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부산 싼타페 급발진 의심사고 기억 하시나요?

▲ 부산 싼타페 급발진 의심사고 현장

2016년 8월, 무더운 여름날 아이 둘과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싼타페 차량을 타고 바닷가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5분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차가 폭주해 운전자(할아버지)를 제외한 일가족 4명이 사망했죠. 유례 없는 ‘급발진 참사’였습니다.

“미친 놈처럼 브레이크를 밟아대도” 멈추지 않고 아무렇게나 차가 내달렸다고 운전자는 증언합니다. 그 와중에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옆 자리 아기들을 챙기는 엄마와 할머니의 목소리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젖게 했죠. 운전자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고 RPM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증언했지만, 경찰은 차량의 제동 계통에서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국과수 보고서를 근거삼아 운전자(할아버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 유가족을 직접 만난 첫 번째 언론사였습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던 유족들이 뉴스타파를 믿고 카메라 앞에 서주셨고, 사고 차량을 제공해주셔서 박병일 명장과 함께 차량을 다각도로 분석해볼 수 있었습니다.

장기간 검증과 실험을 통해, 뉴스타파는 차량이 폭주하기 직전에 블랙박스 카메라가 떨릴 정도의 이상 진동이 있었다는 사실, 국과수가 가장 기본적인 차량 검증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 급발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고압펌프에 연료가 새는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싼타페 차량의 고압펌프 문제가 “안전상 심각한 품질문제"라고 현대기아차 기술진들이 직접 적어놓은 문건도 찾아냈습니다.

유족들의 아픔은 아물지 않았지만 어쨌든 시간은 또 흘렀습니다. 검찰은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을 반년 가까이 조사했고, 작년 7월 운전자 한무상 씨에 대해 무혐의로 사건을 마무리지었습니다. 경찰과 달리 검찰은 국과수가 낸 보고서를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지 않았습니다. 다만 차량이 심하게 파손돼 한무상 씨의 과실치사를 입증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운전자 무혐의’로 정리한 겁니다.

▲ 부산 싼타페 사고 운전자 한무상 씨

국과수가 급발진 의심 차량을 조사할 장비도 인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부산 싼타페 차량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시동 검사도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낸 뉴스타파 보도가 검찰의 결론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어쨌든 아내와 딸과 손주들을 자기 손으로 죽게 했다는 죄책감과 상실감에 여전히 짓눌려 있는 한무상 씨에게는 천만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위험해도
일단은 ‘무상수리'


부산 산타페 급발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문제의 고압펌프. 2007년 한국소비자원은 문제의 고압펌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연료가 부품 밖으로 새는) ‘연료비침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제품을 겉으로만 살피는 ‘육안검사'를 거쳐 이 문제가 안전상 심각한 품질 문제는 아니라고 결론 냅니다. 현대기아차는 연료가 부품 밖으로도 새고 안으로도 샌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고, ‘육안 검사’만 했던 소비자원의 엉터리 조사와 맞물려 결국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 대상으로 결정이 납니다.

중대한 결함이니 와서 수리를 받으라고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게 리콜입니다. 리콜을 하는 제작사는 우편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리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하고, 결함 시정률도 분기마다 국토부에 보고해야 하며, 리콜 이전 1년 범위에서 먼저 수리받은 차량에 보상도 해줘야 합니다. 떠들썩하게 언론에 실리기도 합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평판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큰 돈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하지만 무상수리로 처리하면? 이 모든 부담이 사라집니다. 알고 찾아오는 사람한테만 조용히 수리해주면 되죠. 현대차 품질팀에서 일하다 결함 관련 공익제보(내부고발) 때문에 해고되었던 김광호 씨는 제작사가 ‘무상수리’를 선호하는 내부 사정도 있다고 말합니다.

▲ 김광호 / 전 현대기아차 품질전략팀 부장

회사 내부적으로 보면 리콜하면 100% 회장한테까지 보고해야 합니다. 무상수리로 돌리면 보고를 안 해도 되잖아요. 이게 엄청난 차이입니다. 리콜하면 어떻게 보면 ‘나를 잘라주세요' 그 리콜 보고서에 같이 올라가는 겁니다.

리콜은 총수한테까지 보고되니까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이런 사정이 있다보니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어도 리콜까지 안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부산 사고차량의 고압펌프가 ‘리콜’이 아니라 ‘무상수리’로 처리되었듯이 말이죠.

자동차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6월부터는 무상수리 처리 조항도 조금 바뀝니다. 하지만 무상수리가 결정 나면 차주한테 우편물을 보내서 알려야 한다는 수준의 소극적 개정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많습니다.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마지막 기회?


부산 산타페 차주 한무상 씨는 17년 간 택시 기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비를 꼼꼼하게 받으며 차를 관리했지만, 고압펌프 결함에 관해서는 조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차가 무상수리 대상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제작사가 싼타페 차주들에게 결함을 제대로 알리고, 한 씨가 고압펌프 교환을 미리 받았다면? 복잡한 차량 구조를 감안하면 100%라고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만으로 판단해보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도 듭니다.

