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지난 8월 6일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뒤 언론브리핑을 여는 것으로 13개월 간의 공식 활동을 마무리했다. 침몰 원인이 선체 내부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인설’에 김창준, 김영모, 김철승 위원이, 현재로선 침몰 원인을 확정할 수 없고 외력을 포함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자칭 ‘열린 안’에 권영빈, 이동권, 장범선 위원이 각각 서명함으로써 종합보고서는 형식상 2개의 입장을 반반씩 채택한 채로 확정됐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선조위 종합보고서의 대통령 보고본 전문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실질적으로는 ‘내인설’ 입장인 위원이 4명, ‘외력 가능성 존재’ 입장인 위원이 2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세월호 선조위 종합보고서 공개 언론브리핑 (지난 8월 6일)

‘내인설’ vs 자칭 ‘열린 안’,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선조위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종합보고서 내에 포함된 두 가지 침몰원인 조사보고서의 제목은 각각 내인설(275쪽)과 ‘가’안(228쪽)으로 표기돼 있다. ‘가’안이란 권영빈, 이동권, 장범선 등 3인의 위원이 이끌었던 외력TF의 입장을 담은 종합보고서가 지난 8월 3일 마지막 전원위원회에서 최종 채택될 당시의 제목이다. 당시 김창준, 김영모, 김철승 위원 측의 입장을 담은 보고서 초안이 편의상 ‘A안’으로 명명되자, 외력TF 측은 “왜 우리가 B안이냐, 차라리 ‘가’안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던 바 있다. 이어진 회의에서 A안 측 위원들은 종합보고서에 기재될 정식 명칭을 내인설로 확정한 반면, ‘가’안 측은 마땅한 명칭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그대로 종합보고서에 기재하기로 의결하고 회의를 마쳤다. 따라서 이들이 사흘 뒤인 8월 6일 언론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요청한 ‘열린 안’은 비공식적 명칭이다. 우선 전원위원회의 공식 의결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인설과 ‘가’안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본다.

① 내인설(김창준, 김영모, 김철승 위원 서명) 핵심 내용

세월호가 중고선으로 도입된 뒤 증개축과 경사시험(선박의 빈 상태 중량과 무게중심을 측정하는 시험)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 동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복원성이 훼손된 사실이 새롭게 조사됐다. 이에 따라 세월호는 불과 0.406의 GoM(복원성 수치 : 값이 클수록 안정적인 복원성)으로 인천항을 출발해 사고 지점에서는 청수와 연료유가 소모돼GoM이 0.306까지 떨어졌다.

▲내인설 보고서에 기재된 세월호 경사시험 결과서 수정계산표
▲ 내인설 보고서에 기재된 세월호 사고 시점 복원성 계산표

이같은 상태에서 사고 당일 오전 8시 49분경 우현 5도 변침을 시도하던 도중, 동시에 가동되고 있던 2개의 타기펌프 중 한쪽에서 솔레노이드 밸브(타를 돌려주는 유압의 흐름을 제어하는 장치) 철심의 고착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조타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가 우현으로 20도 이상 돌아감으로써 선체의 급격한 우선회가 발생했다.

▲ 세월호 타기실 위치와 조타장치
▲고착된 솔레노이드와 정상 솔레노이드 비교 사진
▲ 타기펌프의 개략적인 구조와 솔레노이드 고착 발생 위치

복원성이 워낙 낮은 상태에서의 급격한 우선회로 선체는 급속히 진행방향의 왼쪽으로 기울어졌고, 이에 따라 고박(화물을 선박에 고정시키는 것)이 부실했던 내부의 화물들도 왼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먼저 횡경사 각도가 18도에 다다른 무렵부터 D데크의 철근과 대형 건설용 차량들이 왼쪽으로 쏠리는 1차 대규모 화물 이동이 발생했고, 33도에 이르자 C데크의 화물차와 승용차들이 왼쪽으로 무너져 내리는 2차 대규모 이동이 발생했다. 그 결과 선체는 47도까지 기울어진 채로 표류하기 시작했다.

