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뉴스타파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대기업 갑질 사례를 ‘갑질타파’라는 시리즈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등 감독 당국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짚어볼 예정입니다. 갑질타파 두 번째 기업은 롯데그룹입니다.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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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타파]
롯데① 수원역 롯데몰에서 집을 날리다
롯데② 미스터리 계약서
롯데③ 삼겹살 갑질, 그 후

지난 3월 3일 서울에 있는 한 롯데마트 매장. 이른바 ‘삼겹살데이’를 홍보하는 판촉 행사가 한창이다. 삼겹살데이는 마트 입장에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언뜻 삼겹살 소비가 많은 시즌이니 삼겹살을 납품하는 업체한테도 대목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삼겹살데이 행사가 누군가에겐 끝나지 않는 악몽이다.

▲ 지난 3월 3일 ‘삼겹살데이’ 판촉 행사가 한창인 롯데마트

전북 완주군에 있는 돼지고기 육가공업체 신화. 2002년 정육점에서 사업을 시작한 윤형철(46살) 대표는 그야말로 육가공 업계에서 ‘신화’를 썼다.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한 2009년 이후 매년 6백억 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각종 축산물 브랜드 인증은 물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 등을 받았다. 윤 대표는 ‘신화’를 잘 나가는 중소기업으로 키웠다. 윤 대표는 2012년 7월 롯데마트 측의 제안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기업과 거래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한다. ‘신화’의 불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육가공업체 신화 대표 윤형철 씨

‘삼삼데이’ 행사 기간에 더 손해보는 납품업체

2014년 3월 3일, 삼겹살데이에 신화가 롯데에 납품한 삼겹살은 킬로그램 당 9천백 원. 그런데 같은 시기 다른 거래처에는 킬로그램당 만4천5백 원에서 만5천 원에 납품했다. 롯데 납품가가 다른 거래처의 3분의 2 수준에도 못 미친다. 롯데마트의 상품 구매 직원은 “홈플러스나 이마트와 경쟁을 해야 한다”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납품할 것을 요구했다. 행사가 끝나면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했지만 보전 금액은 손실 금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삼겹살을 킬로그램 당 9천백 원에 납품받은 롯데마트는 8백원을 더해 9천9백 원에 팔았다. 소비자들은 싼 값에 고기를 사먹고 롯데마트는 돈을 벌었지만 고기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적자에 허덕여야 했다.

▲신화가 2014년 3월 3일 ‘삼겹살 데이’에 롯데의 한 매장에 납품한 삼겹살 거래명세표(위)와 이튿날 다른 거래처에 납품한 삼겹살 거래명세표(아래). 롯데 매장에는 돼지삼겹살을 킬로그램 당 9천백 원에 납품했고, 다른 거래처에는 1만4천5백 원에 납품했다.

삼겹살 데이같은 행사 기간에는 마트 쪽에서 삼겹살과 목심 등 특정 부위만 납품을 요구한다. 하지만 돼지를 도축했을 때 나오는 삼겹살과 목심은 18%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남은 부위는 헐값에 다른 업체들에게 팔아 넘겨야 했다. 손실은 더 커졌다.

킬로그램당 9천9백 원을 다 받은 것도 아니었다. 롯데마트는 매출대금의 7%에서 10% 가량을 물류비 등의 명목으로 떼 갔다. 신화는 롯데마트의 오산, 용인, 김해 물류센터까지 고기를 배송해준다. 그러면 세 곳의 물류센터에서 검수를 마친 뒤 롯데가 전국의 매장으로 물건을 배송한다. 이 때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협력업체에게 떠넘긴 셈이다.

“롯데마트, 물류비용까지 협력업체에 떠넘겼다”

신화가 롯데와 거래를 하기 직전 해인 2011년 총 매출은 6백10억 원, 순이익은 17억 원이었다. 그런데 롯데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적자를 보기 시작해 매년 3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다. 2016년 법원에 회생신청을 한 후 법원이 선임한 회계법인이 감사를 진행한 결과 롯데마트와의 거래로 발생한 영업손실은 4년 동안 총 109억 원이었다.

▲롯데마트와 거래를 하기 직전 해인 2011년 6백10억 원 매출에 17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 신화는 롯데마트와 거래를 시작한 2012년부터 적자를 기록해 2013년부터는 연속 3년 3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윤 대표는 결국 2015년 8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당시 신화는 백억 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지만 조정원 측의 중재로 윤 대표는 몇 차례 양보를 거듭했다. 조정원은 조정 3개월 만인 그해 11월 ‘롯데가 신화에 48억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통상 분쟁 당사자 간에 조정이 안 될 경우 조정이 결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례적으로 지급 결정이 내려졌다. 롯데 측은 조정원의 결정을 거부했다.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당시 ‘삼겹살 갑질’이 큰 이슈가 되면서 공정위가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3년이 흐른 지금 이 사건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공정위 조사만 3년, “눈 가리고 싸우는 격”

2017년 1월 공정위는 전원회의에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는 해당 사건을 조사한 심사관이 조사한 사건 개요와 함께 위법성 판단, 심사관의 조치의견 등이 담겨 있다. 당시 심사관의 조치의견은 △롯데마트 대표 고발 △하도급 불공정 시정명령 △과징금 5억 원 등이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2017년 9월에서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보완 조사를 하라는 재심사명령이 내려졌다. 공정위는 재심사명령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 신고인인 윤 대표는 공정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다시 1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조사를 보완해 다시 전원회의에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 담긴 심사관의 조치의견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정위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고 결과만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사보고서는 신고를 한 신화 측에서는 볼 수 없고 신고를 당한 당사자인 롯데 측만 볼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는 굳이 따지자면 검찰의 기소장에 해당된다”며 “신고인은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는 사람이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심사보고서가 가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눈 가리고 싸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심사보고서가 전원회의에 재상정된 후 롯데는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심사보고서를 받은 피심인(롯데)은 3주 안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롯데 측은 이미 몇 차례 의견서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질이 손해가 돼야 근절될 수 있어요”

신화는 2016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5년 공정거래조정원에 사건을 신고한 이후 롯데와의 거래는 끊겼다. 하루 돼지 6백두 가량을 작업했던 신화는 최근 2백두 가량만 작업하고 있다. 롯데 이전에 거래했던 업체들과 다시 거래를 회복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 대응, 롯데 측의 고소고발에 대응하다보니 윤 대표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서 어렵게 징계 조치가 내려진다 해도 윤 대표는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 이겨야 롯데 측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또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지 모를 일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주변에서는 6개월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표는 현재도 신화를 경영하고 있다. 롯데와 거래하기 전 축적돼 있던 잉여금 40~50억 원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한다. 윤 대표는 “대기업이 갑질을 해서 이익이 되면 또 갑질을 할 것”이라며 “공정위의 징계가 갑질을 해서 얻은 이익보다 손해가 돼야 그 갑질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롯데 측에 반론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3월 6일 김영미(사진 가운데) 롯데피해자연합회 회장이 추혜선 정의당 의원,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롯데 갑질 피해 업체 대표, 직원들과 함께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롯데 갑질 피해 특별 조사팀 발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피해자연합회)

한편 롯데그룹 갑질 피해 업체들로 구성된 롯데피해자연합회와 정의당 추혜선 의원 등은 지난 6일 일본 도쿄를 찾아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 갑질 특별 조사팀을 발족하라고 촉구했다.

취재 조현미
촬영 신영철, 정형민
편집 박서영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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