취재 과정에서 이렇게 “몰라서 차량 결함을 방치하다 사고가 나거나 갑작스러운 고장을 겪은” 분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결함정보가 적극적으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대 결함에 대해서 실시하는 리콜의 경우 시정률은 81% 수준(국토교통부 2011년 ~ 2016년 8월 집계)입니다. 19%에 해당하는 차량들(72만여 대)은 중대 결함을 안고 그대로 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리콜보다 한 단계 낮은 결함 시정조치인 ‘무상수리'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싼타페 고압펌프가 ‘리콜’이 아니라 ‘무상수리’로 처리되었듯이,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어도 리콜까지 안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도 결함 시정률은 더 낮은 것입니다.

현대차가 2015년에 문제의 고압펌프를 장착한 차량 중에 몇 대나 무상수리를 받았는지 통계를 내서 작성한 내부 문건(아래)이 있습니다. 이 문건을 보면 대상 차량 약 41만대 중에 수리받은 차가 절반에 불과하다고 나옵니다. 20만 대 정도의 차량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냥 돌아다니는 셈입니다. 이렇게 무상수리를 받아야 하는 차들이 모르고 달리고 있을 때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일까요?

▲현대차 내부 문건. 문제가 된 고압펌프 장착 차량의 무상수리 현황

‘결함정보 포털'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했습니다.

방송 뉴스 하나 만들면 그 순간에는 불같은 관심이 일어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스르르 잊히기 마련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쪽은 잠시 행동을 멈추고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죠. 그렇게 모두가 잊고 나면 문제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다음이나 네이버에 드나들며 정보를 얻듯이, 차를 타고 다니는 모든 국민들이 자신이 타는 차의 결함을 빠짐없이 찾아볼 수 있는 결함정보 포털 사이트가 있다면 어떨까요? 국토부, 환경부, 소비자원 등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전문가들도 제대로 모르는 결함정보들을 한 곳에 모으고, 제작사가 ‘아는 사람’만 와서 수리 받으라고 조용히 처리하는 무상수리 정보들도 싹싹 긁어모아 한 곳에서 전부 다 검색해볼 수 있게 한다면?

이번에 뉴스타파가 만들고 있는 가칭 <내 차 결함정보 포털>은 이런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신이 가진 차종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 기관이나 개별 사용자들에 의해 보고된 모든 결함정보를 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면, 아무도, 누구도, 자기 차의 결함을 몰라서 사고를 당하거나 갑작스런 고장을 겪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내 차 결함정보 포털>의 모바일용 초기 화면 시안

<내 차 결함정보 포털>의 대략적인 모습은 이렇습니다. (차종, 이름 등은 예시니까 참고만 해주세요.) 포털에는 해당 차종에 관한 리콜, 무상수리, 비공인 무상수리 등에 관한 상세 정보들이 들어갑니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미국 NHTSA(도로교통안전국) 결함정보 검색 사이트를 참고했고요. 디자인은 개발 작업이 진행되면서 좀더 편리하게 바뀔 겁니다.

아직 모든 걸 공개하기에는 이르지만, 이 페이지에는 기본적인 결함 정보 외에도 여러가지 재미있는 정보들이 많을 겁니다. 차주님들이 직접 입력한 차량의 결함정보를 바탕으로 ‘결함온도’를 측정하고 공개할 예정입니다. 또 늑장리콜 순위, 차량별 등록대수 순위 등 데이터 가공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드리는 다양한 정보들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VIN(차대번호)을 통해 정확하게 자기 차량의 정보를 조회하는 기능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1차 오픈 때는 담기 어렵겠지만 2차 오픈 때는 한국자동차결함조사연구소(소장 김광호)와 협업을 통해 차종별 미국 리콜 정보까지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제보와 베타테스트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한 달여 앞으로 공식 오픈일자가 다가왔는데요. 오픈을 앞두고 독자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더 알맹이가 꽉차게 만들기 위해서요.

1. 먼저 아래 내용들을 겪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은 뉴스타파에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① 리콜/무상수리가 있었음을 모르고 운행하다가 해당 결함 때문에 사고나 갑작스런 고장을 겪었던 사례

② 리콜/무상수리 기간 및 보상기간이 지나서 자기 돈을 주고 결함을 처리한 사례

③ 제작사가 특정한 동호회 혹은 개인들을 대상으로만 진행하고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무상수리

④ 제작사가 개인에게 무상으로 수리해준 뒤 타인이나 언론에 알리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요구한 사례

>> 제보/의견 보내기 

2. <내 차 결함정보 포털> 베타페이지 테스트에 참여해주세요!

자동차 제작사는 대기업입니다. 정보와 돈, 강한 권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결함이 소비자의 시각에서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사용자들의 조직된 힘이 필요합니다. 준비 중인 <내 차 결함정보 포털>에도 많은 허점이 있을 텐데요, 그래서 오픈 전까지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집단 지성을 통해 좀 더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베타페이지 테스터로 신청해주신 분들께는 2월 중순 경 베타페이지가 오픈했을 때, 그리고 이후 본 페이지가 오픈했을 때 가장 먼저 초대 링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선착순 500분 한정)

>> 베타테스트 신청이 선착순 마감되었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뉴스타파는 100% 시민후원으로만 운영합니다. 그래서 어떤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차 결함정보 포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로지 시민들의 힘으로 제작사의 횡포를 견제하고 정부기관의 무능을 밝히는 시민들의 무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많은 제보,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이 프로젝트는 공익개발자모임 널채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한국자동차결함조사연구소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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