▲화물 이동 이전의 화물배치도와 화물 이동 이후의 화물 배치도 (브룩스벨 분석보고서)

이같은 판단은 마린 모형항주실험을 통해서도 타당성이 입증된다. 마린 실험에 적용됐던 다양한 복원성 조건들 가운데 GM1(0.45)에서 타각이 20~25도 정도면 횡경사는 충분히 18도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 마린 모형실험 궤적과 세월호 AIS 궤적 비교 (마린 선회 및 횡경사 최종보고서)

선체가 47도까지 기울자 C데크 좌현의 통풍구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은 통풍구를 타고 바닥층인 E데크의 좌현 핀안정기실로 흘러들어갔다. 안전 운항 수칙대로라면 닫아두었어야 할 이곳의 수밀맨홀은 열린 상태였다. 이곳 뿐만 아니라 E데크 기관구역 대부분의 수밀문이 열려 있었다. 침투한 바닷물은 급속히 선체 바닥층을 채웠고 선체는 계속 가라앉았다. 침수는 선체 전체로 급속히 확대되었고 세월호는 왼쪽으로 쓰러진 지 불과 1시간 40여분 만에 선수 일부를 제외하고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기관장비 구획 개구부 상태

② ‘가’안(권영빈, 이동권, 장범선 위원 서명) 핵심 내용

일본에서 중고선으로 도입된 후 증개축과 경사시험을 거치면서 세월호의 복원성은 상당히 나빠졌지만 내인설의 조사 결과보다는 그 정도가 적었다. 인천항 출항 당시 GoM은 0.71, 사고 당시 GoM은 0.59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 2014년 검경합동수사본부(사고당시 0.59)와 해양안전심판원(평형수 자연소실분 반영할 경우 사고당시 0.38)의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같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즉, 세월호의 복원성은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가’안 보고서에 기재된 세월호 사고 시점 복원성 계산

이같은 상태에서 2014년 4월 15일 오후 9시경 인천항을 출항한 세월호는 다음날 오전 8시 49분 2초부터 13초 사이 병풍도 인근 해역에서 정상적인 우선회를 하던 중 도중 두세 차례 요동을 일으켰고, 곧이어 18도까지 횡경사를 일으켰다. 이때 고박이 부실했던 상당량의 화물들이 왼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8시 49분 39초경 횡경사 33도 상태에서 ‘기~익’하는 소음이 발생한 직후 C데크 차량들이 대거 왼쪽으로 쓸려 내려가면서 초당 3.13도의 급속한 좌현 횡경사와 초당 3~4도의 급격한 우현 선회를 나타낸 끝에 8시 49분 48초경 왼쪽으로 47도까지 기울어친 상태로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선내로의 침수와 전복이 진행되는 과정은 내인설과 동일하다.

▲브룩스벨이 횡경사 18도에서 급격히 이동했다고 추정한 D데크 대형 드라이어와 철근

‘가’안은 8시 49분대 세월호가 급속한 우선회를 일으킨 원인이 조타펌프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장범선 위원은 인정). 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좌현 핀안정기의 내부 회전축이 한계각도의 2배 이상으로 돌아간 채 손상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외력 작용의 흔적일 것으로 추정했다(내인설에서는 이 손상이 세월호 침몰 당시 핀안정기가 해저면에 부딪히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마린 모형실험(3차 외력테스트)을 실시해 좌현 핀안정기에 외력이 작용할 경우 선회율이 상당 수준 증가하는 결과를 얻음으로써 외력 가능성을 확인했다(장범선 위원은 가능성 낮다고 봄).

▲세월호 침몰 시 좌현 핀안정기 과도한 회전 손상 가능성 (내인설)
▲운항 중 뒷편에서 좌현 핀안정기 충격시 과도한 회전 손상 가능성 (‘가’안)

또한 선조위 활동 완료 직전, 직립된 선체의 핀안정기실 내부를 육안 조사한 결과 상당한 구조 변형을 발견했고, 좌현 선미쪽 외판에서도 선체의 길이방향으로 찢어진 균열을 찾아냈는데, 이 흔적들이 외력 작용의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장범선 위원은 외력 가능성 낮다고 봄. 내인설에서는 선체 인양 과정에서 발생한 균열로 추정).

