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카이스트 가짜출근 모르면 간첩"...병무청, 보도이후에도 적발

2019년 01월 17일 09시 28분

뉴스타파가  지난 9일 ‘가짜출근에 대리출근’...카이스트 병역특례 난맥상 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낸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병무청은 충남대전지방병무청과 합동으로 보도 다음날인 10일부터 15일까지 카이스트 본교와 문지캠퍼스를 방문해 전문연구요원(이하 전문연) 복무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병무청 실태조사, 뉴스타파 보도 후에도 7명 ‘가짜출근’ 적발

병무청은 조사 결과 출근체크만 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학생 7명을 적발했다면서 무단결근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복무연장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런 행태가 근절될 때까지 불시 실태조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짜출근 실태가 보도된 이후에도 출근체크만 하고 기숙사로 가는 학생이 여전히 있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카이스트, 즉 한국과학기술원 측도 대책을 내놨습니다. 대리출근을 막기 위해 출퇴근 인증 때 사용하는 QR코드 발생 시간을 현행 15초에서 3초로 줄였으며 전문연 학생들에 대한 복무관리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정도 대책으로 오래된 관행인 ‘가짜출근’ 행태가 사라질 수 있을까요?

보도 후 카이스트 학생과 졸업생이 취재진에게 이메일 등으로 보내온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저희 학교에서 정말 가짜출근 모르면 간첩입니다. 굉장히 만연하고 심각한 문화입니다.

출퇴근 체크 줄에 여학생이 서 있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전문연구요원의 복무관리 책임은 1차적으로는 지도교수와 학과장,대학원장에, 2차 책임은 학교 측에 있습니다. 이들이 복무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할 책임은 병무청에 있습니다.

전문연 복무 중인 학생이 출근체크만 하고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도교수나 연구실 동료들이 모를 수가 없습니다. 묵인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병역법에는 전문연 복무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자연계 대학원장에게 최대 2천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해당학교는 다음해 전문연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가짜출근’ 만연 카이스트...적발 사례는 무단 외출 1명 뿐

그런데 지금까지 병무청이 카이스트에서 적발한 복무관리 위반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과거 한 명이 영리활동을 하다 적발돼 편입이 취소된 것과 지난해 1명이 무단외출을 했다 적발된 사례 1건 뿐입니다.

학생들은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가짜출근이 만연해왔는데 그동안 학교 당국도 병무청도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병무청은 학교 연구실마다 방문해 전문연구요원들에게 위반사실이 있는지 없는지 묻는 복무진술서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본인들에게 위반사실을 묻는 방식이 효과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병무청은 앞으로 실태조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발생한 상습적인 ‘가짜출근’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언급이 없습니다.

카이스트 학교 측도 마찬가지입니다. CCTV를 통해 가짜출근을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영상보관 기간이 1달밖에 안돼 지난 일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대한 문제를 덮어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카이스트 측과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는 병무청이, 그동안 ‘걸리지도 처벌받지도 않는’ 가짜출근 관행을 부추겨 왔는지도 모릅니다.

‘출근변경 신청제도’ 있는데도 제도가 부실하다?

보도 후 카이스트 전문연구요원 몇 명이 뉴스타파에 항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유튜브와 포털 기사 댓글에도 비슷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 요지는 이렇습니다.

1.야간 실험이 많은 이공계 박사과정에 9시-6시 근무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2.박사과정은 대부분 9시간보다 훨씬더 오랫동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카이스트 전문연의 경우 야간 실험 등을 감안해 출근시각을 오전8시부터 10시30분 사이에 하도록 해두었습니다. (서울대의 경우 병무청 매뉴얼 대로 9시 출근-6시 퇴근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만약 오전 10시 30분까지 출근하기도 힘들 정도로 새벽 늦게까지 일했을 경우 출근시각 변경신청을 하면 오후에 출근할 수 있습니다.

오전 4시 30분 이전에만 신청하면 담당교수에게 신청이메일이 전송됩니다.  새벽시간에 일일이 교수의 승인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신청 후 6시간이 지나면 자동승인이 나게 돼 있습니다.

▲ 카이스트가 학생들에게 안내한 전문연 복무관리 매뉴얼

외출이나 휴가 신청처럼 학교 전자복무시스템 웹사이트에서 해도 되고 모바일로도 가능합니다. 신청하는데 몇분 걸리지도 않습니다. 깜박해서 오전 4시 30분이 지났다면 이메일로 별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뉴스타파에 전화를 걸어온 한 카이스트 공대의 3년차 전문연 학생은 출근시간 조정제도를 알고는 있지만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번거롭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단 몇 분이면 편한 시간대로 출근시각을 조정할 수 있는데 이게 불편해서 가짜출근체크를 한 다음 기숙사에서 쉬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카이스트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출근조정신청제도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시스템상으로 확인된다”고 말했습니다. ‘번거로움’의 문제가 학생 전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카이스트 전문연구요원의 실제 근무시간은?

보도가 나간뒤 카이스트 측에서 복무관리시스템에 찍힌 출퇴근 시간을 분석한 자료를 내놨습니다.  2018년 기준,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1시간 26분, 평균 퇴근 시각은 밤 9시 21분이었습니다.

평균적으로 오전 9시55분에 출근해 밤 9시21분에 퇴근한 셈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엔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이 포함돼 있습니다. 사람마다 식사에 걸리는 시간이 다르겠지만 평균 1시간씩 잡으면 실제 근무시간은 9시간 26분이 됩니다.

더군다나 이 통계에는 그동안 무수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가짜 출근체크로 산입되는 근무시간도 포함돼 있습니다.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지난해 발표한 연구환경실태 조사 결과입니다.

▲ 2017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 연구환경실태조사 (2017.12.21-2018.1.10 ) 응답자 1900여 명 가운데 20%는 박사과정

점심시간 등의 기타시간을 뺄 경우 전문연구요원에 해당하는 박사2년차부터 5년차의 평균 근무시간은 8.4시간입니다.

결국 현재의 전문연구요원 복무관리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가짜출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의 경우 한학기 등록금 9백여만 원 가운데 8백만 원이상을 국비와 연구비등으로 지원받고 있습니다. 병역을 대신하는 전문연 배정인원도 매년 260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과학기술인재 양성에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그만큼 국가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계 박사과정이라는 특성에 맞게 일반 현역병이나 민간업체에서 일하는 전문연구요원과는 다르게 적용되는 복무규정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축소 방침이 알려졌을 때 큰 이슈가 됐고 카이스트 학생들도 반대에 앞장섰습니다.

그런데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잘못된 관행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속되고 있고

학교나 병무청에서도 복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이 제도의 혜택을 입고 있는 학생들 스스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취재 : 최기훈
CG :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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