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인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다.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였다. 사상 초유의 핵연료봉 멜트다운(용융)과 격납건물 수소폭발에 이은 방사능 대량 유출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재앙은 지금도 계속된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은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후쿠시마 사고 7년 기획으로 대한민국 핵발전소의 안전 조치 상황을 점검했다. 오늘부터 두 차례 방송한다.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2011년 5월 ‘후쿠시마 후속조치’라는 이름으로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한 50개 과제를 발표했다.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4기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보강하겠다는 조치였다.

▲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사진

50개 과제 가운데 46개 과제는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이행해야 할 부분이었다. 한수원은 46개 후속조치를 2015년까지 모두 완료하겠다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핵발전소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한수원 예산 1조 천억 원 가량이 책정됐다.

그렇다면 7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후속조치’는 어떻게 됐을까? 당초 원전 당국이 공언한 대로 모두 완료 조치됐을까?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한수원과 원안위가 원전 안전을 위해 내놓은 대국민 약속을 제대로 지켰는지 하나하나 확인했다.

▲ 한국수력원자력의 국내 원전 안전점검 결과 개선대책(후쿠시마 후속조치) 추진현황보고서 (2011. 11. 7.)

2015년까지 46개 과제 중 40개 조치 완료 그러나 핵심 과제는 미이행

2018년 3월에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보고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5년까지 46개 과제 중 40개를 조치 완료했다고 밝혔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괜찮은 이행 성적이다.

그런데,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과제 6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가는 전혀 다르다. 당초 한수원이 발표한대로 모든 핵발전소에 설치하지 못했거나 완료하지 못한 6개 과제 모두 핵발전소 안전의 핵심  분야이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확인한, 아직 모든 핵발전소에 설치 완료하지 못한 6개 과제는 다음과 같다.

▲ 방수문 및 방수형 배수펌프 설치 ▲ 격납건물 배기 또는 감압설비 설치▲ 피동형 수소 제거장치 설치 ▲ 주증기 안전밸브실과 비상급수장치 침수 방지 대책 마련▲ 원자로 냉각수 비상 주입 유로 설비 설치 ▲ 원전 안전정지유지계통 내진 성능 강화

이들 6가지 후속 대책은 지진과 쓰나미 발생 시 전원 상실과 멜트다운, 수소폭발 등 중대사고를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2014년까지 600여 개 설치하겠다는 방수문,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아

방수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심 안전 설비로 떠올랐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지진으로 외부에서 공급되던 전기가 끊기고 뒤이은 쓰나미로  발전소 지하의 비상발전기마저 침수되면서 전기 공급이 완전히 차단됐다. 이후 냉각기능 상실과 함께 멜트다운(핵연료 용융)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우리 원전 당국은 쓰나미, 폭우 등으로 인한 비상발전기 침수를 막기 위해 방수문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2014년까지 24개 전 원전에 600여 개의 방수문 설치를 약속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목격자들> 취재 결과, 방수문은 지금까지 단 한 개도 설치되지 않았다.

방화 방수문의 경우 인허가 심사가 한 건도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방수문 설치가 늦어진 것은 제작 업체의 기술력 부족 때문이었다. 원전에 방수문을 납품하는 국내 업체는 두 곳이 있었는데, 두 업체 모두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디고 방화 기능도 갖춘 방수문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 방화 성능 기준을 제때 맞추지 못한 것이다.

▲ ‘H’업체에서 확인한 대형 방수문. 원전에 설치될 방수문은 내진-방수-방화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전체 방수문의 절반 이상의 제작을 담당했던 한 업체는 지난해까지 방화 성능 기준을 맞추지 못해 결국 납품을 못했고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업체의 경우 방수문에 대한 성능시험은 아직 완료되지 못했고 실제 설치 적합성 등을 추가로 검토하는 인허가 과정은 4년째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당초 2014년에 방수문 설치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현재 2019년까지 모든 원전에 600여 개의 방수문을 설치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원자로 폭발 방지용 “격납건물 배기 또는 감압설비”  1곳만 설치

‘격납건물 배기 또는 감압설비’(이하 배기 감압설비)는 멜트다운 등으로 인해 원자로가 들어있는 격납건물 안에 수소가스가 가득 차 압력이 높아질 경우, 격납건물 안의 가스를 외부로 걸러서 배출함으로써 격납건물 내부 압력을 떨어뜨리고 폭발을 막는 설비다.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이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한수원은 당초 배기 감압설비를 2015년까지 모든 원전에 설치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8년 3월 현재, 월성1호기 단 한 곳만 설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기 감압설비의 경우 역시 조치가 완료되지 못한 원인은 기술 부족이었다. 후쿠시마 후속조치 발표 당시 배기 감압설비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 없었다. 2015년에야 제작할 수 있는 업체가 국내에 설립됐다.

한수원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설계한 중수로 및 장기 가동 원전 11기에 설치할 배기 감압설비는 프랑스와 독일 업체에서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형 표준형 원전 12기에 설치할 배기 감압설비의 경우는 제작 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월성 원전 1호기를 제외하고는 배기 감압설비의 성능시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수원은 2020년까지 설치하겠다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한수원 스스로 지키지 못할 후쿠시마 후속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국내 기술력 평가 등 타당성 조사 없이 후쿠시마 후속대책을 졸속으로 내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원전 부지 당 1대씩만 설치된 이동형 비상발전차량, 설계 문제도 지적

한수원은 지난 2015년 후쿠시마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고리, 한빛, 한울, 월성 등 4개 원전 부지에 이동형 발전차량 한 대씩을 배치했다. 그런데 발전차 한대로 원전 부지에 있는 모든 원자로에  전원공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원전은 모두 원자로 6~8기를 가동하는 다수호기다. 발전차량 한대의 용량으로는 원자로 1기 정도 돌릴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고리원전에 배치된 이동형 발전차량

이 때문에 원안위 역시 이를 인정하고 호기당 1대씩을 확보하도록 한수원에 추가 설치 요구를 했다. <목격자들> 제작진은 한수원에 이동형 발전차량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지만 한수원 발전 담당 직원은 홍보실 통해 답변을 받으라며 즉답을 피했다.

현재 설치돼 있는 이동형 발전차량의 전원 케이블 연결 단자의 위치 문제도 논란이다. 2015년 한빛원전 안전성검증단 전문가 팀장이었던 이정윤 씨는 발전차량 설계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한빛원전에 배치된 발전차량의 전원 케이블 연결 단자는 차량 바닥에 위치해 있다.  케이블 연결을 위해 차량 밑에 들어가서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전원 단자가 차량 하단에 위치한 발전차는 한빛원전본부와 신고리원전을 관할하는 새울본부에 납품됐다.

반면 월성원전본부와 고리,한울원전본부에는 전원 단자가 측면에 위치한 발전차가 납품됐다. 확인 결과 전원 단자가 측면에 있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제작사의 판단으로 측면에 배치한 것이다. <목격자들> 제작진은 한수원 측에 발전차의 효율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물었지만 한수원은 지금까지 답을 주지 않고 있다.

2011년 마련된 후쿠시마 후속조치 과제 가운데, 핵심적인 주요 안전 설비는 여전히 설치 완료되지 않고 있다. 완료된 과제의 경우에도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 사이 원전 밀집 지역 인근인 경주와 포항에서 대형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취재작가 김지음, 오승아
글 구성 김근라
취재 연출 남태제, 권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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