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코스닥 시장에서 라이트론이라는 중견기업의 주식이 거래 정지됐다. 라이트론은 5G 전환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알짜 기업으로 꼽혀온 곳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회사의 주식이 거래 정지된 이면에는 한 ‘기업 사냥꾼’의 농간이 있었다. 그 기업 사냥꾼을 추적했다.

잘 나가던 5G 수혜 기업의 갑작스러운 거래 정지

라이트론은 최근 3년간 연평균 400억 원 전후의 매출을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주된 사업 영역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에 네트워크 장비 부품을 납품하는 것이다. 올해는 주요 통신사들과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대대적으로 5G 전환을 하는 해이기 때문에 그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던 기업이다. 올해 1월에는 자회사 중 한 곳이 개발한 액체 수소 저장기술이 미 항공우주국, NASA에 채택됐다는 호재성 뉴스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매수 의견을 쏟아냈다.

잘 나가던 라이트론의 주식이 지난 3월 18일, 갑작스럽게 거래 정지가 됐다. 거래 정지 사유는 회계 감사를 담당한 성운회계법인의 감사 의견 거절이었다. 회계 법인의 감사 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의견 거절’이란, 경영진이 감사를 방해하거나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서 감사를 수행하지 못했을 때 내는 의견이다. 이는 상장기업으로서의 가장 기본 요건인 회계 감사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의미로 상장폐지의 직접적인 사유가 된다.

회사의 실적과 전망, 증권사들의 추천을 믿고 라이트론의 주식을 거래했던 소액주주들은 공포에 빠져있다. 자칫하면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라이트론의 주주는 3천 5백명 정도다.

라이트론의 소액 주주 김 모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5년 동안 힘들게 모은 여윳돈 6천만 원을 전부 투자했어요. 이런 사태가 오니까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될 지 모르겠습니다. 화도 났다가 눈물도 났다가 내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고... 사람이 멘탈이 무너지는데 주체를 못하겠더라고요. 그게 지금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라이트론 소액주주 김 모 씨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난 라이트론의 소액주주들

대주주의 수상한 주식 거래

라이트론의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이상한 주식 거래들이 눈에 띈다.

우선, 라이트론의 주식이 거래 정지가 됐던 3월 18일 직전 며칠 동안 대주주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이 회사 대표이자 대주주인 오중건 씨는 거래 정지 나흘전인 3월 14일부터 당일인 3월 18일까지,  보유하던 주식 110만 주 가운데 41만 주를 팔았다. 같은 기간, 오중건 대표와 특수 관계였던 다른 대주주들 역시 일제히 주식 140만 주를 팔았다. 오 대표와 다른 대주주들의 주식 판매 대금을 합치면 모두 125억 원 가량이었다.

이들이 주식을 매도한 가격은 주당 6천 원에서 9천 원 사이로, 거래 정지 시점의 주가가 5,42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30억 원 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거래 정지 이틀 뒤인 3월 20일에야 공시됐다. 오중건 대표와 다른 대주주들이 거래 정지가 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았다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 즉 시세 조종에 해당하는 행위다.

수상한 거래는 또 있었다.  지난 1월 22일, 라이트론은 자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액체수소 저장기술이 미 항공 우주국, NASA에 채택됐다고 밝혔다. 호재성 뉴스에 주가가 폭등하자, 이 회사의 대주주들은 바로 그날 주식 190만 주를 일제히 팔았다. 주당 매도 단가는 8천 원에서 9천 5백 원, 주식 판매 대금은 무려 176억 원에 달했다. 이날 호재성 뉴스에 무섭게 폭등하던 주가는 대주주들의 대량 매도 때문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런데 NASA가 해당 기술을 채택했다고 공개한 시점은, 라이트론이 발표한 것보다 한 달 앞선 시점이었다. 대주주들의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도 시점에 맞춰서 호재성 재료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라이트론의 수백억 대주주는 92년 생 여성?

