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2006년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억6500만 달러의 괴자금 거래 내역을 발견하고도 자금 출처와 성격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투기자본감시센터를 통해 확보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검찰 수사 기록에서 2006년 당시 대검 중수부 검찰 수사관이 주임검사에게 보낸 의문의 외환거래 내역 관련 수사보고서를 발견했다.

이 보고서에는 론스타 코리아 전 현직 임직원 5명의 외환거래 내역이 담겼다. 총 거래 규모는 1억 6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700억 원에 이른다. 수년간 누적된 이체 기록이긴 하지만 개인적 거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액이다.

이 문건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처조카인 이 모 씨가 론스타 펀드 투자 목적으로 1800만 달러를, 정 모 전 론스타 코리아 부사장이 개인 용도로 1600만 달러를 해외 송금했다고 기재돼 있다. 또 론스타코리아 직원 김 모 씨가 외국인 지분 투자 명목으로 9000만 달러, 무려 1000억 원을 한 외국 투자은행에 송금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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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 시중은행 자회사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 씨는 “자신은 전혀 모르는 돈이며, 이와 관련해 검찰이나 금융정보분석원 등으로부터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은 수사보고서에 ‘거액의 외환거래가 차명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금 출처에 대한 보강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수사했을까? 당시 대검 중수부는 론스타코리아 전 부사장 정 씨를 상대로 수차례 진술서를 받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검찰 신문조서에는 정 부사장이 송금한 것으로 돼 있는 1600만 달러에 대한 질문을 찾을 수 없었다. 수사보고서에 등장하는 다른 임직원에 대해서도 외환거래 내역을 조사한 기록은 없었다.

론스타를 담당했던 검사들에게 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물었지만 대부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겨우 연락이 닿은 당시 수사 검사 중 한 명은 “자신이 맡은 업무가 아니었다”고 말했고, 수사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수사팀 관계자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당시 수사 지휘라인에 있던 한 검찰 간부는 “외환거래 내역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조세회피처에서 자금 세탁한 돈은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유력 인사들이 외국인을 가장해 론스타에 투자했다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 의혹을 풀 수 있는 단서를 검찰이 확보하고도 수사를 흐지부지 했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되지 않는 해명이다.

론스타 직원들의 수상한 외환거래는 이 뿐만이 아니다. 검찰 수사자료를 보면 2004년 10월 론스타 코리아 직원 24명이 한 명 당 5000만 원 상당의 달러를 허드코인베스트먼트코리아라는 회사로 송금했다.

이 회사는 론스타가 임직원들에게 론스타 펀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버뮤다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그런데 당시 각각 4만4000달러를 투자한 전모씨와 이모씨는 론스타 직원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돈을 투자한 뒤 1년이 지난 2004년 론스타 코리아에 입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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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론스타 펀드의 한국 책임자였던 스티븐 리로부터 거액을 받은 직후 회사를 그만둔 직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5년 4월 국세청의 론스타 세무조사 당시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던 스티븐 리는 20일 뒤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리고 며칠 뒤 92만 달러, 우리 돈 10억 원 가량을 론스타 직원 유 모 씨에게 송금했다. 유 씨는 돈을 받고 일주일 뒤 론스타를 그만뒀다. 유 씨는 입사한 지 10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여직원이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이대순 변호사는 “이같은 의문의 괴자금이 고위 공무원이나 정권 실세의 뇌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은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론스타가 제소한 투자자 국가소송(ISD)에서 한국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