▲세월호 외력 가설이 비현실적이라고 명시한 마린 3차실험 최종보고서 일부

어떤 수중물체가 어떤 힘의 크기와 각도로 좌현 핀안정기나 선미 부위와 접촉 또는 충돌했는지에 관한 시나리오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또한 모형을 통한 외력 테스트를 실시한 마린과 선체조사를 담당한 해외업체 브룩스벨은 외력 작용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몇 가지 데이터와 선체 흔적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좌현 선미 부위의 균열 모습

‘가’안 위원들 사이에서도 외력설에 대한 입장 달라

앞서 정리한 내인설과 ‘가’안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내인설은 세월호의 도입부터 사고 순간까지 전 과정이 전후 인과관계를 갖는 일련의 시나리오로 정리되어 있는 반면, ‘가’안은 선체의 급격한 우선회 요인이 수중물체가 가한 외력일 가능성만 제기할 뿐 현실적인 시나리오(잠수함 등 동력물체인지 무동력 부유물체인지 혹은 생물체인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둘째, 내인설의 핵심 내용들은 마린과 브룩스벨 등 외부 전문기관의 판단과 거의 일치하고 있는 반면, ‘가’안의 핵심 내용들은 이들 기관의 판단과 상당 부분 배치되고 있다.

셋째, 내인설은 모든 내용에 대해 서명 위원 3인의 입장이 정확히 일치하고 있지만, ‘가’안의 경우 다수 조사 내용에 대해 권영빈, 이동권 위원의 입장과 장범선 위원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특히 세 번째 문제에 대해 주목하며 종합보고서의 대통령 보고본을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핵심 조사 내용에 대한 선체조사위원 6명의 입장 비교

①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관한 입장 차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은 내인설의 핵심 주장이다. 내인설에서는 사고 지점에서 세월호의 타기펌프 2개가 동시에 사용되던 중 2번 펌프(‘인천행’ 표시)의 솔레노이드 밸브에서 고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는 이렇다. 평소 세월호는 인천항을 출항할 때 방향 전환을 쉽게 하기 위해 1, 2번 타기펌프를 모두 켠 뒤 선박 왕래가 줄어드는 먼바다로 나가면 한쪽을 끄고 한쪽만 사용해 항해했다. 통상 오후 6시에 출항했기 때문에 그 시간 당직자인 강원식 1항사 또는 정규선장인 신보식이 출항 후 일정 시간이 지나 한 쪽 펌프를 껐다. 그런데 사고 전날은 안개로 출항이 지연돼 평소에 펌프를 끄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박한결 3항사가 출항 시 조타당직을 섰다. 출항 시 조타수는 박경남이었지만 30분 뒤 박한결과 한 조인 조준기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리고 이날은 평소 본인 손으로 직접 펌프를 껐다는 정규선장 신보식 대신에 거의 모든 운항을 선원들에게 맡긴다는 임시선장 이준석이 조타실에 있었다. 선조위의 직접 대면조사 결과, 이준석은 이날도 자신이 타기펌프를 끈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조준기는 본인이 직접 끈 적이나 끄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으며, 박한결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맹골수도 진입 전까지의 당직자인 김영호 2항사, 강원식 1항사 역시 한쪽 펌프를 끈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내인설 측 위원들은 사고 당시 세월호가 평소와는 달리 2대의 펌프를 모두 사용 중이었다고 판단했다.

▲내인설 보고서에 실린 타기펌프 시나리오. 내인설은 이 가운데 ‘라’ 시나리오를 채택했다.

