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셜록-프레시안> 공동기사

지난 9월 8일,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이 느닷없이 주말 임원회의를 소집했다. 회사 건물에 있는 커피숍에 임00 법무대표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임원이 모였다. 9월 3일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사무실에 이어, 7일 양 회장 자택도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당한 직후였다.

분위기는 침울하고 무거웠다. 양 회장은 임원들에게 이후 대책을 물었고, 뮤레카 김모 대표가 조심스레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매각’을 제안했다. 양 회장은 “절대 팔지 않겠다”며 화를 냈다. 그러면서 자리에 없던 임 대표를 언급했다.

임 대표가 내게 (수사를 피해) 외국으로 가랬는데, 이제는 임 대표가 외국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요?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비꼬는 말투였다. 양 회장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 의아해하는 임원들에게 “지난 8월 한 달 동안 임 대표가 수억 원의 현금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돈을 건넸는데도 경찰 압수수색을 막지 못한 것을 질타하는 발언이었다.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7월 2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양 회장은 경찰 수사를 피해 캄보디아로 도피성 해외출장을 떠났다. 이를 권유한 것은 임 대표였다. 임 대표는 “해외에 가 계시면 내가 사태를 수습해보겠다”는 취지로 양 회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 임 대표가 되레 외국으로 가야 한다는 양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양 회장이 임 대표에게 줬다는 돈은 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또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을까?

지난 8월, 양진호 측근 임모 대표가 가져간 현금만 2억 2000만 원

복수의 양진호 회사 직원들 말을 종합해 보면, 임 대표가 양 회장에게 가져간 돈은 2억2000만 원이다. 모두 현금이었고 회삿돈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직후 2000만 원을 가져갔고, 8월 중순께 또다시 2억 원을 가져갔다.

취재진은 최근 임 대표를 만나 사실관계를 물었다. 임 대표는 양 회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양 회장의 변호사 비용, 특히 A교수 집단폭행 교사 사건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일명 그림자 변호 자금으로 사용했는지”를 묻자, 임 대표는 완강히 부인했다. 취재진이 의심한 '그림자 변호’는 사건 수임계를 내지 않고 검찰과 경찰에 로비하는 것을 말한다.

모두 양 회장을 위한 변호사 선임 등에 썼습니다. 계약서도 있어요. 소위 말하는 ‘그림자 변호’에 쓴 일은 절대 없습니다. 통상적인 변호사 비용보다 커서 의심하는 모양인데, 성공보수까지 (양 회장에게서) 한꺼번에 받았기 때문에 금액이 좀 컸던 겁니다. (사건이 진행 중이기에) 성공보수는 아직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선지급하고 남은 돈은 내가 보관 중입니다.

양진호 회사 임모 대표

하지만 ‘그림자 변호’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임 대표는 계약을 맺은 변호사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임 대표가 직접 언급한,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 성공보수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수표깡'으로 만든 현금으로 변호사 선임했다?

임 대표의 주장을 믿어준다 해도, 그가 왜 현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불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간 양진호 회사는 변호사들과 자문계약을 맺을 때마다 모두 회사 계좌를 통해 자금을 이체했다. 변호사와 거액의 현금을 현금으로 주고받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임 대표가 경찰의 압수수색(9월 4일) 전인 8월 한 달 동안 들고나간 2억2000만 원은 모두 현금이었다. 임 대표에게 나간 ‘변호사 비용’의 용처에 의심이 가는 이유다.

현금 2억2000만 원이 만들어진 배경도 의심스럽다. 취재진이 만난 복수의 양 씨 회사 직원들은 임 대표가 가져간 현금이 대부분 '수표깡'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증언했다. 수표로 가전제품 등 상품을 산 뒤, 이를 중고시장에 현금으로 되팔아 현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돈은 꼬리표가 없는 비자금으로 변신했다. 취재 중 만난 양진호 회사의 직원들은 “정상적인 변호사 비용이라면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2억2000만 원을 정상적으로 변호사비로 썼다면 수표로 그냥 주면 됩니다. 하지만 양 회장과 임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회계팀에서 '수표깡'으로 현금을 만든 뒤 가져다 썼습니다. 회계 담당자가 '(양 회장이) 임 대표에게 현금을 주라고 해서 미치겠다'고 말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당시 회사에는 그렇게 큰 현금이 없었습니다.

