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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우리나라 예산에 반영된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 총액이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나라살림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수만 페이지 분량의 내년 예산안을 샅샅이 훑어 찾아낸 결과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그리고 최순실과 차은택의 측근들이 개입돼 있는 기업체의 사업영역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예산만 추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등 이른바 비선실세들이 청와대를 등에 업고 기업들에서 모금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후원금 800억 원의 3배가 훨씬 넘는 돈이 국민들이 낸 세금에서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배정됐던 최순실표 예산 1500억 원에 비해서도 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 전체 예산이 올해보다 3.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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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 등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내년 국가사업은 모두 48개, 부처별로 보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예산과 기금이 2644억 원으로 전체의 90%가 넘었다. 외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의 ODA, 즉 공적개발원조 사업에도 비선실세들과 관련된 것으로 분류되는 예산이 숨겨져 있었다.

‘최순실표 예산’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민간경상보조와 민간자본보조 등 민간 기업과 단체에 지원하는 이른바 민간이전 보조금 사업이 최순실표 예산의 80%를 차지한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민간경상 보조나 민간자본 보조는 제대로 관리감독이 되지 않아 ‘눈먼 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태통령과 최순실 씨와의 인연으로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CF 감독 출신 차은택 씨가 기획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관련 예산이 대표적인 보조금 사업이다.

문체부는 올해 9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데 이어 내년에는 13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책정했다. 재외 한국문화원 운영 예산도 대폭 늘었다.한식과 한복 관련 케이컬처(K-Culture) 체험관 운영 등 대표적인 ‘최순실표 예산’이 포진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이 주도해 졸속 추진된 코리아 에이드 사업은 내년 예산이 143억 원으로 확대됐다. 코리아에이드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맞춰 시작된 원조 사업으로 당시에도 큰 논란거리였다.

국회 예산 심사과정에서도 비선실세 예산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내년 예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하지만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예산이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말끔히 삭감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체부는 1차관을 팀장으로 4개 분과의 특별전담팀을 가동, 최순실표 예산을 재검검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 심의 법정기한은 오는 30일로 시일이 촉박하다. 게다가 문체부는 전면 재검토를 말하면서도 여전히 문화창조융합 관련 사업에 대해선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특별전담팀이 과연 최순실표 예산을 제대로 가려낼 지 의문이다.

여기에 야 3당은 최순실 표 예산 전액 삭감에 합의했으나 새누리당이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예산심사 시한에 쫓겨 유야무야 살아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취재 : 현덕수, 황일송, 김성수 촬영 : 최형석, 김남범 편집 : 정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