이 상태에서 오전 8시 49분경 우현 5도 선회를 시도하던 중 2번 펌프의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됐고, 그 결과 조타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가 오른쪽으로 빨리 돌아가 버렸다는게 내인설의 설명이다. 선조위 조사팀이 세월호와 비슷한 타기시스템을 갖춘 목포해양대의 실습선 새누리호로 실증 실험을 해본 결과, 2대의 펌프를 작동하던 중 1대에서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발생하면 타는 초당 1도의 속도로 돌아갔다. 이같은 타의 속도와 AIS 항적 상의 선회율을 대조해본 결과 사고 당시 타는 우현으로 적어도 20도 이상 돌아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가’안 측 권영빈, 이동권 위원은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펌프 한 대를 껐는지 ‘잘 기억 나지 않는다’는 박한결의 진술만으로는 실제로 끄지 않았다는 확증을 하기 어렵고, 평소 제주를 향할 땐 제주행 펌프를 사용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인천행인 2번 펌프는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번 펌프가 사용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해당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가’안 보고서에 실린 솔레노이드 고착에 대한 위원들 간의 이견

그런데 ‘가’안 측 장범선 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장 위원은, 선원들 진술만으로는 당시 펌프 두 대가 모두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미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실물로 확인된 이상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고 당시에 2번 펌프는 켜져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것이 ‘인천행’이었다는 점으로 볼 때 출항 시 2대를 모두 켰던 상태로 사고 지점까지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는 내인설 측의 입장과 동일하다. 또 장 위원은 2번 펌프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으로 인해 타가 35도까지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해 오히려 ‘20도 이상’으로 추정한 내인설 측 입장보다 더 급격한 타각 변화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② 마린 외력 테스트 결과 해석

지난 6월 말 선조위 외력TF의 의뢰로 실시된 마린 3차 모형실험은 사실상의 ‘외력 검증 실험’이었다. 당시까지 외력TF가 조사했던 GoM 수치인 0.58로 세팅한 모형선을 선회시키면서, 외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 좌현 핀안정기에 다양한 힘의 크기(260톤 이내)와 각도, 시간을 적용함으로써, AIS 항적상 나타난 급격한 선회율(초당 15도)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검증하려 했다. (관련기사 : 마린 3차 보고서 단독 입수… “세월호 외력설은 비현실적 시나리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좌현 핀안정기의 왼쪽 뒷편에서 외력이 가해졌다는 가정 아래 얻어진 선회율의 최대값은 초당 2.7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외력TF는 이 수치를 의미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GoM을 최소화하고 타각을 최대화하며 화물 이동까지 최대치로 설정했을 때조차 선회율이 초당 2도를 넘지 못했던 반면, 외력을 가할 경우 초당 2.7도까지 얻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실제 세월호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라고 평가했던 것이다.

▲마린 3차실험 예비보고서(위)와 최종보고서(아래)의 종합결론

그러나 내인설 측에서는 이 실험에 대한 마린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외력설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선체가 크게 기울어진 상태로 선회하고 있는 선박의 AIS 데이터로부터 선회율을 계산하는 방식 자체가 큰 오차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좌현 핀안정기의 왼쪽 뒷편에서 외력을 작용할 경우 선회율은 다소 증가하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횡경사는 줄어들고 선속은 오히려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실제 세월호가 보였던 거동과 정반대의 결과이기 때문에 외력 가설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안 측의 장범선 위원은 여기서도 내인설과 같은 입장에 섰다. 핀안정기 후미에 가한 외력으로 선회율은 증가했지만 선속과 횡경사에는 실제와 다른 변화가 발생했다면서, 항해 중인 선박의 특정 부위에 하중을 가해 오로지 선회율만 증가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평가한 것이다.

③ 선체 외판 손상 분석

세월호의 선체 외판에 대한 선조위의 조사는 매우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진행됐다. 지난해 4월 선체가 목포신항에 거치된 직후부터 브룩스벨 측의 집중 조사가 시작됐고 9월부터는 선조위 조사관들도 투입됐다. 특히 수선면 아래의 외판 손상에 대해서는 인하대학교 연구팀에 별도의 용역과제를 주어 파악해 보도록 했다. 공통적인 견해는, 과거 선박 건조와 운항 발생한 변형과 인양빔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 외에는 외부 충격으로 볼 만한 구조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인설 측은 이들의 조사결과를 신뢰했다.

