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의 첫 심리가 오는 15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소송을 준비하는 정부 책임자들이 과거 론스타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이어서 정부의 대응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돼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했다며 우리 정부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했다.

론스타 측은 또 외환은행 등에 투자했을 당시 인수, 경영 주체가 미국 본사가 아닌 자신들이 벨기에에 설립한 회사들이기 때문에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따라 세금 납부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국세청이 부과한 양도소득세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요구한 배상금은 46억 7,900억 달러, 한화로 5조 원이 넘는 걸로 알려졌다. 만약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 유출이 우려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론스타 사태 주역들... 현재는 론스타 대응 책임자들

정부는 지난 2012년 5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6개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론스타 분쟁 TF’팀을 구성했다. 현재 추경호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그런데 추 실장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에서 실무를 맡았던 은행제도과 과장이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길을 터 준 핵심 당국자 중 한 명인 것이다.

뉴스타파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주도한 몸통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검찰 공소장을 입수했다. 여기에는 당시 변 국장 밑에 있던 추 과장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할 수 있게 압력을 가한 내용 등 론스타를 도운 구체적인 정황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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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소장에는 당시 추 과장 밑에 있던 실무자가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부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보고를 수 차례 했다고 적혀 있다. 실무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의 불법적인 외환은행 인수를 묵인해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내용과 관련해 추 실장은 ISD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 실장 뿐만 아니라 ISD 대응 정부 TF팀에 기획재정부를 대표해 참여하고 있는 주형환 기재부 제 1차관도 론스타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 1차관
▲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 1차관

2003년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주 차관은 그 해 7월 15일 조선호텔에서 재경부 주도로 열린 이른바 ‘10인 비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추 실장도 함께 참석한 이 비밀회동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사실상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준 핵심 인물들이 현재 론스타에 맞서 소송을 준비하는 정부 책임자로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막대한 국민 세금이 걸린 소송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거기다 2003년 외환은행의 법률자문사로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으로 보여 외환은행 인수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냈던 법무법인 세종은 현재 ISD에서 론스타를 대리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세종이 외환은행에 전달한 의견 검토서
▲ 세종이 외환은행에 전달한 의견 검토서

ISD 관련 입 꾹 다문 정부... 누구를 위한 비밀주의?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핑계로 ISD와 관련해 일체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정부 TF팀이 그 동안 회의를 몇 번이나 했는지 등 기본적인 내용도 비밀로 감추고 있다.

법무부가 국회에 보고한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론스타 ISD 대비를 위해 배정된 예산은 지난해보다 무려 90%나 증가한 112억 3,400만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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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세금을 들여 ISD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작 국민들은 정부의 밀실행정 때문에 ISD가 열린다는 사실 외에 어떤 정보도 알 수가 없다. 정부가 과연 론스타를 상대로 ISD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