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지난 20일 차기 전투기 사업 즉 FX사업과 관련한 무기체계 구매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8조 2천 9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입니다. 오는 30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오는 6월 18일까지 입찰 등록을 마감한다는 일정도 공개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이에 앞서 지난 6일 1조 8천억 규모의 대형공격헬기 구매와 5천5백억 규모의 해상 작전헬기 구매 입찰도 동시에 공고했습니다.

이밖에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인 올해 계약을 체결하려는 무기체계는 고고도 무인 정찰기 등을 포함해 모두 14조 원에 달합니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의 무기도입액은 모두 8조 원 가량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올 한 해 동안 지난 5년간의 무기 도입액은 모두 합한 것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액수의 무기도입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무기들은 대부분 미국산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에 이처럼 천문학적 규모의 무기를 무리하게 도입하려는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2008년 1월 8일. 주한미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비밀 전문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 작성된 이 전문은 보다 발전적이고 전략적인 한미동맹을 위한 2020비전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이 이명박 정권과의 새로운 한미동맹을 통해 확보할 7대 이익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국산 무기 구매 고객이다. 무기체계 상호운용성은 우리가 한국 정부에 미국산 무기 시스템을 사도록 설득하는 데서 핵심적인 판매 포인트이다. 동맹의 지속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무기시장에서 한국군이 계속 우리의 최고 고객이 되는 것을 보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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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을 상대로 자국 무기를 최대한 판매하겠다는 바람이 잘 드러납니다.

실제 주한 미대사 버시바우는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김병국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MB정부의 국방예산 10% 감축 계획은 한국의 방위능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합니다.(해당 미외교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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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기 도입 예산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메시지였습니다.

주한 미대사 버시바우는 이에 앞서 2008년 3월 당시 라이스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비밀전문을 통해 한국의 국방예산 감축 계획은 한국이 미국산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획득하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보고합니다. 또 국방예산의 감축은 미의회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 측에 경고해야 한다고 공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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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국무부뿐만 아니라 국방부까지 나서 글로벌 호크 등 자국산 무기 도입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08년 4월 개최된 한미안보정책구상 회의 때 미국방부 새드니 차관부는 한국 측에 글로벌 호크 구매를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또 2009년 열린 같은 회의에서도 역시 새드니 차관부는 한국 측에 글로벌 호크 구매 요청서를 다음 회기까지 제출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모두 이 비밀 회의를 기록한 미국 외교 전문을 통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여기서 거론된 글로벌 호크는 바로 이명박 정부가 올해 도입 계약을 체결하려 하는 미국방산업체의 노스먼글로벌사의 고고도 무인 정찰기입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 무더기 미국 무기 도입 계획은 MB 정권의 굴종적 대미관계와 분리해서 생각하긴 힘듭니다.

또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무기 체계를 촉박한 일정에 따라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구매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커미션 등 각종 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방위력 증강에 시급히 필요한 무기가 아니라면 도입 여부를 차기 정권에 넘겨 타당성을 충분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