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버티는 동아일보···속수무책 방통위
2014년 깜깜 재승인 담당에게 문책조차 안 해

동아일보가 2012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6년 6개월째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인 채널A 지분 소유 제한 법령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7월 22일 한나라당의 국회 미디어법 날치기로 ‘신문 방송 겸영’이 시작됐으되 그나마 여론 과점과 왜곡을 걱정해 ‘일간신문은 종편 주식이나 지분 총수의 30%를 넘겨 가질 수 없게 한 방송법 제8조 3항’을 위반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뒤늦게 시정명령을 내렸다. 방통위는 5년여 만인 2017년 2월에야 위법행위를 알았을 정도로 무능했음에도 2014년 깜깜 재승인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아 사건을 키웠다.

채널A 지분 29.99%를 가진 동아일보의 김재호 사장이 2012년 5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제16대 이사장을 함께 맡으면서 ‘소유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방통위 판단. 김 이사장 때문에 동아일보의 특수관계자가 된 고려중앙학원이 채널A 지분 0.61%를 가져 결국 주식 총수 30.60%(29.99% + 0.61%)로 법을 어겼다는 것. 방통위는 이를 바탕으로 삼아 2017년 8월 31일에야 “6개월 이내에 동아일보사가 소유한 채널A 주식을 채널A 전체 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하로 유지”하라고 처분했다.

▲김재호 이사장 취임을 알린 고려중앙학원 인터넷 홈페이지 연혁

주주 주식 수 지분율
동아일보 23,900,000 29.32%
김재호 김재열 임ㅇㅇ 잉ㅇ 김ㅇㅇ 정ㅇㅇ 544,760 0.67%
고려중앙학원 500,000 0.61%

▲채널A 위법 소유 관련 주식. 김재호 사장과 고려중앙학원  등 특수관계자 주식이 2494만4760주로 지분 30.60%를 차지한다. 채널A 전체 주식 수는 8152만 주

시정명령이었지만 동아일보가 듣지 않았다.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통보받은 지 3개월 만인 2017년 11월 30일 행정소송을 일으켜 명령에 따를 뜻이 없음을 내보였다.

‘김재호 이사장이 단독으로나 다른 자와 계약·합의해 고려중앙학원의 대표자나 임원의 과반수 이상을 뽑을 수 있는 자가 아니’어서 특수관계자일 수 없다는 게 동아일보 쪽 주장. 특히 채널A 방송사업을 승인(2011년)·재승인(2014년)할 때 고려중앙학원과 동아일보가 특수관계자라는 해석이나 처분이 없었기에 ‘신뢰 보호 원칙’을 거스른다고 주장했다. 방통위가 내민 행정절차에 따라 사업 승인과 재승인을 받았는데 왜 뒤늦게 잘못을 따지려 드느냐는 것. ‘우리(동아일보)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니 잘못은 너희(방통위)에게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 쪽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에서는 “사건 결론이 안 나서 따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전해왔다. 10일 동아일보 경영전략실(채널A 겸직)도 “동아일보는 방통위와 다르게 사실 관계를 해석하고, 해석한 경과에도 인식 차이가 있어 행정소송 중"이라며 “(위법 지분 관련) 질문 내용이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 주관적 판단과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자기 잘못을 잘 알고 있었다. 2017년 8월 31일 동아일보에 건넬 시정명령을 의결할 때 신 아무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이 “2014년에는 이 부분(소유 제한 위법)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고 특수관계자 여부를 두고도 “사실상 그때 인지를 못한 측면이 조금 있었다.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고 보고했다. 2012년 5월에 시작된 위법을 2014년 3월 첫 재승인 때 까마득히 몰랐고, 2017년 2월에야 찾아낸 잘못을 방통위 사무처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이런 흐름에 더 눈길을 둬 동아일보 쪽 손을 들어 줄 개연성이 있다.

▲2013년 5월 20일 이경재 전 방통위원장(오른쪽 가운데)이 서울 서초동 팔레스호텔에서 유재홍 당시 채널A 사장(왼쪽 아래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종편 4사 대표를 만나 건의 사항을 듣고 논의했다.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잘못 “감사할 일”

당연히 감사해야 할 사안입니다.

