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IJ·뉴스타파, 중국 고위층 포함 조세피난처 명단 전격 공개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과 전 총리 원자바오 등 중국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들이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이들을 포함해 중국 최고 권력 집단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전, 현직 상무위원 5명이 조세피난처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혁명 원로들의 자제 그룹인 이른바 ‘태자당’ 인사들도 다수 역외 유령회사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국제공조 취재 결과 밝혀졌다. 부정부패 척결을 강력하게 주창해온 시진핑 주석 등 현 중국 지도부가 도덕적, 정치적 타격을 받는 등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CIJ 취재팀은 지난 6개월 간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대행회사인 PTN과 CTL의 내부 고객관리정보를 분석해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에 주소를 두고 있는 중국인 고객 3만 7천여 명을 찾아냈다.    

▲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대행사 PTN의 고객정보관리시스템(OMIS)

ICIJ / 뉴스타파

▲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대행사 PTN의 고객정보관리시스템(OMIS)

 

ICIJ는 이들 가운데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 주석의 매형 덩자구이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덩자구이가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는 ‘엑셀런스 에포트 프로퍼티(Excellence Effort Property Development)'다. 설립 시점은 처남인  시진핑이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상무위원회의 위원으로 있던 2008년 3월이다. ICIJ가 확보한 유령회사 설립 관련 문건에 따르면 덩자구이는 이 회사의 대표이자 50% 지분을 가지는 대주주로 나와있다. 덩자구이가 이 유령회사를 만든 목적과 자금 유출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버진아일랜드 페이퍼 컴퍼니 설립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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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진아일랜드 페이퍼 컴퍼니 설립신고서

▲ 시진핑의 매형 덩자구이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내부 문건. 덩자구이가 이 유령회사의 대표로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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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의 매형 덩자구이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내부 문건. 덩자구이가 이 유령회사의 대표로 등재돼 있다.

 

덩자구이는 시진핑의 큰 누나의 남편으로 부동산 개발과 자원개발 투자 등을 통해 수천억 원의 재산을 모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012년 시진핑 일가의 자산 규모가 4억 달러, 우리 돈 4천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른바 ‘서민 총리’로 존경을 받아 온 원자바오 전 총리의 아들과 사위도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원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은 아버지가 총리로 재임하던 2006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트렌드 골드 컨설턴트(Trend Gold Consultants)'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원윈쑹은 2012년 아시아 최대 위성 회사로 부상하고 있는 ‘차이나새콤’의 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원자바오의 딸 원루춘의 남편 류춘향도 장인이 총리로 재임하던 2004년 역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류춘향은 중국 은행감독위원회의 고위간부이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 원자바오 전 총리의 일가가 총리 재임 기간 동안 27억 달러, 우리 돈 3조 원에 이르는 재산을 축적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원자바오 총리는 당 지도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재산을 공개적으로 조사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하고 “부정 축재한 사실이 드러나면 공개 재판을 받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태자당, 전인대 대표 등 무더기 연루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 고위층 인사에는 리펑 전 총리의 딸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조카, 덩샤오핑 전 주석의 사위 등도 포함돼 있다. 시진핑과 원자바오를 포함하면 페이퍼컴퍼니 설립에 연루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전, 현직 위원은 모두 5명이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중국의 최고권력기구로 현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 시진핑의 매형 덩자구이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내부 문건. 덩자구이가 이 유령회사의 대표로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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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퍼컴퍼니 설립에 연루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전, 현직 위원 5명

이번 ICIJ의 취재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 고위층 인사들 가운데 10여 명은 이른바 ‘태자당’ 그룹으로 분류된다. 태자당은 공산당 고위층과 군 출신 원로의 자제나 손자 등으로 대를 이어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는 이른바 ‘홍색 귀족(Red Nobility)’으로 불리는 인사들이다.

또 중국의 최고 국가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현직 대표들 가운데 통링비철금속 회장 웨이쟝홍과 중국 최대 온라인 회사 텐센트의 창업자인 마화텅이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앵커 멘트>
현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 전 총리인 원자바오, 그리고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중국의 최고권력기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전현직 상무위원들의 일가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ICIJ 취재로 드러났습니다.

또 중국혁명 원로의 자제들인 이른바 태자당 인사들도 대거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세피난처로 간 이른바 ‘홍색 귀족’들의 면면을 김경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경래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공산당 간부 가운데 발생하는 부패와 민심 이반, 형식주의, 관료주의 등은 많이 노력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전 당이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취임사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길거리 만두가게를 깜짝 방문하는 등 이른바 서민 행보를 이어가며 지지기반을 다졌습니다.

그러나 시진핑 일가의 자산 규모가 4억 달러, 우리 돈 4천억 원에 이른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가 나오는 등 그의 이미지와는 달리 재산을 둘러싼 의혹은 계속됐습니다. 자산의 대부분은 시진핑의 누나 치차오차오와 그녀의 남편 덩자구이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취재한 결과 시진핑의 매형인 덩자구이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ICIJ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유령회사는 시진핑이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상무위원회의 위원으로 있던 2008년 3월 설립됐습니다. 홍콩에 있는 대행사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시진핑의 매형은 대표이자 주주로 나옵니다. 덩자구이가 이 유령회사를 만든 목적과 자금 유출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 말고도 이른바 서민총리로 존경 받았던 원자바오 전 중국총리의 아들과 사위까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 뒤에 보이는 중국위성통신그룹의 회장이 바로 원자바오 전 총리의 아들입니다.

지난 2012년 중국위성통신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한 원자바오의 아들 원윈쑹은 2006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합니다. 2006년은 원자바오의 총리 재임 시절입니다.

원자바오의 딸 원루춘의 남편 리우춘항도 역시 장인의 총리 재임 시절인 2004년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원자바오의 사위 리우천항은 하버드대학에서 MBA를 따고 원자바오 총리의 딸과 결혼한 뒤 중국은행감독위원회에서 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2년 10월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원자바오 전 총리의 일가가 총리 재임 기간 동안 27억 달러, 우리 돈 3조 원에에 이르는 재산을 축적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보도 직후 당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재산을 공개적으로 조사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하고 “부정 축재한 사실이 드러나면 공개재판을 받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ICIJ의 국제공조 취재 결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인사에는 리펑 전 총리의 딸, 후진타오 전 주석의 조카, 덩샤오핑 전 주석의 사위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의 최고 권력 집단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전, 현직 위원 5명이 연루된 겁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현재 7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국 같은 경우는 다른 국가랑 차원이 틀려요. 권력 자체가 분리가 안 돼 있어요. 모든 게 합해져서 공산당으로 들어가 있거든요. 그 중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이라고 있어요. 이 사람들이 사실상 전권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모든 게 결정이 되죠. 그 밑에 정치국원이 또 있고. 그런 식으로 권력이 집중적으로 되면 일단 부패를 피할 수가 없어요. 어떤 경우에도.”

이번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 고위층 인사들 가운데 10여 명은 이른바 태자당 그룹으로 분류됩니다. 공산당 고위층과 군 출신 원로의 자제나 손자 등으로 대를 이어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는 이른바 ‘홍색 귀족’으로 불리는 인사들입니다.

또 중국의 최고 국가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현직 대표들도 역외 유령회사 설립 대열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통링비철금속 회장 웨이쟝홍과 중국 최대 온라인 컴퍼니 창업자인 마화텅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처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태자당 그룹, 전인대 대표 등 중국 권부의 최상층 인사들이 줄줄이 조세피난처를 찾은 것으로 드러나 중국 사회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 김경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