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테이블은 이제 준비됐다.

6월 12일 오전 9시에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위치한 고급 호텔 카펠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미국과 북한 사이에 수십 년 간 지속된 적대 관계와 싸움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보름 전쯤 거의 취소될 뻔했던 이번 북미회담에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한국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남북한 7천 5백만 주민들을 위한 전례없는 평화 협상 절차가 이어질 것이다.

▲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위치한 카펠라 호텔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질 회담장소로 선정되었다. (출처: 카펠라 호텔 웹사이트)

사상 최초 북미회담의 성패에 달린 것은?  

미국과 북한 모두 이번 회담에 많은 것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지난 30년 간 어느 미국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뤄낼 절호의 기회다. 즉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멈추게 하는 한편, 지난 1950년 역사상 가장 큰 희생을 초래한 것으로 꼽히는 폭격작전으로 미국이 거의 괴멸시켰던 국가인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일 백악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 참모이자 전직 정보당국 수장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후 싱가포르 회담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 번의 회담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다루는 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적대감과 문제점, 그리고 증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아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회담을 일주일 앞둔 지난 6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들떠 있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싱가포르에서의 북한과의 회담은 어떤 큰 일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곧 알게 될 것이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월 5일자 트윗.

미국 외교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로 한 결정을 조롱했지만, 외교와 북한 전략에 밝은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했다.

저는 [이번 회담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정부와 대통령이 적대국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적대국에 보상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하지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뒤집어놓은 공로를 그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 외교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대북협상가 수잔 디마지오는 6월 4일 워싱턴의 38 노스/스팀슨 센터(38 North/Stimson Center)에서 이같이 말했다.

작년 12월 북한의 협상 관례에 대해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했던 디마지오는 “대신에 미국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아마도 우리의 가장 큰 적대국인 북한과 만나는 것이 양보가 아니라는 것을, 최소한 대통령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를 할 준비가 됐음을 보여주는 반길 만한 일입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번 싱가포르 회담은 북한이 오랫동안 미국의 “적대적 정책(hostile policy)”이라고 불러온 미국의 대북 정책을 끝낼 수 있는 기회다.

여기에는 일본 오키나와와 괌에 있는 전함과 전투기에서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미국의 핵무기를 비롯해 북한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유엔의 대북제재와 195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미국의 금수 조치, 그리고 매년 미국과 한국 군인들에게 공격적인 대북 침공 및 정권 교체 전술을 훈련하는 한미 연례 합동군사훈련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궁극적인 비핵화에 합의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그는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고, 세계 무대에서 북한이 보다 나은 위치를 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후 마음을 돌린 까닭은?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문에 김 위원장의 생각이 담겼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작성된 이 담화문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맹렬히 비난한 것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며 남북한 모두에 충격을 준 지 하루 만에 나왔다.

▲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폭스 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내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하지 못할 경우 리비아(미국이 주도한 정권 교체 작전으로 망가진 나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담화문에서 "대미사업을 보는 나로서는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회유적인 담화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회담을 취소한 것이 실수임을 깨닫게 했고, 회담은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미국 대통령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문구에 감명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 제1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문을 통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 상봉(정상회담)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 왔다”며 “조선반도(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역사적인 조미(북미)수뇌상봉에 대하여 말한다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 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 왔다.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뇌 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 탓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우리는 역사적인 조미(북미) 수뇌 상봉과 회담 그 자체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첫걸음으로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에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하여 왔다. 또한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

김계관 제1부상의 5월 25일 담화문 중 발췌 인용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김계관 제1부상 역시 이 과정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즉, 미국과 북한 양측의 지도자 모두 평화와 비핵화를 아우르는 합의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고, 싱가포르 회담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일련의 협상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협상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최종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회담 - 한국 시민들의 낙관과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의 ‘시기상조론'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외교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한국 국민들에게도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싱가포르 회담이 성공을 거둘 경우,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운동기간에 내걸었던 공약, 즉 남과 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를 또 한 번 참혹한 전쟁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북핵 위기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다.

