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41개 계열사에 396개 해외 법인을 거느렸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4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국가경제에 치명타를 날린 김 전 회장에게는 범법자라는 딱지 외에도 천문학적인 추징금 미납과 세금 체납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습니다.

현재 대검찰청이 집계한 우리나라 전체의 추징금 미납 규모는 모두 27조 4000여억 원. 이 가운데 김 전 회장이 미납한 추징금은 18조 가량. 여기에 대우그룹 전직 임원 7명의 미납액 5조원을 합치면 23조원에 이릅니다. 전체 미납 추징금의 84%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동안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은닉 재산을 찾아 추징한 금액은 고작 887억 원. 김 전 회장이 내야할 추징금의 0.5%에도 못 미칩니다. 김 전 회장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재산 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징역 8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실제 수감생활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2007년 12월 말 특별사면을 통해 완전 자유의 몸이 됐습니다. 이후 거리낄 게 없게 된 김 전 회장은 “돈이 한 푼도 없다”며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더구나 김 전 회장은 감춘 재산이 발각됐는데도 추징금을 내지 않기 위해 소송까지 냈습니다.

검찰은 지난 2009년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베스트리드리미티드의 주식 776만주를 압류한 뒤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매 처분을 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공매대금을 추징금 납부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밀린 세금을 내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체납 세금을 내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5일 김 전 회장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문성호 서울행정법원 공보판사] “세금을 먼저 내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불복한 김 전 회장은 소송 대리인인 김앤장을 통해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그가 항소까지 하며 집요하게 미납 추징금 대신 밀린 세금을 해결하려는 이유는 뭘까?

형벌의 일종인 추징금은 연체로 인한 가산금이 없습니다. 3년의 시효가 만료되면 아예 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국세를 체납할 경우 소멸 시효가 더 늘어나고, 신용 불량자 등재와 출국금지 등의 각종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최소 억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송비용은 어디서 났을까? 김 전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빈털터리입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듭니다.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된 이후에도 김 전 회장은 프랑스·독일 등 해외에서 체류했고, 지금은 베트남의 고급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매일 골프를 치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대우그룹 창립기념일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옛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의 건재를 과시합니다.

반면 부실에 빠진 대우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30조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대우맨들은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하지만 김 전 회장 일가와 측근들은 대우그룹의 전성기 때와 별반 다름없는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이 귀국하면 주로 머문다는 차남 김선엽 씨의 집. 단독 주택 두 채를 터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도산 중개업자] (한남동 일대에서 제일 큰 주택은 맞아요?) “맞죠. 120억원 정도 되는 거 같아요.” (두 채가?) “한 채 한 채가.”0 선엽씨는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의 대주주이자 시가 600억 원짜리 베트남 반트리 골프장을 동생과 함께 소유하고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 씨는 베트남 현지 사업에 9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금 출처는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의 조세피난처 공동프로젝트를 통해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잇달아 세운 사실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와 유춘식 전 대우폴란드자동차 사장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각각 세운 콘투어 퍼시픽과 선웨이브매니지먼트란 회사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 전 회장 아들의 베트남 고급 골프장 건립과 취득 과정에서도 유령회사가 등장한 것입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미납 추징금은 우리나라 전체 추징금 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보다 백배나 많은 규모입니다. 그런데도 김우중 전 회장의 일가는 여전히 엄청난 재산을 굴리며 살고 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뉴스타파 황일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