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설립 이후 42년 역사의 청주 서원대학교. 수업이 한참이어야 할 시간에 캠퍼스 곳곳에서 시위가 한창입니다. 이러한 시위는 서원대뿐만 아니다 배재대, 원광대 등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원대학교 대학발전추진위원회는 현재 행하는 만행을 모두 중단하고 총장은 해당학과 교수와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서원대학교는 작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실시한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평가에서 하위 15%에 해당되었습니다. 즉, 교육당국으로부터 경쟁력이 없거나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은 셈입니다. 이로 인해 정부 재정지원 중단뿐만 아니라 퇴출의 위기까지 직면한 대학 측은 학교평가 점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조정을 실행한다며 학교 평가에서 불리한 학과들에 대해 전격적인 폐지 방침을 세웠습니다.

[서원대학교 관계자] “저희 지금 재정지원 제한 대학 되면서 벌써 신입생 등록금 10억 손해 봤고. 산학협력단의 각종 사업이 다 막혔습니다. 하나도 신청조차 못해요. 갑과 을 사이에서 늘 을은 어렵잖아요. 교과부의 정책에 반했을 때 일반 작은 대학들은 유지하기 힘들죠.”

그렇다면 학교 측에 의해 폐지되어야 할 학과로 선정된 학과는 어떤 학과들일까. 학교 측이 정한 폐과 기준은 크게 네 가지. 졸업생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자퇴 등의 중도 이탈율, 그리고 학고 재정 지수. 즉 해당 학과가 얼마나 대학 재정에 이득 혹은 부담이 되는가, 였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 폐지 대상으로 지목된 하과는 연극영화과, 음악학과, 미술학과, 화예학과. 이들 학과는 하루아침에 학교 생존에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학생들은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부실에 대한 책임도지지 않으면서 갑자기 자신들의 학과를 폐지하겠다는 법인과 대학당국의 조치에 대해 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고재남 컴퓨터교육과 학생회장] “2000년도 초반에는 한창 컴퓨터선생님 많이 뽑았죠. 학교 입장은 이겁니다. 그때는 (컴퓨터 교사를) 많이 뽑아서 전망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뽑지 않는다. 그래서 없어져도 상관없다.”

[전아름 연극영화과 4학년] “(학교 측에선) 연극과 영화를 같은 부류로 생각하시는데 다르잖아요, 엄연히. 그런데 같은 걸로 생각하고 교수님도 한 분 뽑아주셨어요. 하지만 저희는 참고 기다렸죠. 이제는 연극과 영화 따로 뽑아주겠다. 잘 해봐라, 이런 말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폐지 학과 중 4개 학과는 예술학부 소속. 밤새 연주를 하고 실기실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예술가의 꿈을 키워왔던 학생들이 교육 당국과 학교 측이 정한 폐과 기준 가운데 전혀 수긍하지 못하는 부분은 취업률이라는 잣대였습니다.

[김혜규 미술학과 4학년] “일단 그냥 취직을 해라, 그거죠. 돈을 벌지 못하는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전아름 연극영화과 4학년] “저희는 졸업해서 취업을 하더라도 예술 하는 사람은 비정규직이다 보니까 취업률에 반영이 안 돼요. 예술계 학생과 일반 학생 취업률을 같은 기준으로 집계를 하면 당연히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잖아요."

[연영애 미술학과 교수] “취업이나 성취나 자신의 길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는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본연의 기능보다는 이른바 취업알선 전문기관으로 하락하는 듯이 보여지고.”

기껏 학교 측이 내놓은 대안은 폐지된 학과 학생들에게 졸업을 보장하고 타과로의 전과를 권유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비교육적 처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아름 연극영화과 4학년] “전과하라는 건 차라리 다른 학교로 가라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연극영화를 해야 하는 친구들에게 전과를 하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같아요.”

생존의 논리와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대학. 그 뒤에는 대학을 학문공동체로 보는 것이 사치이자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교육 당국이 있습니다.

[교과부 학교지원국 관계자] “지금 대학이 중세시대처럼 학문만 하는 상아탑도 아니고요. 산업혁명 이후에 대학의 기능이 분명히 바뀌었고.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건데 취업이 대학의 성과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난데. 어떻게 취업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그게 더 이해가 안 가거든요. 대학 가서 학문만 하고 대학 졸업하고 백수가 돼야겠다, 이러면서 대학 가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은 대학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돈이 안 되면 대학의 짐으로 간주되는 학생들. 취업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도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취업률이 낮다고 쓸모없는 학문으로 취급해 버리는 교육 당국. 그 속에서 애꿎은 학생들은 희생양이 되고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말은 입에 담기 부끄러운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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