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전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시점은 검살 수사로 전두환씨의 돈이 전재용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이 드러나서 추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을 때입니다. 당시 검찰은 전두환씨의 돈 73억 원이 아들 전재용씨에게 흘러들어가나 것을 밝혔는데요. 전두환씨가 과연 둘째 아들에게만 돈을 줬을까요. 전두환씨의 세 아들들은 특별한 자금원이 없었는데도 지금은 모두 수백 억 대의 재산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9만 원 아버지와 수백 억 재산의 자식들. 이근행 피디가 보도합니다.

[전두환]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축재했다고 단죄를 받는 이 사람이 더 이상 재산에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 이 재산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25년 전인 88년 11월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을 모두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히고 백담사로 정치적 유배의 길을 떠났습니다. 헌납선언 당시 전 전대통령이 밝힌 자신의 재산 내역은 연희동 집 5백여 평, 서초동 땅 200평, 용평에 콘도와 골프회원권, 그리고 금융자산 23억 원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1996년 1월. 군사반란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 되면서 그의 거짓말과 천문학적인 은닉 재산 규모가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공식적으로 전 전대통령이 숨긴 돈은 2205억 원. 그러나 당시 전 전대통령이 납부한 돈은 무기명 채권 188억과 현금자산 124억이 전부. 총 312억이었습니다. 그리고 6년이 흘렀습니다.

2003년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이 단돈 291,000원 밖에 남지 않았으며 주위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고 법정에서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세간에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2003년 10월경.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실소유주인 차명계좌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뭉치돈 167억 원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에 머물며 차일피일 수사를 피하던 재용씨는 이듬해인 2004년 2월 귀국해 외할아버지 이규동씨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가운데 73억이 전두환 전대통령이 숨겨놓은 비자금 계좌로부터 흘러들어온 것임이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게 바로 2004년입니다. 전재국씨가 대표이자 단독주주로 있는 블루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것은 그해 7월 28일. 동생 재용씨가 구속수감된지 5개월 후 그리고 어머니 이순자씨가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며 추징금 130억 원을 울며 대납하기 바로 두 달 전입니다. 비자금 수사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궁지에 몰린 시점에서 재국씨는 왜 서둘러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야 했을까. 그 사정은 지금 당사자인 전재국씨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지금도 여전히 세간에서 의혹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 재산이 29만 원에 불과하다는 그가 여전히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고 처가와 자식 등 그 일족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번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이 드러난 큰 아들 전재국씨. 그는 1996년 시공사라는 출판사를 설립한 이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국내 굴지의 출판그룹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재국씨가 50퍼센트 넘게 지분을 갖고 있는 시공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440억. 자산은 290억 원이었습니다.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규모도 엄청납니다. 시공사 서초동 사옥을 비롯한 서초동 소재 부동산. 파주 출판단지 내 시공사 파주사옥. 헤이리 건물. 그리고 종로구 평창동 소재 미술관 등 최소 300억 원이 넘습니다.

재국씨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체도 있습니다. 경기도 연천에 있는 허브빌리지. 임진강변에 펜션과 찜질방, 카페 등을 두루 갖추고 체험학습도 할 수 있는 대규모 휴양시설입니다. 2004년부터 재국씨는 19살 된 큰딸 수현씨의 이름으로 이곳에 땅을 사기 시작해 현재 전체 면적은 1700여 평에 달합니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허브빌리지의 평당 시세를 100만 원으로 계산해 땅값만 170억에 이를 걸로 추산합니다.

변변한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으로 성공한 예가 없는 차남 재용씨. 탤런트 박상아씨와 재혼. 그리고 최근 자녀의 외국인 학교 부정입학으로 더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재용씨의 재산 또한 형 재국씨 못지 않습니다. 재용씨 소유의 주요 부동산은 형 재국씨와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50억 대의 서초동 땅.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이태원 소재 고급빌라 세 채. 시세로 약 90억 원입니다. 그밖에도 도심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소문 일대 건물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용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가장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곳 오산시 양산동 산19-91번지 일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가 사들인 땅인데 그 넓이가 40만 평에 이릅니다. 이규동씨는 이 땅을 아들 이창석씨에게 물려줬습니다.

재용씨는 2006년 외삼촌 이창석씨로부터 이쪽 지역 땅 14만여 평을 28억 원에 샀습니다. 그런데 2년 뒤인 2008년 한 건설 회사에 400억 원을 주고 되팝니다. 차액만 370억입니다. 아무리 외삼촌 조카 지간이라고 하더라도 불과 2년 후에 400억에 팔릴 땅을 28억에 판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돌고 돌아 결국 재용씨의 수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지금도 끊이지 않은 이유입니다.

셋째 아들 전재만씨 또한 한남동 소재 100억 원대 빌딩의 소유주입니다. 대지 890㎡에 지상 8층짜리 이 건물은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장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지만 재만씨는 장인인 운산그룹 이이상(?)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전재국씨는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며 백담사행을 할 수밖에 없었던 88년 당시 미국 유학생 신분이었습니다. 동생들인 전재용, 전재만씨 또한 사회생활을 하기 이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세 아들들은 모두 수백 억대 재산을 소유한 부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전 재산 29마나 원으로 측근들과 골프를 치고 최고급 양주를 마실 수 있으며 천 만원의 기부금도 선뜻 내면서 밝게 생활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그가 헌납하겠다던 연희동 사저는 지금도 여전히 부인 이순자씨의 것이고 서초동의 땅은 재국, 재용 두 아들에게 상속됐습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추징금 잔액은 1672억 원입니다.

한 기자가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에게 묻습니다.

[전두환]
(오늘 어떤 마음으로 투표하셨는지 한 말씀만 좀 해주세요.)
“어떤 마음?”
(네.)
“깨끗한 마음으로 했지.”
(그런데 남아 있는 추징금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그거 뭐 당국에서 알아서 하겠지.”
(네?)
“당국에서 알아서 하겠지.”
“이순자 : 그런데요. 아시겠지만요. 재임 중에 쓰신 정치자금을 전부 다 뇌물죄로 했기 때문에 그 돈을 우리가 낼 수가 없어요.”
(아들들이나 친척들이 꽤 돈이 많이 있는 것 같던데.)
“이순자 : 그것은 아니죠. 대한민국은 각자 각자인데 그게 연좌제가 아니죠. 그건 아닙니다. 그거는 모두 이해를 하셔야 돼요.”

군사쿠데타를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에 올라 철권통치를 휘두르며 막대한 비자금을 만들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 그는 지금도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편안하고 무사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재산 29만 원의 진실은 혹독한 검증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뉴스타파 이근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