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병원과 서울대병원 등 대형 공공병원이 각각 MRI 등 고가의 검사를 늘리고, 값싼 의료진료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병원 수익을 늘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의   ‘비상경영’을 실시했는데, 이 기간 동안 162억 원의 추가이익을 냈다. 그런데 뉴스타파 목격자들의 취재 결과, 이 수익 가운데 상당부분은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을 늘리고 값싼 의료 물품을 사용한 결과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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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입수한  당시 서울대병원의  ‘2013년도 하반기 실무부서 연간운영계획 추진(안)’을 보면 환자에게 돈을 받지 못하는 ‘비수가재료’의 사용을 얼마나 줄이는지 여부를 주요 성과 평가 지표로 명시돼 있다.

특히 2013년 8월에 작성된 한 진료파트의 비상경영 실무대책 발표 자료에는 환자에게 돈을 받지 않는 ‘비처방성 물품’ 사용을 10%  줄여 약 34억 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 자료는 병원이 내놓은 비상경영 지침에 따라 해당 부서가 실행 계획을  제출한 것이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확인한 이 진료파트의 비상경영 실무대책 발표자료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두 가지로 명시돼 있다. 먼저, 환자들에게 돈을 받을 수 없는 비수가 물품을 환자들이 돈을 내야 하는 수가 물품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사용하던 소독세트 대신 수가 물품인 일회용 포비돈 스틱으로 바꾸고, 화상거즈 대신 외과용 패드로 바꾸는 것이다. 투석을 할 때 붙이는 반창고도 환자가 돈을 내는 물품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 2013년 서울대병원 비상경영 당시 한 진료파트의 실무대책 발표자료. 비수가물품을 수가물품으로 교체하고 병원 부담의 의료물품을 값싼 물품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되어 있다.
▲ 2013년 서울대병원 비상경영 당시 한 진료파트의 실무대책 발표자료. 비수가물품을 수가물품으로 교체하고 병원 부담의 의료물품을 값싼 물품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병원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 용품을 저단가 물품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같은  저단가 의료물품의 사용은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증언도 나왔다.

서울대 내부 간호사들은 비상경영체제 시행 이후 진료를 할 때 주사기, 장갑, 기관 내에 삽입하는 도관(석션팁) 등이 값싼 제품으로 대체됐다고 증언했다. 모두 환자의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용품이다. 간호사들은 주사기는 눈금이 쉽게 지워져 약의 용량을 정확하게 재기 힘든 경우가 많았고, 비닐 재질의 장갑은 쉽게 찢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 주사기에 있는 눈금이 쉽게 지워져 주사할 약의 용량을 정확하게 재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고 서울대 병원 간사호사들이 증언했다.
▲ 주사기에 있는 눈금이 쉽게 지워져 주사할 약의 용량을 정확하게 재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고 서울대 병원 간사호사들이 증언했다.

또 기관에 삽입하는 도관은 기존에 썼던 부드러운 라텍스 석션팁 대신 끝이 딱딱한 PVC 석션팁으로 교체되었는데, 간호사들은 PVC 석션팁을 기관 내에 삽입하면 환자의 기관 점막에 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증언도 했다.

▲ PVC석션팁(위)과 라텍스 석션팁(아래). 간호사들은 병원이 2013년 비상경영체제 시행 이후 기존에 썼던 라텍스 석션팁(아래)을  딱딱한  PVC석션팁(위)으로 교체했다고 주장한다.
▲ PVC석션팁(위)과 라텍스 석션팁(아래). 간호사들은 병원이 2013년 비상경영체제 시행 이후 기존에 썼던 라텍스 석션팁(아래)을  딱딱한  PVC석션팁(위)으로 교체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홍보실 측은 이러한 일들은 서울대 병원의 지침과는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고, 자체 조사 결과 질 낮은 의료 물품이 사용된 사례는 없고, 일부 교체된 물품들도 다른 대학병원에서 사용하는 물품들이라고 해명했다.

비수가물품을 수가물품으로 교체하는 일은 2013년 비상경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소독약, 반창고, 거즈, 의료용 젤 등 기존에 병원이 부담했던 소모성 물품들이 환자부담으로 바뀌면서 환자들의 비용이 증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병동 간호사 A씨는 자신의 병동에서 사용하는 처치성물품(환자에게 돈을 받는 의료물품)이 40종에 달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분석에 의하면, 서울대병원의 환자1인당 진료 수익은 2013년에 전년 대비 2.5% 늘었고, 2014년에는 전년 대비 6.4% 늘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병원 측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달성한 162억 원의 초과 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홍보실은 비수가물품을 수가물품으로 교체하는 것은 병원 운영상 필요하고 정당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저단가 의료물품은 일선 의료진들이 환자 안전을 이유로 강력하게 항의하는 부서에 한해 이전에 사용하던 물품으로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를 무상으로 진료하고, 국가유공자 가족에 한해 의료비를 50% 감면해주는 공공병원으로 전국에 5곳이 운영되고 있다.  
▲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를 무상으로 진료하고, 국가유공자 가족에 한해 의료비를 50% 감면해주는 공공병원으로 전국에 5곳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보훈병원에서도 환자를 두고 돈벌이를 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환자 수가 감소하자 2015년 9월, 이사장 명의로 공단 산하 전국 5곳의 보훈병원에 공문을 전달했다. 이 공문에는 병원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지시사항이 담겨있었다.

이 공문에는 고가의 MRI, CT, 초음파 등 고가의 검사를 활성화하고, 단순 투약처방환자(당뇨, 고혈압)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와 검사 주기를 단축하라는 내용이 있다.

▲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는 2015년 9월, 이사장 명의로 공단 산하 전국 5곳의 보훈병원에 특별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는 2015년 9월, 이사장 명의로 공단 산하 전국 5곳의 보훈병원에 특별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보훈병원 노조측은  이러한 공문이 직원들을 성과 경쟁으로 내모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 측은 지난해 서울 중앙보훈병원의 경영실적을 평가 분석한 결과, 국비로 전액지원되는 환자를 제외하고 개인 비용을 부담하는 환자의 경우 경영 목표치를 초과해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측은 단순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진료가 밀렸던 대기 환자들을 진료하라는 차원에서 보낸 공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목표로 했던 매출액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행태를 보이는 공공병원과  성과연봉제 도입의 문제점을 이번 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걸쳐 2회 연속 방송한다.


취재작가 박은현 글 구성 고희갑 연출  남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