방통위 관계자 말. 그는 종편 재승인 업무에 부실했으니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봤다. TV조선미디어렙·MBN미디어렙·미디어렙A 주주들이 가질 수 없는 지분을 소유한 걸 까마득히 모른 채 2014년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미디어렙) 허가와 2017년 재허가를 연거푸 내준 잘못과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렙을 두고는 여러 허점과 논란이 있었으되 방통위 특정감사가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위법한 채널A 주식 소유를 모른 채 2014년 방송사업을 재승인한 데 이어 2017년에도 재승인한 흐름을 두고는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방통위 감사팀은 이런 잘못을 알지 못했고, 방송정책국으로부터 감사 요구가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감사 담당은 다만 뉴스타파 취재를 “제보 아닌 제보”로 인식한다며 “동아일보 건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개별적으로 조사해 문제점이 있으면 성역 없이 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방망이 감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2014년 종편 재승인 업무를 지휘했던 정 아무개 당시 방송정책국장은 2017년 9월 퇴직해 뒤늦게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 2017년 초 동아일보의 위법한 지분 소유가 확인됐지만 그가 방통위를 떠나기 전에 책임을 물은 흔적도 없다. 그때 실무를 맡았던 김 아무개 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2015년 ~ 2016년 4대 통신사업자 과징금 100억 원 봐주기 사건’과 관련해 직무 유기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방통위가 자체 감사를 벌여 김 과장에게 종편 재승인 부실 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2017년 종편 재승인과 동아일보 시정명령 업무를 지휘한 김 아무개 당시 방송정책국장은 방송기반국장이던 2014년 종편 미디어렙 허가에 얽힌 잘못으로 특정감사를 받았음에도 징계를 ‘주의’로 갈음하고 말았다. 김 국장을 도와 실무를 책임진 신 아무개 방송지원정책과장은 고려중앙학원에 속한 학교를 다닌 이력이 있어 동아일보 시정명령 업무로부터 배제됐어야 마땅했을 것으로 보였다.

▲2015년 2월 25일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가운데)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종편 4사 제작 책임자들을 만나 건의 사항을 듣고 논의했다. 최 위원장은 2014년 5월 7일과 2016년 3월 15일에도 임채청 당시 채널A 부사장을 비롯한 종편 4사 대표들과 간담했다.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동아일보와 채널A, 시간 끌기 효과 누려

동아일보는 2017년 초 위법행위가 확인된 뒤 ‘채널A 자본금 총액을 늘려 위법 상태를 풀겠다’는 뜻을 방통위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채널A에 자본금 20억 원쯤을 새로 끌어들여 30.60%인 동아일보 지분을 30% 아래로 내리겠다는 것. 하지만 1년 6개월이 넘도록 돈 댈 곳을 찾지 못해 허튼 약속이 됐다.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이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도 위법 상태를 풀 방법이지만 실행하지 않은 채 세 법인 지배력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동아일보 쪽 소송 제기를 “시간 벌기”로 봤다. 동아일보와 채널A 쪽에서 “생각 외로 증자가 잘 안 된다. 투자할 사람을 찾고 있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일단 소송을 걸어서 (시정명령) 집행을 유예하는 정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바른미래당 추천)은 “그래서 (방통위가)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풀어냈다. 그는 2017년 8월 31일 시정명령을 의결할 때에도 “결과적으로 (동아일보가) 법을 위반한 상태가 됐고, 방통위의 실무가 부실했던 것”이라며 “그전에 충분히 검증이 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자유한국당 추천)도 “2014년 재승인 심사 때 (동아일보가 채널A 주식 소유 제한을) 위반한 상태로 우리가 재승인을 내준 셈”이라며 “그런 부분을 3년이 지나 발견했으니 그만큼 우리 책임도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런 흐름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6년 6개월째 위법한 동아일보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이 방통위 쪽 손을 들어 주더라도 동아일보가 불복해 소송이 길어지면 ‘위법한 신문 방송 겸영’도 계속될 것으로 보였다.

한편 TV조선미디어렙·MBN미디어렙·미디어렙A 주주들이 위법한 주식을 가진 걸 모른 채 2014년 12월과 2017년 3월 연거푸 사업권을 내준 책임을 묻는 방통위 감사팀의 방송기반국 특정감사 결과를 두고 상임위원 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위원은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냥 간단하지 않았”지만 “(감사팀) 결론이 그렇게 (‘주의’와 ‘경고’ 정도로) 나와서 수용했다”고 전했다. 감사팀이 내어 온 결론을 두고 따로 지적하거나 수정하기 어려웠다는 뜻으로 들렸다. 또 다른 위원도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아쉬움이 있지만 그렇게 (결정)한 걸 (두고) 이렇다 저렇다 하기 어려워 위원장에게 일임했다”고 전했다.

“일벌백계 원칙을 제시했다”는 위원도 있었다. 그는 “행정에 의도가 개입돼 중대한 하자를 누군가 무시하거나 덮었거나 배제하거나 해서 (미디어렙 사업을) 허가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짚었으되 “(감사) 결과로 보면 그런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사무처가 상임위원들에게 타당한 징계 수위를 제시했는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지난 1일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미디어렙 재허가 기본계획을 짠 담당 국장과 과장을 감사하지 않은 까닭이 무엇인지, ‘주의’와 ‘경고’에 그친 특정감사 결과가 적절했는지, 2018년 8월 6일 상임위원 간담회에서 위원 간 이견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고, 감사 결과 보고서 등을 참조하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취재 : 이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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