위디스크 전 직원 A씨

위디스크 직원 A 씨는 "임 대표가 가져간 2억2000만 원은 (양 회장이) 급히 필요하다고 해서 수수료를 더 주고 만든 돈이었다"고 말했다. "회계 담당자가 임 대표를 직접 만나 그의 차 트렁크에 넣어줬고, 이후 양 회장에게 '잘 전달했습니다'라고 보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수표깡 현장에 직접 간 적도 있습니다. 회계 담당자와 제2 롯데월드 근처 호텔에서 정장 입은 남성에게 수표를 주고 돌아왔습니다.

위디스크 직원  A 씨
▲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가운데)

“경찰 수사 때 경찰 지휘 라인과 친한 변호사 선임”

양 회장이 회사 계좌나 수표 등으로 처리한 변호사 비용은 상당한 규모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양 회장은 경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변호사와 자문계약을 맺었다. 회사 고문 법인인 법무법인 OO에 5000만 원, B 변호사에게 6000만 원, C 변호사에게 5000만 원, D 변호사에게 2000만 원을 각각 자문계약 명목으로 보냈다.

B 변호사와 C 변호사는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담당했고, D 변호사는 뮤레카를 담당했다. D 변호사는 임 대표의 친구로 알려져 있다.

겉으로는 모두 정상적인 계약이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특히 B 변호사와 맺은 자문계약에는 수상한 점이 많았다.

일단 경찰 출신인 B 변호사는 양 회장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고위 인사와 잘 아는 사이였다.  “고향이 같아 경찰에 있을 때부터 친했다”는 말도 나온다. 양 회장이 경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최적의 변호사를 찾은 셈이다. 게다가 양진호 회사 임직원들은 계약 당시부터 B변호사의 역할을 몰랐다. 그러고도 자문계약을 맺고 돈을 보냈다. 모두 양 회장의 지시였다. 양진호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공익신고자는 이 대목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법무팀 직원들도 B 변호사와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수사과정에서 B변호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변호사가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인 변호사 선임으로 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공익신고자

B변호사의 영입 이유가 ‘양진호 회장을 위한 그림자 변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양 회장이 자신의 이혼소송에 막 판사복을 벗고 나온 최유정 전 부장판사를 수억 원의 수임료를 주고 선임, 결국 승소한 사실까지 겹쳐 보면 의심은 더욱 커진다.

취재진은 B 변호사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그는 완강히 부인했다. “수사를 맡은 경찰 고위급 인사와 친분이 있는 건 맞지만, 청탁은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는 주장이었다.

임 대표가 받아간 돈은 총 16억여 원, 사라진 13억 원의 행방은?

그렇다면 양 회장이 사건 해결을 위해 쓴 수상한 자금은 임 대표가 받아간 2억 2000만 원이 전부일까? 취재과정에서 두 건의 수상한 돈 흐름이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양 회장은 뉴스타파와 셜록의 보도를 앞두고 평소 자신이 거래하던 침향박물관과 3억 원대 자금을 주고받았다. 양 회장이 그 동안 사들인 침향을 모두 넘기고 돈을 받아갔다. 양 회장이 침향박물관장에게 먼저 침향을 팔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임 대표를 시켜 3억 원을 받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양 회장은 돈은 받고 침향은 넘기지 않았다.

양 회장은 구속된(11월 9일) 이후에도 현금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을 처분해 10억 원대 현금을 손에 쥐었다. 양진호 회사의 한 직원은 “그 중 11억 원이 회계팀 김모 이사를 통해 법무팀 임 대표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그 돈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지난 9월 소위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 양 회장이 자기 회사의 법무대표 임모 씨 등에게 전달한 자금은 16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 이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최근 경찰은 임 대표의 차량을 압수수색해 차 안에서 3억5000만 원어치 현금다발을 발견했다. 하지만 나머지 자금 13억 원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임 대표는 “양 회장에게 받은 돈을 모두 양 회장을 위한 변호사 비용으로 쓰였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진호 회사가 쓴 법률비용은 이 16억 원과는 분명히 별개의 돈이기 때문이다.

양진호 회사의 회사 직원들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곧바로 경찰 압수수색이 들어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압수수색은 한 달이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양 회장이 체포된 건 또 두 달이 지나 <뉴스타파>와 <셜록>이 폭행영상을 공개한 뒤였다. 앞뒤 정황을 살펴볼 때, 수사가 늦어진 건 분명해 보인다. 혹시 ‘지연된 수사’와 16억 원간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수사기관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취재 :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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