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경찰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영화 남영동에 나오는 이근안 경감 아시죠? 그 사람이 보안 경찰의 굴절된 삶을 산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각 시, 도의 지방경찰청마다 보안 수사대가 있는데, 이 조직은 사무실을 비밀리에 운영합니다. 그래서 남영동 분실 같은 사무실에서 비밀리에 간첩 수사를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보안 경찰을 간첩 날조 혐의로 고소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5월 8일 저는 중국 단둥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활동해온 오리무중의 한 인물 ‘김 씨'가 와 달라고 했습니다. 이 인물은 오리무중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2년 전에는 불쑥 취재진에게 나타나 ‘국정원이 유우성 씨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해 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좀 지나니 국정원이 위조 출입경기록을 제출하더군요. 그렇다고 이 인물이 그 정도의 대단한 정보망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기도 어렵습니다. 자신의 배경과 현재 하는 일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하는 베일 속의 인물이니까요. 사실 이 사람의 성이 김 씨인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베일 속에 가리는 게 체질화된 인물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선글라스맨'이라고 부르죠. 시커먼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도무지 속을 모르겠는 사람인지라...

알고 보니 이 ‘선글라스맨'은 인천지방 경찰청 보안수사대 보안경찰들의 협조자였습니다. 인천 보안수사대는 협조자 김 씨에게 지난해 12월부터 월 30만 원 정도를 주면서 간첩 잡는 일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당장은 체류비 명목의 소액만 주지만 좋은 자료를 입수해 제공하면 좀 더 큰 액수의 돈을 자료비로 주기로 약속했었다고 합니다. 또 간첩을 잡아 포상금을 타는 날에는 돈방석에 앉게 된다고 했다는 군요. 김 씨로서는 로또인 셈이죠. 수 억 원이 간첩 한 사람만 잡으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천 보안수사대가 중국 단둥까지 출장을 와서 수사는 안 하고 KTV에 가서 돈을 탕진하고 협조자 김 씨에게는 사례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버린 것이 김 씨에게는 매우 화 나는 일이었나 봅니다. KTV라는 곳은 말하자면 중국식 단란주점입니다. 여자를 불러서 노래를 부르고 술도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김 씨에 따르면 인천에서 온 보안경찰 4명은 단둥에서 지낸 3일 내내 KTV를 갔다고 합니다. 한국 경찰들이 중국으로 수사하러 와서 수사는 하지 않고 마사지 받고 짝퉁 명품 시장 가고 단란주점에 가서 유흥만 즐기다 간 것으로 김 씨 눈에는 비쳤습니다. 물론 보안수사대는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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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나올 때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지 가려내야겠지요. 자세한 것은 ‘프로그램'을 봐주십시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의미는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간첩 수사가 사실상 현지 협조자들에 의존해, 돈을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집되는 증거들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간첩 사건의 증거가 돈을 매개로 보안 수사대에 전달된다면 이 증거가 진실된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호중 교수는 현지의 협조자, 즉 브로커를 활용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돈으로 사실상 매수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위법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는 곧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행사하면서 돈을 가지고 매수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스스로 법치국가의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인천경찰청 보안수사대도 이 말을 곱씹어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