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7배 비싼 홍보용품의 비밀

2018년 08월 27일 17시 00분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정부 보조금으로 대량 구입한 물품의 가격이 시세보다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품 가격을 부풀려 회계 서류를 조작하고, 차액만큼 뒷돈을 만들어 빼돌린 것은 아닌지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2016년 중장년층 여성 인력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며 행정안전부로부터 4000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이중 절반 가량을 홍보용품 구입에 사용했다

일명 땡땡이 장바구니 2500개를 사는데 1400만 원을, 서류를 보관하는 L홀더 2000개를 구입하는데 400만 원을 각각 썼다. 장바구니의 1개당 가격은 5600원. 지난 2016년 발행된 상품안내서를 보면 똑같은 재질과 문양의 장바구니 가격은 개당 6000원으로 나와있다. 얼핏 보기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장바구니를 구입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진이 여성단체협의회에 장바구니를 납품한 업체를 직접 찾아가 받은 견적은 전혀 달랐다.

장바구니 납품업체 사장은 여성단체협의회에 납품했던 동일한 모델의 장바구니 가격을 1개당 270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여성단체협의회가 행정안전부에 보고한 장바구니 구입 단가 56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장바구니 납품업체 사장은 취재진이 깎아줄 것을 요구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265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취재진이 여성단체협의회에 실제 납품한 금액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그동안 인건비 등이 올라 2년 전보다 제품 가격이 15% 올랐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를 종합하면 여성단체협의회는 장바구니를 개당 2650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한 뒤 단가를 부풀려 차액 수백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

여성단체협의회가 구입한 장바구니는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 1개당 2400~25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여성단체협의회가 터무니없이 비싸게 구입한 물건은 또 있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서류를 보관할 때 쓰는 L홀더를 개당 2000원에 2000개를 구입했다고 행정안전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A 판촉물업체 대표는 “L홀더 가격이 1개당 2000원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자신들의 경우 “1000개를 주문하면 550원을 받고 2000개는 400원, 5000개는 280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여성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인쇄와 디자인비용이 포함돼 가격이 올라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결과 L홀더 디자인 비용은 몇 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B 판촉물업체 대표는 “일반적으로 2000개를 주문하면 개당 가격은 300원이지만, 디자인까지 의뢰할 경우 비용을 3~4만원 정도 더 받는다”며 “L홀더의 가격이 개당 300원인데 디자인비용이 1700원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디자인 비용은 2000개를 제작할 경우 1개당 15~20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여성단체협의회에 장바구니를 납품한 업체는 디자인과 배송비 등 제반비용을 모두 합쳐 L홀더 가격을 개당 250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재진에게 부가가치세 10%만 주면 물품 가격을 실제보다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고 그 차액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여성단체협의회가 정부 보조금으로 홍보용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구입단가 역시 터무니 없이 높은 이유가 국민의 세금을 빼돌리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취재 : 황일송
촬영 : 정형민, 오준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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