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10월 1일. 공영방송 MBC는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의혹을 보도합니다.

@ MBC 뉴스데스크 10월 1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이 다른 교수의 논문을 상당 부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의학박사 학위가 사실상 안철수 후보 경력의 출발점이어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MBC는 유달리 단독 취재를 강조했습니다. 기자도 이번 대선후보 검증보도의 파급력이클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원섭 기자] “안 후보가 의혹을 확실하게 해소하지 못할 경우 박사논문 표절 의혹이 이번 대선 가도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커질 수도 있는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보도. 그렇다면 MBC는 취재의 기본인 정밀한 사실확인과 함께 관련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이를 보도에 반영하고 대선후보측에게는 충분한 반론과 소명의 기회를 줬던 것일까.

먼저 MBC 보도의 화면. 안철수 후보가 베낀 것이라며 서울대 서 모 교수의 논문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MBC 화면에는 엉뚱한 사람의 논문이 나옵니다. 서 모 교수와는 이름만 같은 뿐 전혀 다른 사람의 학위 논문이었습니다. 동명이인의 엉뚱한 논문을 표절 의혹의 것이라며 화면에 제시한 것입니다. 화면과 기사가 함께 보여주는 동영상 뉴스로썬 결코 작은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따라서 철저한 사실확인을 거쳐 취재와 제작이 이루어졌는지 의심할만한 대목이지만 취재기자는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MBC 담당 취재 기자] “제가 실수로 다른 논문을 AD한테 줘서 촬영시키는 바람에 근데 그건 좀 잘못된 거고.” (사소한 실수로 보기엔 좀 그렇지 않을까요?) “뭐 분명한 실수고, 뭐 어쨌든 그림 잘못 나간 건 큰 실수니까요.”

두 번째, 보도내용은 사실과 맞는 것일까. 문제의 방송 원고는 이렇습니다.

@ 뉴스 영상

“서교수 박사 논문은 20페이지와 안 후보 박사 논문 14페이지. 안철수 후보가 인용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채 서 교수가 실험 결과를 설명하는 부분을 거의 옮겨 쓰다시피 했습니다. 서 교수 논문 22페이지와 안 후보 논문 17페이지. 볼츠만 곡선을 유도하는 설명에서 유도식을 서 교수 논문에서 거의 복사 수준으로 베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식의 표절로 볼 수 있는 서술은 3페이지에 걸쳐 계속 됐습니다.”

표절로 볼 수 있는 서술이 3페이지에 걸쳐 계속 됐다는 이 방송 내용. 실제론 어떨까. 직접 두 논문을 비교해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MBC가 지적하고 있는 표절 의혹 대목은 안철수 박사 논문 14페이지의 맨 마지막 줄, 그리고 17페이지의 첫째 줄부터 볼츠만 공식까지 모두 10줄이 비슷하게 나옵니다. 14페이지와 17페이지 사이에 두 페이지의 분량. 즉, 15페이지와 16페이지는 도표로 채워졌는데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또한 안철수 후보의 나머지 논문 내용. 즉 초록과 고찰, 결론 역시 달랐습니다. 결국 전체 65쪽 분량의 박사 논문 가운데 10줄. 그러니까 6개 맥락으로 이루어진 두 문장에서 비슷한 점이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도 MBC는 안 후보가 서교수의 논문을 복사 수준으로 베꼈다고 강조한 뒤 특히 이런 식의 표절로 볼 수 있는 서술이 3페이지에 걸쳐 계속됐다고 보도합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또 다른 3장에서 표절 의혹이 있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취재팀이 만난 서강대 학생들도 또 다른 표절 의혹 대목이 3장 더 있는 것으로 들린다고 답했습니다.

[정슬기 서강대 경제학과 3학년] “비약이 있는 것 같아요.”

[강민경 서강대 사회학과대 1학년] “막상 보면은 그렇게 막 똑같이 3페이지 연속으로 계속 똑같은 내용을 하고 있는 게 아닌데, 이 줄만 보면은 3페이지 연속으로 다 똑같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지호 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이거는 일부러 과장시키려고 이렇게 쓴 것 같네요.”

일부러 표절 의혹을 강조하기 위해 기사 내용을 부풀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취재기자 역시 이 대목을 인정했습니다.

[MBC 담당 취재 기자] “오해할 수 있겠네요. 어쨌든 그런 형식적인 측면에서 허술했다는 거를 제가 부인하는 건 아니고, 부정하는 건 아니고요. 그 점은 제가 인정하고.” 세 번째, 관련학계 전문가의 충분한 자문을 구한 뒤 그 의견을 반영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전문적인 박사 논문인 만큼 학계 전문가의 자문은 취재 보도 과정에서 필수입니다.

