 성장 추세를 보이는 것은 맞으니 대충 넘어가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를 뒤집어 보자면 정부의 이번 보도자료에 나온 것처럼 나노제품 시장의 규모가 연 40% 성장을 지속해서 2020년 3조 달러의 규모로 성장한다는 것 또한 사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지요.

2.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노제품인가?

게다가 나노제품 시장규모라고 말할 때 과연 정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노제품 시장’인지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앞으로 몇 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나노제품 시장에는 반도체 등 전자제품이나 소재, 바이오산업 제품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나노 분말이나 소자가 제품 일부에 사용됐다면 정부는 그걸 ‘나노제품’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나노제품산업이 정부가 또 한편으로 중점 추진해온 부품소재산업 등 다른 중점 추진 전략산업들과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의 규모는 제한적인데 이름만 바꿔 이리저리 갖다 붙여서 파이, 즉 시장의 규모를 크게 보이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길이 없습니다.

3.나노융합산업 띄우기, 재탕 삼탕이다.

이번 정부의 보도자료와 이 자료를 베껴 쓴 주요 언론사들의 보도를 보면 나노융합산업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져 엄청난 부를 안겨줄 ‘도깨비 요술 방망이’처럼 묘사돼 있습니다. 하지만 나노융합산업은 이미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꾸준히 관련 보고서가 정부나 정부 유관기관으로부터 나왔던, 그러나 아직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분야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0년 지식경제부와 산업기술진흥원이 작성한 ‘산업융합원천 기술로드맵 보고서’의 핵심 내용도 나노융합에 관한 것이었고, 2011년 <(주)기술과 가치>의 ‘나노융합 2020 신산업 발전전략 수립연구’도 지식경제부 장관 보고용으로 작성됐습니다.

특히 이번 정부의 보도자료에 대표적인 나노융합기술 업체로 소개된, 그래서 YTN 기사에 인용된 지문인식 모듈 제조업체의 실적을 보면 우리나라 나노 산업의 현실이 과연 어떤 지를 명확히 볼 수 있습니다. 정부와 언론에서 대표적 나노융합산업의 선도 기업으로 소개된 이 기업의 이름은 크루셜텍입니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128억 5,189만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은 축소됐습니다만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0.7% 감소한 4,153억 7,526만 원이었습니다. 2013년 이후 연 40% 성장한다는 산업의 대표적 기업이 지난해 매출액 감소를 기록한 것입니다. 정부 보도자료에 나노융합산업의 대표적인 중소기업으로 소개된 기업이 이 정도라면 2020년 3조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시장 규모의 20%, 약 600조 원을 우리 기업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부의 보도자료를 훑어본 한 정부연구기관의 책임 연구원은 정부가 이런 식의 과장된 보도자료를 남발하는 이유에 대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차세대 성장동력, 부품소재, 녹색기술, 나노융합 등등이 모두 대통령과 정치권의 구호에 따라 이리저리 이름만 바꿔 달고 마치 새로운 것인 양, 대단한 것인 양 나오는 이유는 간단해요. 그래야 새로운 산업으로 포장해서 뭘 하는 것 같고, 그래야 예산을 딸 수가 있거든요. 그게 관료들이죠. 대통령과 정치권은 이런 R&D의 속사정을 제대로 알기가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집권 3년 차, 이제 대통령도 우리나라의 국정이 관료들에 의해 어떻게 요리되고 있는지는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