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04년에 설립했을까?
2013년 06월 03일 10시 28분
뉴스타파가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지금까지 찾아낸 한국인 명단은 245명입니다. PTN 즉 포트컬리스 트러스트넷 등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 2곳의 내부 고객 정보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뉴스타파는 ICIJ가 구축해놓은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주소로 해놓은 한국인들도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면서 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의 해외 거주지, 또는 중개 역할을 한 현지 법률회사나 은행의 이름만을 적어 놓았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낯익은 이름이 나왔습니다. 영문으로 전재국.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이름과 똑같습니다.
2004년 7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블루아도니스의 단독 이사로 등재돼 있습니다. 하지만 주소는 단지 싱가포르라고만 적혀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PTN 데이터를 통해 문제의 ‘블루 아도니스’ 관련 기록을 보다 정밀하게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블루아도니스 설립자 전재국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과 같은 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04년 8월 13일 블루 아도니스의 이사회 결의서. 전재국씨가 첫 등기이사로 선임됐다는 내용과 함께 서울 서초동 1628-1번지라는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이 곳은 전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시공사의 본사 주소와 일치합니다.
또 다른 자료, 전재국씨의 한국 여권 번호가 적혀있고, 역시 시공사 본사 주소가 기재돼 있습니다. 전씨의 영문 자필 서명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 과정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2004년 7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고, 보름 뒤 등기이사와 주주가 됐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주식청약서와 주식발행 증명서, 모두 전씨의 서명이 기재돼 있습니다. 자본금 5만달러짜리회사로 등록했지만, 실제는 1달러짜리 주식 한 주만 발행했습니다.
전씨는 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 현지의 법률회사를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싱가포르 선택시티에 있는 PKWA. 비교적 작은 규모고, 현지에서도 그다지 이름이 알려진 법률회사는 아니었습니다.
2004년 7월 전재국씨는 이 건물 8층에 있는 로펌을 통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법인을 세웠습니다. 페이퍼컴퍼니를 세울 당시 전씨는 자신이 한국인임을 나타내는 어떠한 기록도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출입이 매우 까다로웠지만 취재팀은 어렵사리 이 법률회사를 방문했습니다. 전씨가 2004년 싱가포르에 직접 와서 페이퍼컴퍼니 개설을 의뢰했는지, 전씨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 관계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더욱이 한국인 고객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발뺌했습니다.
[PKWA 담당자] “우리는 한국인 고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재국씨는 이 법률회사의 중개로 PTN을 통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블루아도니스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2004년 7월부터 적어도 2010년 상반기까지 이 유령회사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PTN 고객 내부 정보를 통해 드러난 것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는지, 또 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앞으로 명확하게 규명돼야 할 부분입니다.
뉴스타파 이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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