[고영규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 “논문 표절 시비 같은 경우에는 전문가들에게 여쭤봐 가지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 그리고 난 다음에 거기에서 나온 결론을 가지고 보도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보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안철수 후보의 논문처럼 전공자가 많지 않은 전기생리학 분야의 논문은 더욱 그렇다는 게 서울대 의대 측의 설명입니다.

[이석호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주임 교수] “전기 생리학의 경우는 쓰는 테크놀로지하고 분석하는 툴이 훨씬 더 물리학적인 방법을 많이, 물리학 그리고 전기공학적인 방법을 많이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분자 생물학이나 세포 생물학에 익숙한 분들이 전기생리학 논문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리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학문적 백그라운드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나 취재기자는 방송 전까지 서울대 생리학교실에 의견을 묻지 않았습니다.

[이석호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주임 교수] (MBC 기자로부터 서울대 생리학교실에 안철수 후보의 논문과 관련해서 취재를 한 적이 있었습니까?) “전혀 없었습니다.”

취재기자는 서울대 의대 측이 관련 당사자여서 객관성이 떨어져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추석 전에 인문계열의 제보자로부터 내용을 전해들을 뒤 이공계열 복수의 학자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MBC는 취재원 보호라는 명목으로 기자가 의견을 들었다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내지도 않았고, 의견도 기사를 통해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MBC 담당 취재 기자] “제보하신 분은 인문대 쪽에 제가 아는 분이었고, 주로 안철수 후보 측을 변호하는 사람들은 자연과학 쪽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이런 정도의 어떤 유사성은 자연과학 논문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표절이 아닌 것으로) 인정을 해줘야 된다. 문과 계열의 연구 윤리자들과 입장이 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그러면 그런 부분에 대한 의견은 왜 방송에서는 나가진 않았어요?) “그렇죠. 그렇게 하면 더 기사 신뢰도가 높아지는 건데...”

결국 이렇게 전문가 인터뷰 없이 방송됐고 보도내용은 기형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기됐습니다, 지적입니다, 라고 방송했지만 실제 누가 제기하고 누가 지적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수동형 기사를 작성한 것입니다. 그 결과 책임을 회피하는 이른바 주어가 없는 원고를 만들어냈습니다.

@ MBC 보도

“볼츠만 곡선을 유도하는 설명에서 유도식을 서교수 논문에서 거의 복사 수준으로 베꼈다는 지적입니다.”

검증 대상에게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MBC가 안 후보 측에 취재 사실을 알린 것은 방송 당일인 저녁 6시 40분쯤. 9시 방송을 3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사실상 반론도, 소명할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방송이 이루어진 꼴입니다.

[MBC 담당 취재 기자] “뭐라고 해야 되나요? 기사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실제로 뭐 해명의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그런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서둘러 방송했던 것일까. 취재팀은 데스킹 과정은 적절했는지 등을 묻기 위해 MBC 보도책임자에게 잇따라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10차례 이상 전화를 걸었지만.

정치부 담당 데스크도, 정치부장도, 보도국장도 연락은 닿지 않았습니다. 특히 보도국 최고 책임자인 보도국장은 담당 기자와 통화하라며 그 책임을 회피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MBC는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보도라고 하기에는 함량 미달인 뉴스를 내보낸 꼴이 됐지만 어떤 보도국 간부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취재팀이 만난 의학계와 이공계 학자들은 논문의 핵심 논지가 아닌 방법론상의 서술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표절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과학계 기준으로 볼 때 억지주장이라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고영규 골대 생명과학부 교수] “(자연과학의 경우) 연구 방법과 연구 내용의 일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문장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고 해가지고 아무도 뭐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걸 문제 삼나요?) “연구 데이터.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의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를 조작하고, 데이터를 남의 것을 베끼고. 그렇죠? 그런 경우가 가장 중요한 연구윤리의 위반입니다.”

그러나 MBC와 해당 취재 기자는 볼츠만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의 서술이 비슷하거나 같다면 표절의혹으로 제기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MBC 담당 취재 기자] “이걸 표절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용상의 표절, 또는 표현상의 표절, 이런 게 있을 때 이거는 표현상에 있었던, 표현상의 표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볼츠만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인용과 출처 없이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있는 에르윈 네어 박사. 그는 1991년 생명공학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네어 박사는 10월 4일 이석호 교수의 질의에 대해 이메일로 이런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에르윈 네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볼츠만 곡선을 이용한 생리학적 데이터 분석은 1960년 이후 학계의 기준이었습니다. 이 분야의 학자라면 볼츠만 곡선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인용이 없다 해도 좋은 논문으로 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MBC 노조는 이번 보도는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MBC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이 예라면 권재홍 보도본부장, 황영구 보도국장, 김장겸 정치부장등 보도 책임자들은 즉각 물러날 것을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