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경찰의 기습적인 음주 단속에 항의하다 경찰관의 팔을 꺾었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박철(57) 씨가 재심에서 무죄 최종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공무집행방해로 유죄 선고를 받은 지 9년, 2017년 재심이 결정된 지 2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0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이 그대로 인정됐다.

2009년 6월 박철, 최옥자 씨 부부는 모임을 끝내고 고3 아들을 데리러 가던 길에 경찰의 갑작스런 음주단속을 받게 된다. 술을 마신 남편 대신 운전을 한 아내 최 씨는 경찰이 갑자기 차를 세워 깜짝 놀랐고, 갑작스런 음주 단속에 화가 난 박철 씨는 경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박 모 씨는 박철 씨가 자신의 팔을 비틀어 꺾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박철 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지만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남편의 재판에 증인을 섰던 부인 최옥자 씨에 대해 위증 혐의로 기소했고, 이 사건 역시 유죄로 확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교육공무원직에서 박탈됐다. 검찰은 또 아내의 재판에 다시 증인을 선 박철 씨에 대해 위증을 했다며 기소했고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결국 같은 사건으로 부부가 세 번이나 기소됐고, 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박철 씨는 이날 무죄 선고 후 뉴스타파와 만나 “답답했던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내 사건을 끝까지 유죄로 하겠지만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재심을 통해서라도 무죄가 밝혀질 것이라는 시대에 대한 믿음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생을 건 10년, 결국 결백 입증

뉴스타파는 지난 2014년 12월 박철 씨의 사건을 처음 보도했다. (관련 기사: 경찰의 팔은 누가 꺾었나) 보도 당시 박철 씨는 세 번째로 기소된 위증 혐의 사건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상황이었는데 보도 이후 8개월이 지난 2015년 8월 위증 2심 재판(청주지방법원 형사1부 부장판사 구창모)에서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2017년 박철 씨는 재심 결정을 받았다.

2017년 11월 재심 1심에서 청주지방법원 22형사부(정선오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경찰관의 오른팔을 잡아 비틀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재심 1심에서는 배심원 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12월 열린 재심 2심 재판에서도 대전고등법원 청주1형사부(김성수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10일 대법원 앞에서 만난 박철-최옥자 씨 부부

부인 최옥자 씨 위증 재심 사건은 진행 중

이날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박철 씨의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무죄로 정리됐지만 아직 부인 최옥자 씨의 재심 사건이 남아 있다. 지난해 8월 최옥자 씨의 위증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 결정이 이뤄졌다. 그리고 올해 2월 14일 청주지방법원(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 역시 부인 최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역시 박철 씨가 경찰관의 팔을 꺾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오히려 “자신(경찰관)이 넘어졌는지 여부, 팔에 상처를 입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진술을 계속 번복하는 등 경찰관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당시 해당 경찰관과 같은 근무조로 공무집행방해 사건의 현장에 함께 있었던 동료 경찰관의 진술 또한 번복돼 믿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이날 박철 씨와 함께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최옥자 씨는 “박철 씨가 대법원 무죄가 확정됐으니 제 사건은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을 밝혀야 한다는 책임감도 든다”고 말했다.

반성 없는 검찰...잇따른 무죄 판결에도 항소 반복  

박철 씨 사건에 이어 부인 최옥자 씨 위증 사건에서도 재심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검찰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양새다. 검찰은 부인 최 씨의 재심 1심 무죄 판결이 나고 엿새 뒤에 항소했다.

당초 이 사건의 발단은 경찰이 음주 운전 단속에 항의하는 시민을 무리하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씌워 연행하고 검찰이 기소한 데 이어, 남편의 재판에 증인을 선 부인, 그리고 다시 부인의 위증 혐의 재판에 증인을 선 남편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 선고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항소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인 최옥자 씨는 남편의 사건이 재심 2심에서까지 무죄가 난 상황에서 검찰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하자 법무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7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상고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고등검찰청은 최 씨에게 “공소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상고 제기 여부를 심의했으며 위원회에서 상고를 제기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상고장을 제출한 것”이라는 하나마나한 답변만 전달했다.

무죄 확정됐지만, 인생 망가뜨린 경찰은?

박철 씨의 무죄가 확정되고 법원 역시 경찰관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정작 해당 경찰들에 대한 법적 처벌은 없었다. 부인 최옥자 씨는 지난 2017년 박철 씨에게 팔이 꺾였다고 주장한 경찰관 박 모 씨와 그의 동료 오 모 씨를 직권남용체포와 모해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은 지난해 6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직권남용체포 혐의에 대해서는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판단을 내렸다. 모해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박철 씨와 경찰관 사이에 신체적 접촉은 있었던 점으로 보이는 점 △7년 동안 총 10회에 걸친 재판과정에서 유·무죄가 엇갈린 점 △촬영 동영상의 화각, 화질 및 장애물로 인해 경찰관의 오른팔이 꺾이게 되기까지의 구체적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점 △피의자(경찰관)들의 진술이 일부 번복되어 신빙성이 배척된다고 해서 곧바로 허위 진술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최 씨는 불기소처분에 대해 항고했지만 대전고등검찰청은 이를 기각했다. 최 씨는 다시 재정신청까지 했지만  대전고등법원 청주1형사부(김성수 부장판사)는 올해 4월 29일 재정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박철 씨가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로 증언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 씨는 현재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박철, 최옥자 씨 부부를 대리하고 있는 박훈 변호사는 “박철 씨가 무죄를 받았으면 피해자가 된 것 아니겠냐”며 “사건 당시 피해자를 속였던 것에 대해 경찰을 위증 혐의로 고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은 것은 검찰이 최옥자 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한 것과 비교했을 때 전혀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 변호사는 “박철 씨 사건이 공무집행방해 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자 최옥자 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공무원 교사 지위를 박탈당했다”며 “보복적으로 최옥자 씨를 기소했던 검찰, 증거 관계를 명확하게 살펴보지 못한 법원 관계자분들도 반성 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일 대법원 앞에서 박철 씨 가족이 무죄 판결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박철, 최옥자 씨 부부는 최 씨의 재심 사건이 마무리되는대로 경찰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도 추진할 예정이다.

취재: 조현미
촬영: 오준식
편집: 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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