▲ 팀 셔록 기자는 작년 대선 이틀 전인 2017년 5월 7일,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를 인터뷰했다. (출처: 팀 셔록)

싱가포르 회담은 또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겠다는 약속을 확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회담이 이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3일에 싱가포르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한국전쟁 종전을 선포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기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며칠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회담 중에 “나는 그들이 [북한에서] 대단한 일이 생기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생각한다. 일본도, 한국도, 그리고 중국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그들 지역의 이웃이지, 우리 이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금융 전문가 로레타 나폴레오니는 한반도 내에서 진정한 경제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과 미국 및 다른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를 다룬 책 ‘북한: 우리가 기꺼이 싫어하는 나라(North Korea: The Country We Love To Hate)'를 저술했다.

▲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출처: 청와대)

나폴레오니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뉴스타파와의 스카이프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시작한 평화와 화해 절차가 일본과 대등하거나 어쩌면 일본보다 우월한 정치, 경제적 역량을 지닌 아시아 유력국가로 통일 한국이 부상하게 되는 새로운 역사적 단계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과거 러시아 은행을 위해 북한의 경제상황을 분석한 바 있는 나폴레오니는 남북한이 “EU와 유사한" 국가적인 무역지대를 만든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조합이 “일본을 완전히 산산조각을 낼 것"이라며 “일본은 전혀 경쟁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현재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에 그러한 평화가 올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것이 비무장지대 양측 모두에 가져다 줄 이득은 많은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주말 한국의 신문에 실린,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서울에서 평양까지 가는 열차표를 들고 있는 사진은 한국인들의 그러한 기쁨과 낙관을 잘 포착했다. 이 이벤트는 코레일과 통일 단체들이 주관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다오" 행사였다. 비무장지대 근처의 파주 도라산역은 한때 개성공단으로 가는 화물과 여객들의 통과 지점 역할을 했던 곳이다. 물론 현재 열차는 도라산역까지만 운행한다. 그러나 이 사진은 6월 12일의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분단을 끝내는 분수령이 되는 사건일 것이라는, 많은 한국인들이 품고 있는 희망을 나타냈다.

▲ 한 시민이 6월 3일 코레일과 통일 단체들이 주관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다오" 행사에 참여해 평양행 기차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와 대조적으로, 워싱턴에서는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과 한국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평화협정의 가능성에 대한 열의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대체로 워싱턴의 식자층과 소위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에 한국전쟁을 종식시키자는 합의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그들은 미국 측의 요구사항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확약을 받지도 않고 그와 대면 만남의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주장한다.

늘 그렇듯이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몇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대사로 지명할 뻔했던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한국석좌다. 차 석좌는 6월 1일 다음과 같은 내용의 트윗으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트윗은 거의 400회 리트윗됐다. 그는 “한국인들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며 이것이 “미국을 꼼짝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평화 협정은 “[한국과] 중국이 [북한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몰려들게 할 것이다. 진짜 비핵화만 빠진 채로 말이다. 뭔가 잘못돼 가는 것 아닌가?” 비핵화 없는 평화 협정은 시기상조라는 그의 발언은 (그는 이 발언을 6월 5일 미 상원에 출석해 반복했다) 6월 3일 주말 토크쇼에서 반복되었다.

▲ 비핵화 없는 평화협정은 시기상조라는 빅터 차 고문의 6월 1일자 트윗

가장 강력한 발언은 CIA 출신으로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북한을 분석하는 한국계 미국인 정 박(Jung Pak) 한국석좌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미국 CBS 방송의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없는 한반도 평화는 없으며, 비핵화 없는 평화는 가짜 평화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협정은 “시기상조"라는 북한 전문가들의 반대 주장은 다음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양국과 한국 내부의 비판을 잠재울 만큼 강한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싱가포르 현지에서 뉴스타파를 위해 북미회담의 모든 것 - 좋은 것, 나쁜 것, 추한 것 - 을 취재해 보도할 것이다.

번역 : 임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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