그러나 ‘가’안을 제시한 권영빈, 이동권 위원은 선조위 활동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지난 8월 1일 직립 상태인 세월호 외판을 육안 조사한 결과 좌현 선미 부위에서 인양 작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손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이 부위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향후 추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장범선 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파손 부위의 함몰 부위가 깊고 넓지 않아 선수 선회율을 증가시킬 정도의 큰 힘이 가해졌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며, 설사 그곳에 충격이 가해졌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선속이나 횡경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선회율만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정확히 무엇 때문에 생긴 손상인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에만 동의했을 뿐이다.

▲마린 외력실험과 선체 손상에 대한 ‘가’안 위원들 간의 입장 차이

장범선 위원 입장은 사실상 내인설… “내인설 4 vs 2 외력설”

이처럼 ‘가’안 측 다른 위원들과 견해를 달리하는 장범선 위원의 입장만으로 세월호 침몰 시나리오를 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 장범선 선조위 비상임위원

출항시 GoM 0.71이었던 세월호는 병풍도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청수와 연료유 소모 등으로 인해 GoM이 0.59로 떨어진 상태였다. 오전 8시 49분경 우현 5도 선회를 시도하던 중, 동시에 작동하고 있던 두 대의 조타펌프 가운데 2번 펌프의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되면서 조타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가 우현 35도까지 돌아가 버렸다. 이로 인해 선체는 급격히 우현으로 선회하는 동시에 좌현으로 기울어졌다. 횡경사 18도와 33도에서 각각 대규모 화물 이동을 거치면서 선체는 좌현 47도까지 기울어진 채로 표류하게 됐다.

이같은 GoM과 타각 및 횡경사의 조합은 마린 모형항주실험 결과에도 비교적 부합한다. 마린의 보고서에는 GM1 조건(0.6)에서 적절한 트림(선수와 선미가 물에 잠긴 깊이의 차이)과 타각을 줄 경우 18도 횡경사에 도달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이처럼 장범선 위원의 세월호 침몰 시나리오는 사실상 내인설 측 3명의 위원이 제시한 시나리오에서 GoM과 타각의 조합이 다를 뿐 거의 동일한 논리로 침몰 원인과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상 또 다른 버전의 내인설인 것이다.

▲권영빈 선조위 상임위원(오른쪽)과 이동권 선조위 비상임위원

반대로 ‘가’안의 다른 두 위원이 제시한 침몰 원인은 자기완결적 논리 구조와 독자적인 침몰 시나리오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세월호는 GoM 0.59 상태에서 오전 8시 49분경 정상적인 우현 5도 변침 과정을 통해 화물의 1차 이동이 시작된 횡경사 18도까지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마린 모형항주실험 결과 이같은 선체 거동을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력TF의 조사결과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된 세월호 침몰 원인 보고서인 ‘가’안은 실제로는 내인설과 외력설의 부자연스러운 조합이다. 실제로 장범선 위원은 8월 6일 진행된 언론브리핑 도중 이런 발언을 했다.

저희가 접근한 건 순수하게 외력으로 급선회와 횡경사가 일어났다는 게 아니고, 전타 상태에서 외력이 없어도 급선회와 횡경사가 그대로 일어나서 배는 넘어지게 되어 있는 상태에서, 도저히 (초당) 3.3도라는 그런 급선회도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외력을 줘서 그걸 추가로 조금 더 키워서 (초당) 2.0도에서 3.3도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외력을 줬던 것입니다.

장범선 선체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

즉, 장범선 위원은 자신이 인정한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따른 우현 35도 전타만으로 세월호는 외력 없이 쓰러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수치 해석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급격한 선회율이 나타나는 구간이 있는 만큼, 이 시점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권영빈, 이동권 위원의 외력 가설을 포용해주고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어차피 급선회로 쓰러질 상황이었던 세월호를 미지의 수중물체가 한 번 더 건드렸을 수도 있는 것 같으니 추후 확인해 보자는 주장인 것이다.

세월호 선조위원들이 내인설과 ‘가’안으로 각각 3명 씩 나눠진 것을 두고 대다수 언론들은 침몰 원인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선체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입장이 4명인 반면 외력에 따른 침몰을 제기하는 입장은 2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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