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특수부대 폭파 교범이 한국공항공사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공사는 군에서 무단 반출된 교범을 자체 매뉴얼 제작에 사용했고, 원본 파일도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었다. 군은 이 사실을 제보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폭파 교범은 한글 파일 형태로 한국공항공사 폭발물처리반(EOD) 사무실 내부에서 발견됐다. 파일에는 폭파 이론을 비롯해 폭발물 제작과 실전 사용 방법, 군부대 폭발 사례 등이 담겨 있다. 살상용 폭발물인 크레모아(claymore mine) 제작∙사용법을 비롯해 델미트 폭약(Thermit Explosive), 니트로메탄, 톱밥 폭약 등 각종 화약류 제조 방법과 그 비율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재료만 있으면 누구나 폭발물 제작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이다.

이 교범은 범죄나 테러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군에서도 보안이 요구되는 통제 교범으로 분류되고 있다. 외부 반출이 금지돼 있다. 전 육군 특수부대 폭발물 담당관 A씨는 “이 파일은 특수 폭파라는 제목의 교범이고, 군에서 실제 배운 내용”이라며 “외부에는 나와서는 안 되는 자료”라고 말했다. 공군 특수부대 출신인 전 김해공항 EOD 요원 김윤건씨는 “이 파일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와 비교했을 때 천 배 만 배 정확한 자료”라며 “이 교범은 실제 특수전하는 군인들을 교육시키는 것으로 불발 날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출된 군 폭파 교범 파일, 한국공항공사 매뉴얼로 둔갑

취재진은 유출 경위를 추적하던 중 지난 2008년 한국공항공사 보안계획팀이 제작한 ‘폭발물 처리 직무 매뉴얼’에 유출된 파일이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두 문서를 비교한 결과 사진과 내용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줄 간격, 띄어쓰기 마저 똑같았다.

전 EOD 요원 김윤건씨는 “(공항공사 폭발물 처리) 매뉴얼이 1, 2, 3권까지 있다. 누군가 전역할 때 (군 교범을) 들고 나왔든지, 아니면 부대 선후배들에게 연락해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통제 교범은 육군 본부 허가 없이 복제∙복사 할 수 없다. 육군 본부 또한 공기업으로부터 폭파 교범을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교범이 무단 유출된 것이다.

군에 폭파 교범 사실 알렸지만…

한국공항공사 전 EOD 요원은 지난 1월 육군 본부에 민원 형태로 교범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문제가 된 공항공사의 직무 매뉴얼 일부도 함께 첨부했다. 하지만 민원처리기관인 육군 특수전사령부 감찰부는 ‘교범이 폐기됐다’며 사실 확인이 제한된다고 답변했다. 폭파 교범이 왜 한국공항공사에 있는지, 어떻게 유출된 것인지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파일로 된 건 폐기됐다고 해서 없어진 게 아니라 버전업이 된 거다. 버전업 되기 이전 자료도 당연히 외부 반출 금지 목록이고 군사자료”라며 “더구나 파일 유출로 의심을 받으면 당연히 확인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군 관계자 또한 ‘특전중대 폭파라고 하는 교범과 (유출된 파일의)내용이 비슷하다. 다른 기관이 이걸 가지고 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군 본부는 뉴스타파 취재가 시작되자 한국공항공사 매뉴얼과 교범 파일의 유사성을 검토한 뒤 조치에 나서겠다고 알려왔다. 한국공항공사 홍보팀은 문제가 된 매뉴얼에 대해 “담당자가 업무 참고용으로 만든 것이며 공식 매뉴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뉴얼에 적힌 발행처는 한국공항공사 시설안전본부, 연구와 편집은 보안계획팀이 담당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국방권익연구소 김영수 소장은 “(유출된) 파일이 공항공사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전달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면 폭발물 제조법이 민간에 유출된 것”이라며 유출 범위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EOD 요원 김윤건씨는 “기무사령부에서 나서서 파일을 회수하고,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퍼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폭파 교범 파일이 어디까지 유출됐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취재 : 문준영
촬영 : 최형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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