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삼성 연결 고리는 ‘김백준, 김석한’

2018년 02월 09일 18시 52분

다스 변호 김석한, 삼성의 미국 로비도 대행

검찰이 다스의 미국과 스위스에서의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신 지불했다는 혐의를 포착한 가운데 다스의 소송을 총괄한 법무법인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오랫동안 삼성의 미국 로비를 대행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석한 변호사가 다스와 삼성의 연결고리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석한 변호사는 1998년, 미국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자랑하는 로펌 에이킨 검프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에이킨 검프는 세계적인 법률전문지 아메리칸 로이어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세계 100대 로펌 명단에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36위에 올라와 있다.

김석한 로펌 바꾸자 삼성도 김석한 로펌으로 로비 대행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는 1990년대부터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로비 내역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누리집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에이킨 검프는 1998년부터 삼성그룹의 미국 로비를 대행해 주는 로펌으로 올라와 있다. 미국은 ‘로비공개법’에 따라 입법부·행정부를 상대로 한 모든 로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후 삼성과 에이킨 검프는 2000년대 중반까지 큰 거래가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이던 지난 2011년 말부터 다시 거래가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스마트폰 특허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2012년 약 76만 달러(8억 원), 2013년 273만 달러(30억 원), 그리고 2014년에는 238만 달러(25억 원)를 에이킨 검프를 통해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

지난 2015년, 김석한 변호사가 에이킨 검프를 떠나 아널드앤드포터라는 다른 로펌으로 옮기자 삼성은 김 변호사가 속한 로펌으로 로비 대행을 변경했다. 삼성그룹은 2015년 45만 달러(5억 원),  2016년 99만 달러(11억 원), 2017년 90만 달러(10억 원)를 김석한 변호사 소속  아널드앤드포터를 통해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 김석한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미국 로비를 줄곧 대행했던 것이다. 미국의 언론보도에서도 김 변호사가 삼성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고 소개돼 있다.

김석한 변호사는 2009년 3월부터 다스의 미국과 스위스 소송에 뛰어든다. 당시 그를 다스에 소개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 자격으로 다스의 미국 소송에 참여하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었다. 즉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사였던 김백준 기획관과 김석한 변호사를 연결 고리로 삼아 삼성과 접촉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석한 변호사가 다스의 소송을 총괄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3월이다. 그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이건희 삼성 회장을 사면했다.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건희 회장이 국제올림픽 위원회 위원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서라고 사면 배경을 설명했다.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이건희 회장만을 위한 1인 특별 사면이었다.

당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사면을 밀어 붙였다. 대통령과 삼성이 사면과 소송 비용을 맞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삼성이 다스의 변호 비용을 대신 낸 것으로 확인된다면, 검찰 수사는 김백준과 김석한을 고리로 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성은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취재: 최문호 한상진 송원근 강민수 임보영 김지윤
편집: 윤석민
촬영: 최형석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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