이 수상한 주식 거래의 주체는 누구였을까. 뉴스타파는 절묘한 타이밍에 주식을 내다 판 라이트론의 대주주들을 추적했다.

지난해 11월 20일 기준으로, 라이트론 오중건 대표가 보유한 주식은 전체 주식 천 4백 16만 주 가운데 127만 주,  9% 정도였다. 오 대표가 이 정도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 특수관계자로 분류된 다른 대주주들이 라이트론 주식을 438만 주, 31%나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주주들은 개인이 아니라 법인, 즉 회사들로 돼있다. 에이수스 에쿼티, 에르메온 파트너스, 폴루스 에쿼티 파트너스 등 7개 회사들이다.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의 회사들이 라이트론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회사들의 주소지를 하나하나 찾아가 봤다. 라이트론 주식을 각각 106만 주와 22만 주 보유하고 있던 회사 두 곳은 주소지를 한 건물에 두고 있었다. 이 건물은 월세 30만 원짜리 공유형 사무실이었다. 그나마 이 두 회사의 경우 사무실 사용 계약이 12월에 만료돼 더 이상 해당 건물에는 주소지를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라이트론 주식을 각각 50만 주와 40만 주 보유하고 있는 다른 두 회사 역시 주소지를 찾아가보니 비슷한 형태의 공유형 사무실이었다. 1주당 만 원이라고 잡으면, 40억 원과 50억 원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사무실이 월세 10만 원짜리 공유형 오피스에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이 회사들의 실소유주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이 7개 회사의 최대 주주는 단 한 사람이었다. 그 장본인은 92년 생 여성 김 모 씨, 우리 나이로 불과 28살에 불과한 여성이 7개의 법인 이름으로 수백억 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라이트론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나는 설명할 게 없고, 회사가 알아서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드러난 진짜 대주주… 정체는 ‘기업 사냥꾼’

뉴스타파 취재 결과, 라이트론의 실질적 대주주인 92년생 여성 김 모 씨의 뒤에는 그녀의 남편인 또다른 김 모 씨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지난 2010년 상장회사였던 에이스 일렉트로닉스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수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에이스 일렉트로닉 사건 당시 이 회사 주식을 4억 원 어치 소유하고 있었던 김 모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시 지게 된 채무를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갚지 못했다.

▲기업 사냥꾼 김 모씨가 과거에 상장폐지시킨 기업의 소액주주 피해자

어느 순간 감자가 돼 가지고 자꾸 가격이 내려가고... 뭐 설마 다시 정상화되겠지 하고 기다리다보니까 상장 폐지까지 된 그런 상황이 됐죠. 억울한 정도가 아니라 잠을 못잤죠.

에이스 일렉트로닉 소액주주 김 모씨

라이트론의 실제 대주주인 이른바 ‘기업 사냥꾼’ 김 씨는 에이스 일렉트로닉 사건과 관련해 거액의 세금을 체납한 사실도 있다. 지금도 국세청 홈페이지에 그의 이름이 공개되어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그의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에이스 일렉트로닉스 대표로서 무려 52억 원의 세금을 체납한 사실이 공개되어 있다.

▲이달 초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뉴스타파 카메라가 포착한 라이트론의 실제 주주이자 기업사냥꾼 김 모씨

이미 한 차례의 기업 사냥으로 실형을 살았고 거액의 세금까지 체납하고 있는 인물이 라이트론의 실질적인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내가 라이트론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맞다. 아내의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차명은 아니다” 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내놨다.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대주주는 그 사실을 반드시 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무자본 M&A’의 치명적인 결과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김 씨가 2016년 말 라이트론을 인수할 당시 자기 자본 없이 거액의 대출을 동원해 인수자금을 충당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회사 인수를 ‘무자본 M&A’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자기 자본이 없는 기업 사냥꾼이 회사를 인수하려면 당연히 자금이 필요하다. 이 인수 자금은 저축은행이나 사채업자로부터 대출을 받아 충당한다. 빌린 돈으로 인수할 회사의 주식을 사서 회사를 인수하고 대신 그 주식을 담보로 잡힌다.

