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태국산 음이온 라텍스와 중국산 게르마늄 라텍스 침구류에서 1급 발암물질인 방사성 기체 ‘라돈’과 ‘토론'이 검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라돈 방출 라텍스’ 문제가 생활방사선 안전에 있어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라텍스 제품에 발암물질인 라돈과 토론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원인과 전반적인 방사선량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행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상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은 안전관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 황정희(가명) 씨가 아기와 함께 2년간 사용했던 라텍스 매트리스. 황정희 씨가 간이 라돈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실내 공기 라돈 기준치 4피코큐리의 15배에 해당하는 59.5피코큐리의 라돈과 토론을 방출하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정부의 무관심과 해외 라텍스 업체의 의도된 기만

소비자들은 그동안 라텍스 제품의 판매업체와 단체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 국내 여행사를 상대로, 라텍스 실태 조사와 수거와 환불 등을 집중적으로 문의해왔다.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 속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6월 이후, 태국과 중국의 라텍스 판매 업체들은 자사 제품들이 안전하다는 방사능 측정 결과를 자사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안전하다며 수거와 환불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국내 라텍스 사용자들은  방사성 기체인 ‘라돈’과 ‘토론’을 측정하지 않고 엉뚱한 것을 측정한 조사결과가 아니냐는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 취재진은 태국과 중국의 판매업체들이 제시한 방사능 측정 결과를 검증했다. 검증 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태국의 라텍스 판매업체 두 곳은 인공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 ‘세슘'을 측정한 자료와 방사성 기체인 ‘라돈’과 ‘토론'이 붕괴한 후에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 ‘납'과 ‘비스무트' 등을 측정한 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문제가 된 라돈과 토론에 대한 측정 결과가 아니었던 것이다.

‘뉴스타파 목격자들' 취재진은 두 업체의 의뢰를 받아 라텍스 제품의 방사능을 측정하고 분석한 ‘태국 원자력기술연구소’에 라텍스 제품의 ‘라돈'과 ‘토론' 수치를 측정했는지 확인했다.

태국원자력기술연구소 분석책임자는 라텍스 제품의 ‘라돈'과 ‘토론'을 측정한 적이 없고, 업체들이 공개한 방사능 측정 결과서는 ‘라돈'과 ‘토론’의 수치를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태국 라텍스 판매업체 두 곳이 제시한 라텍스 방사능 측정 결과서는 ‘라돈 및 토론'과는 전혀 무관한 엉터리 자료임이 확인된 것이다.

▲ 태국의 ‘I 라텍스’ 업체가 제시한 ‘태국원자력기술연구소'의 <라텍스 제품 방사능 측정 보고서>. 문제가 되는 라돈과 토론을 측정하지 않고, 인공 핵분열 생성물인 ‘세슘’을 측정하여 ‘기준치 이하이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라텍스 판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국내 연구개발업체인 한일원자력(주)의 라텍스 제품 방사능 측정결과서를 공개하면서 라돈 수치가 기준치 이하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목격자들’의 취재 결과, 이 결과서는 라돈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이 검출될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성 기체 ‘토론'의 발생량을 측정하지 않은 불완전한 자료임이 확인됐다. 또 중국 판매업체 측에서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토론이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태국과 중국의 라텍스 판매업체들이 왜곡된 자료와 거짓 논리로 국내 소비자들을 기만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국내 원전 당국이 해외 구매 라텍스 제품의 방사능 실태를 정확하고 폭넓게 측정해서 공신력 있는 자료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라텍스 매장 방문 프로그램을 포함한 단체 여행상품을 운영 중인 대표적인 국내여행업체 ‘M’사와 ‘H’사는 ‘뉴스타파 목격자들' 취재진에게, 국내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라텍스 제품의 방사능이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측정 자료가 제시된다면, 여행객에 대한 주의 표명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3개월 만에 시작된 샘플검사. 그러나 또다시 연기된 원안위의 라텍스 방사능 측정

지난 5월 이후, 라텍스 사용자들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와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가 더이상 라텍스 제품의 방사능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국무조정실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라텍스 제품의 방사능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10일. ‘라텍스 사용자 모임’과 시민환경단체 ‘생활방사능 119’가 함께 확보한 제조업체별 라텍스 제품 샘플 20여 점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접수했다. 라텍스 방사능 사태가 불거진 지 3개월만으로 정부 당국이 제대로 조사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였다.

이후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바로 측정과 분석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갈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뉴스타파 목격자들’의 확인결과, 라텍스 제품의 방사능 측정 분석 작업은 계속 미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진침대 이외 국내산 침대 매트리스에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생활방사선 측정 분석 인력이 모두 비상 업무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생활방사선 측정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단 2명뿐이었다. 이는 원안위와 정부가 그동안 생활방사선 문제에 대해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점이다.

생활방사선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법 개정과 함께, 무엇보다 생활방사선 문제에 대한 원안위와 정부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취재작가 오승아
글 구성 최미혜
취재 연출 남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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