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대 대통령 이명박이 오늘(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명박은 검찰청사로 들어가기 전 미리 준비한 메세지를 통해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여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 2018년 3월 14일 오전 9시 22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로 시작된 이명박에 대한 검찰 수사는 수개월 동안 스무 개가 넘는 범죄혐의로 확대됐다. 다스의 140억 원 반환 소송에 국가 권력을 이용한 ‘직권남용’과 100억 원이 넘는 ‘뇌물수수’가 핵심 혐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2007년부터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09년까지 다스의 소송비용 60여억 원을 삼성이 대납토록 한 사실이 뇌물 혐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화를 꿈꿨던 이명박

이명박은 증권맨이었던 김경준을 만나 인터넷 종합금융그룹을 세울 꿈을 꾼다. 선거법 위반으로 미국에서 체류 중인 이명박은 1999년에 김경준 명의로 BBK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자신이 직접 LKe뱅크를 설립하였고 이명박과 김경준의 동업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삼성생명의 100억 원 투자와 다스의 190억 원 투자 등 이명박은 또 한번 성공한 금융인으로서의 신화를 만들어 가는 듯했다.

▲ e뱅크코리아 브로셔 속 이명박과 김경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MBC 기자이던 지난 2000년 당시 이명박을 목격한 몇 안 되는 기자다. 박 의원은 당시 이명박 측의 제안으로 LKe뱅크의 회장이던 이명박을 취재했다. 성공한 금융인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곳은 당시 삼성생명 사옥 17층이었다. 이곳에는 김경준 명의의 BBK투자자문도 있었는데 LKe뱅크와 같은 사무실을 썼다. 박영선 의원은 이곳에서 이명박의 소개로 김경준을 만났다. 이명박은 김경준을 “차익거래의 귀재” 또는 “천재”라고 소개했다.

정치권에 와서 실패를 해서 미국을 갔잖아요. 미국에 갔다가 다시 와서 차린 회사가 이제 이 엘케이뱅크와 비비케이 였던 거죠. 그래서 금융회사 회장으로 성공하고 싶다. 그런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좀 도와달라는 거였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 2000년 11월 이명박 취재기자

사기와 조작

이명박과 김경준이 벌인 사업은 해가 바뀐 2001년이 되면서 이상하게 흘러갔다. 금감원의 검사가 실시되어 BBK투자자문은 결국 등록이 취소됐고 옵셔널벤처스는 비정상적인 유상증자와 주가조작, 그리고 횡령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은 2001년 4월 18일 LKe뱅크 대표에서 사임한다.

서류상으로는 회사를 떠났지만 이명박은 각종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LKe뱅크와 BBK의 내부 서류들에는 이명박 사임 후에도 김경준과 함께 이명박의 이름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특히 BBK에 50억 원을 투자한 심텍은 이명박과 김백준에게 편지를 보내 “이명박의 말을 믿고 투자했으니 이명박이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내가(이명박) BBK투자자문 회장으로 있으며 대주주로 있으니
나를 믿고 투자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내년 6월에 서울시장에 출마하신다는 덕망을 고려하여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형사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준비를 끝냈으니
이명박 회장님 개인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심텍 회장이 이명박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김경준은 옵셔널의 유상증자와 주가조작도 모두 이명박의 허락하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말했다. 심지어 광은창투(옵셔널벤처스 전신) 인수과정에서도 이명박의 조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경준은 2007년 자신에 대한 수사 당시 이런 사실들을 모두 검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의 진술을 모두 묵살했다.

▲ 2007년 11월 입국 당시 김경준

검찰은 2002년과 2007년 수사 당시 이명박이 횡령과 주가조작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이명박 비서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명박 뿐만 아니라 김백준 등 측근들이 횡령이나 주가조작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모든 책임을 300억 원 가량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피한 김경준에게 돌렸다. 이명박이 김경준에게 속았으니 이명박 역시 피해자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냥 일반 기업 범죄를 다루는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 김경준은 공범의 가능성이 높은 거예요. 김경준의 죄질이 나쁘다면 그 똑같은 정도로 이명박에 대한 수사를 똑같은 의심의 정도와 강도를 가지고 하는 게 맞는 거예요. 그런데 김경준만 나쁜놈이고 사기꾼이다? 그것은 검찰 자신들도 얼마나 그게 궁색한 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지난 수사 때도 얼마나 궁색한지 알고도 그렇게 수사했을 거예요.

최강욱 변호사

이명박에 맞선 자들의 절규

지난 14년 동안 다스와 김경준에 맞서 온몸으로 싸워온 메리리 변호사가 지난 6일 한국을 찾았다. 메리리는 이번 방문에서 서울 서초동에 있는 영포빌딩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1999년 김경준과 이명박이 만나 사업 구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장소이며, 이명박이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전 동아시아연구소라는 개인사무실을 두었던 곳이다. 그러나 이명박이라는 그림자는 메리리를 이곳에 오래 있지 못하게 했다. 메리리는 그것이 14년의 트라우마라고 말했다. 서둘러 자리를 뜨고 싶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이명박의 영포 빌딩을 바라보는 메리리 변호사

처음에 몇년은 그냥 지냈는데 나중에는 하도 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걸고 넘어지는 걸 봤어요. 그런데 그것도 자기들이 걸고 넘어지는 것처럼 안해요. 다른 이유를 만들어 가지고 다른 곳에서 사람을 쓰러트리고 하니까... 그래서 이러는 거죠. 그래서 찍히면 뭘로 죽일까 날마다 연구하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조심하는 거죠.

메리리 옵셔널벤처스 변호사

옵셔널벤처스 대표 장용훈은 이명박이 검찰에 소환된다는 소식에 오랜 친구를 떠올렸다. 이명박, 김경준 측과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다 끝내 죽음을 맞이한 고 윤진호 옵셔널벤처스 이사다. 그는 2004년에 시작한 소송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계속 늦어지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결국 이명박이 대통령이던 2009년 말 자신이 뇌종양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1년 후 눈을 감았다.

▲ 장용훈 옵셔널벤처스 대표(왼쪽)와 윤진호 옵셔널벤처스 이사

영결식장에서 잘 가라 인사하고 못 찾아오겠더라고요. 내가 그때 일 잘 처리해서 오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 오늘 온 거예요. 이명박이 조사받게 됐잖아요. 어떤 사람은 이렇게 자기(이명박)때문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죽는데, 다스는 누구 건가라는 말을 해도 그건 나한테 물어볼 게 아니라라는 그런 말을 하면 되겠어요?

장용훈 옵셔널벤처스 대표

지난 2002년 옵셔널벤처스 횡령 및 주가조작을 수사했던 검찰은 김경준을 제외한 이명박 전 대통령 및 관련자들을 수사 선상에 올리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당시에도 검찰은 김경준을 사기꾼으로 만들었을 뿐 엉터리 수사를 통해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도 몇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번번히 그 기회를 걷어찼다. 2018년 다시 검찰에 기회가 주어졌다. ‘이명박 신화’가 대국민 사기극인지 아닌지를 규명하라는 국민의 뜻이었다. 이번에는 진실이 밝혀지기를 국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연출 : 송원근
촬영 : 최형석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디자인 : 하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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