여기에서부터 모든 문제가 생긴다. 기업 사냥꾼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인수한 회사의 주가가 올라야만 한다. 사들인 가격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팔아야만 저축은행이나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과 이자를 갚고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과 사채업자는 기업 사냥꾼이 담보로 잡힌 주식을 팔도록 강제하는데, 이를 보통 ‘반대 매매’라고 부른다. 기업 사냥꾼은 ‘반대 매매’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가를 반드시 올려야만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무자본 M&A가 주가 조작으로 이어지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온갖 명목으로 회사의 자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멀쩡했던 회사는 만신창이가 된다.

결과적으로 ‘무자본 M&A 작전’이 성공하면 기업 사냥꾼과 저축은행, 사채업자는 천문학적 이득을 보게 된다.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과 사채업자는 이미 반대매매를 통해 빌려준 채권을 회수했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소액주주와 회사들은 피해를 떠안게 된다.

기업 사냥꾼 김 씨 “50억 남길 수 있었는데...”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김 씨의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이 라이트론을 인수한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는 앞에서 설명한 전형적인 무자본 M&A의 형태와 정확히 일치한다.

(세종 저축은행에서 얼마 빌렸어?)
157억이요.
(그래 그럼 이번에 198만 주 팔렸잖아. 그럼 157억은 갚았잖아. 세종저축은행 대출은 갚은 거잖아.)
100억만 갚았어요. 안 팔린 주식은 주식담보대출로 다시 넘어갔어요.

기업 사냥꾼 김 씨와 채권자와의 대화 중

이 녹취는 라이트론이 액체수소 저장기술이 나사에 채택됐다는 호재성 발표를 한 직후 김 씨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매하고 난 뒤 1주일 뒤에 녹음된 것이다. 즉, 호재성 발표를 이용해 주식을 고가에 팔았는데, 이를 인수자금을 빌려준 세종저축은행(현 상상인 저축은행)에 갚았다는 것이다.

정00 회장(사채업자) 한테 빌린 돈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정 회장이 "일단 나부터 정산을 해줘. 내 주식을 8천 원에 먼저 계산을 받아가야겠다", 하고 돈을 싹 가져간 거예요.

기업 사냥꾼 김 씨와 채권자와의 대화 중

역시 같은 날 녹음된 김 씨의 음성이다. 주식을 판 대금 중의 일부는 사채업자에게 갚았다는 진술이다.

김 씨는 또 회계 법인의 감사 의견 거절로 주식이 거래 정지되지 않았다면 작전은 완전히 성공했을 거라고 말했다.

의견 거절 안나왔으면 돈 50억 이상 남았거든요, 저한테.. 200만 주를 만 천 원에 팔면 빚 갚을 것 갚고 세금낼 거 내고 50억 이상이 남았었어요, 저한테. 그런데 의견 거절이 나가지고… 이 플랜에 대해서는 (대응 방안이) 없었던 거예요, 이 플랜이 (계산에) 있었으면 우리가 다른 방법 해 놨을 거예요.

기업 사냥꾼 김 씨와 채권자와의 대화 중

기업 사냥꾼의 화려한 생활

저축은행 대출과 사채를 동원한 무자본 M&A로 건실한 중견회사를 위험에 빠트린 김 씨 부부는 이렇게 번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지난해 4월 김 씨 부부의 결혼식은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홀에서 열렸다. 한 눈에 보기에도 화려한 결혼식이었다. 이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려면 하객 600명 기준으로 1억 5백만 원이 든다. 결혼 사진과 영상 역시 유명 사진가가 운영하는 고가의 스튜디오에 맡겼다.

▲기업 사냥꾼 김 모씨의 결혼 영상

김 씨는 서울 방배동의 고급 빌라에서 거주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는 김 씨의 아내였는데, 월세가 천 백만 원에 달했다. 김 씨 부부는 1년치 월세 1억 3천 2백만 원을 한꺼번에 선납했다.

