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 씨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강기훈 씨가 자살방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지 24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재심 권고 결정을 내린 지 8년 만이다.

유서대필 사건으로 인해 3년의 억울한 옥고를 치러야 했던 강 씨는 이날 선고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강 씨는 간암 투병으로 인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지난 2012년 8월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옥중 생활과 긴 법정 싸움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당시 그는 “(1990년대는) 검찰과 언론에 의해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돼버리던 시대였다”며 “검찰의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 끝나지 않는 유서대필 조작사건(201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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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서대필 사건을 수사했거나 지휘했던 검사들은 강 씨가 옥고와 투병으로 고통받는 동안 계속해서 승승장구해왔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기춘 씨는 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유서대필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강신욱 당시 강력부장은 대법관까지 지냈다. 유서대필 사건 담당 검사였던 곽상도 씨는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를 거쳐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앉아 있다.

※ 관련 기사 : 판, 검사들의 승승장구(2012.8.31)

대법원 선고 직후 ‘강기훈의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갖고 재심을 통해 사건 조작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반성이 없는 검찰을 비판했다. 이 모임의 집행위원장 김선택 씨는 “희생의 고통은 너무나 크고 길었지만, 거짓말 잔치의 주역들은 권력의 핵심에서 지금까지 단맛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이후에도 강기훈 씨의 명예 회복을 위해 출판물 발간과 학술대회 개최 등의 지원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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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선고 공판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담당해 사건 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이 입정(入廷)했다. 지난 8일 대법관 취임 이후 첫 공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