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지난 4월 보도한 평택대 조기흥(86) 전 총장의 교직원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1심 법원이 조 전 총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을 인정했고, 가해자의 거듭된 거짓 변명을 이유로 고령이지만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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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재판장 이승훈)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교 여성 직원 A씨를 수년간 성추행한 혐의로 조기흥 전 평택대 총장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도 내렸다. 뉴스타파는 조 전 총장 관련 판결문을 입수해 구체적인 양형 이유를 살펴봤다.

재판부,“피해자의 일관성 있는 진술 인정”

조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교직원 A씨가 조 전 총장으로부터 20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과 성추행 피해를 당한 것으로 봤으나, 2013년 친고죄가 폐지된 후 발생한 성추행 2건만 재판에 넘기고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4월, 조기흥 전 총장이 검찰 기소 이후에도 재단 이사직을 유지하는 등 학교나 법인의 제대로 된 조치가 없어 A씨가 지속적으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피해자 A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조 전 총장의 가족과 측근들이 포진해 있는 학교와 재단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가해자 편만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 전 총장은 취재진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일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전 총장의 주장을 기각하고, 추행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은 추행 당시 평택대와 학교법인 운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었고, 피해자의 인사권자로서 피해자의 자유 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추행 행위가 피고인이 운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피어선 기념학원 서울사무실(학교법인) 내 휴게실에서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하면 업무상 위력에 의해 피해자를 추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는 커녕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감사 증인 소환 요구에도 불응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의 연령, 범행 경위, 범죄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조 전 총장은 성폭력 혐의 외에도 사립학교법 위반과 교비횡령 등으로 지난 2014년 1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성폭력의 직접적인 증거나 목격자가 없음에도 재판부가 조 전 총장의 성범죄 혐의를 인정한 데는 피해자의 처지와 일관된 진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폭력을 계속 당하는 고통보다 일자리, 가정, 사회적 관계나 지위 등 더 많은 것을 한번에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20여 년에 걸친 성폭력을 참아왔으나, 나이가 들어가면 피고인의 성폭력이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나자 가정이 파탄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사실을 고소했다”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추행 사실에 대해 구체적인 경위와 경과, 행위 등 본질적인 면을 대체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만 읽어 봐도 얼마나 긴 세월 동안 깊은 상처를 켜켜이 쌓아 왔고, 그 상처를 꺼내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알 수 있다”며 A씨 탄원서 내용 일부를 판결문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경력과 생계뿐만 아니라 신변까지 위협받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당해보지 않고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성범죄 피해의 통한을 고하기 위해 절박하고도 절실한 심정으로 이렇게 호소합니다. 지난 세월 동안 내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한 치부가 남들에게 드러날까 무서워서 죄인처럼 숨죽여 살아왔던 제 자신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남편과 자식들에게 떳떳치 못해 너무 미안한 마음을 숨기고 사느라 얼마나 힘에 부쳤을지, 만약 남편이 이 사건의 진실을 모두 알게 될 경우 가정이 파탄 날 게 두려워 매일 가슴 졸이며 전전긍긍했는지…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이 마음을 열고 저의 원통한 심정을 헤아려 주셔서, 관심과 지혜, 용기를 한데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시한 A씨 탄원서 중 일부

“피해자 심정 헤아린 의미 있는 판결”...조 전 총장 ‘항소’

조 전 총장은 항소했다. 피해자 A씨는 “최근 미투 관련 재판을 보면 피해자가 이기는 경우가 거의 없어 주변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승소해서 정말 다행”이라며 “조 전 총장이 항소해 마음을 놓을 수 없으나, 이번 판결이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의 재판을 도왔던 지역 성폭력상담소도 이번 판결을 “고무적이고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평택 성폭력상담소 김정숙 소장은 “최근 성폭력 사건을 보면 증거가 불충하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고, 이를 계기로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무고죄 등으로 반격을 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직접적인 증거나 증언이 없었음에도 재판부가 피해자의 사회, 경제적인 조건, 직장 내 권력관계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성폭력 피해가 확실하다고 인정해 준 것으로, 다른 성폭력 사건들에도 좋은 영향을 줄 만한 고무적인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A씨를 지지해 온 평택대 교수회 측은 “A씨가 그간 당한 피해 사실에 비하면 형량이 결코 무겁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검찰 구형부터가 워낙 낮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법정구속이 돼  천만다행”이라며 “그동안 조 전 총장을 감싸기 급급했던 재단 이사진들은 하루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대 교수회는 지난달 말 국민신문고를 통해 교육부에 법인 이사회 전원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와 임시이사 파견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조 전 총장의 이사직을 유지시켰던 재단 이사 4명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취재진은 이번 판결에 대해 평택대 유종만 이사장에게 입장을 물었다. 유종만 이사장은 “사실에 대한 진실여부를 떠나 법원 판결을 수용한다”며 “(조 전 총장이) 평생을 학교를 위해 희생했는데,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재단이 조 전 총장을 감싼 적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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