뉴스타파는 김 씨에게 돈을 떼인 채권자가 법원의 집행관들과 함께 김 씨의 자택 내부에 들어가 촬영한 영상도 확보했다. 영상을 보면, 계약 면적 80평에 이르는 자택의 바닥이 전부 대리석으로 깔려 있고, 곳곳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수입 냉장고와 스타일러, 고급 공기청정기 등 고가의 가전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기업 사냥꾼 김 모씨의 자택 내부

회사 자금 거액 횡령 의심 정황

일반적인 무자본 M&A에서 일어나기 쉬운 횡령 역시 라이트론에서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우선 뉴스타파가 홍순탁 회계사와 함께 라이트론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 씨가 라이트론을 인수한 이후인 2017년과 2018년 관계 회사들에 대량의 자금을 투자하거나 빌려준 뒤 이를 곧바로 손실 처리한 정황이 드러났다. 비자금 조성의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홍 회계사는 설명했다.

사채, 회사채를 발행해서 돈을 만들어낸 다음에 그 돈을 어디다 썼나 보면, 관계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투자된 돈이 그 해 바로 바로 손실로 많이 잡히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기업 오너들이 비자금을 조성할 때 투자 대상이 이미 부실화되어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망이 없는 곳에 투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준 뒤 손실이 났다고 하는 방법을 많이 쓰는데요, 그런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순탁 회계사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집행위원)

실제로 거래 정지 시점과 맞물려 라이트론의 경영권을 인수한 대산주택 측은 횡령이 의심되는 액수가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인수 뒤에야 뒤늦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산주택 신광진 부사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장부를 보니 김 씨 등이 움직인 자금이 760억 원 가량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를 회계 감사 직전에 맞추어 놓았지만 그래도 2,30억 원이 모자라는 상황” 이라며 이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김 씨가 추가로 회사 빚을 얼마나 더 만들어뒀는지, 혹시 이 가운데 얼마를 빼돌렸는지는 아직 파악조차 안된다는 것이다. 대산주택 측은 2018년 1월부터 최근까지 김 씨 등이 법원을 통해 발급받은 법인 인감 증명서가 461건 인데, 이 가운데  230건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법인 인감 증명서 230건 가운데 일부라도 채권을 발행하는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러한 우발채무가 얼마인지 짐작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산 주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10월에 신고받고도 “아직 검토중”

지난해 10월, 기업 사냥꾼 김 씨에게 다른 사건으로 돈을 떼인 채권자가 김 씨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신고 문건에는 라이트론 사건의 개요가 모두 들어있었다. 즉 기업 사냥꾼 김 씨가 차명으로 라이트론을 지배하고 있는 실질적인 대주주라는 것과 김 씨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따라서 이대로 둘 경우 수많은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까지 꼼꼼하게 적시한 신고 문건이었다. 현재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내용들이 이미 6개월 전에 금융감독원에 신고 형태로 접수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뒤 6개월 동안 금감원은, 적어도 가시적인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다. 6개월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뉴스타파의 질의 대해 금감원은 “신고된 사항을 인지하고 있으며 아직 검토 중이다” 라고 답변했다.

5g 수혜 알짜 기업, 라이트론의 운명은?

거래 정지에도 불구하고 라이트론은 여전히 정상적인 생산과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5G 휴대전화 서비스 시작에 힘입어 라이트론이 생산하는 네트워크 장비 부품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보다 더 활발한 조업을 하고 있다. 라이트론의 현직 임원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1분기 매출이 330억 원을 넘었으며 영업이익도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년 간 연평균 매출이 400억 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난 실적이다.

건실하고 미래가 유망한 중견 기업이 한 기업 사냥꾼의 농간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가 망가지거나 소액주주들의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라이트론을 인수한 대산주택 측은 회생 절차를 거친 뒤 유상 증자를 해서라도 경영을 정상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경영권 분쟁 등 여전히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건실한 중견기업이 기업 사냥꾼의 손에서 모래성처럼 부서져 내리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조사가 필요하다.

취재 : 심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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