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차 해고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선고 사유로 사측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하더라도 사측이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재판부는 사측이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았던 2008년도 당시 재무제표가 사실상 ‘조작’됐다고 판단했다. 해고 사유를 만들기 위해 회사가 부실을 더 크게 키웠다는 것이다.

▲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자동차의 2009년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 재판부는 해고무효 사유로 구조조정의 근거였던 재무제표가 사실상 조작됐다고 판시했다.

신차 매출 이익 6천억 원 누락

뉴스타파는 회계전문가와 함께 재판부가 사실상 조작됐다고 판단한 쌍용차의 2008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했다. 실제 2007년 쌍용자동차의 부채는 168%. 그러나 2008년 부채는 561.3%로 급증했다. 1년 만에 쌍용자동차의 부채율이 급증한 이유는 바로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을 계상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회사가 얻을 미래의 이득을 계산할 때, 새로 출시될 신차종 판매로 나올 매출은 모두 누락시키고 구차종은 매출예측치를 낮게 잡아 계산했다.

쌍용차의 2009년도 매출계획에는 3종류의 신차매출 예측치가 기록돼있다. 3종류의 신차매출 예측치에 따라 공헌이익을 계산해보니, 설비비용을 제외하더라도 6천억 원에 가까운 이익이 계산된다. 하지만 실제 재무제표 상 매출수량계획에는 이 부분이 누락돼있다.

▲ 신차종의 공헌이익을 계산해보니 6천억원에 가까운 이익이 도출됐다.

쌍용자동차와 안진회계법인은 이런 회계 방식으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명분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신차종도 반영하지 않고, 구차종은 단종시켜버리면 이건 한마디로 그 기계를 놀리겠다, 영업안하겠다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자동차 회사가 그 자산을 이용해 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쌍용차, 회계법인, 금감원…”회계 조작 동의 못해

이번 재판 결과와 관련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공식적인 인터뷰를 거부했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번 회계조작과 관련한 재판부의 판단이 재판부만의 논리일 뿐, 이번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금감원의 책임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11년, 쌍용차 노동조합의 요청으로 쌍용차 회계자료를 감리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금감원은 당시 자신들의 결론은 지금도 여전히 옳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12년도에 감리할 때 현재 법원의 논리를 간접적으로 이미 검증했고 문제없다고 봤다.”며 “지금 재판부 판결 논리 그대로 반영해서 직접적으로 검증해봐도 과거의 낸 결론, 즉 회사의 회계처리가 맞다고 한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의 당사자인 쌍용자동차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권위있는 증거, 명백한 사실에 반하는 이례적인 판단”이라며 “면밀한 검토를 거쳐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해고가 무효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쌍용자동차 측은 해고자에 대한 어떠한 전향적 자세도 보이지 않았다. 올해 말 약 800명 정도의 신규채용 계획이 알려진 쌍용자동차는 정리해고자에 대한 복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 쌍차 ‘회계조작’ 수사재개 방침

지난 11일, 쌍용자동차 회계조작 사건의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쌍용자동차지부와 금속노조 등은 “서울고등법원에서 회계조작을 인정한 이상 그에 따른 기소가 이뤄져야 할 ”이라며 “특히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어 더욱 신속한 기소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 직후인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은 쌍용자동차의 회계조작과 관련한 수사재개 방침을 밝혔다. 현재 안진회계법인과 쌍용차 전현직 임원이 고발된 상태다.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 쌍차 해고자들은 지난 11일, 검찰의 조속한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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