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다 썼다는 4.1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새 정부가 처음 취한 정책이 부동산경기 부양책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았는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세금 감면, 금리 혜택, 청약제도 변경 등을 통해 최대한 부동산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전방위적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이번 4.1부동산종합대책이 일부 구매력 있는 부자들이나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양도세 5년 면제와 더불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은 투기를 해도 더 이상 세제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세정의에도 어긋나고, 주거의 공공성 개념도 무너진 셈이다. 조만간 부동산이 침체기를 벗어난다면 과거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들이 양도세를 면제받았던 일이 다시금 발생할 수도 있다.

반면, 집 없는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의 기회가 확 줄었다. 수도권의 경우 더 이상의 보금자리 아파트는 지정되지 않는다. 장기가입자 및 부양가족우선이 적용되던 지금까지의 청약가점제는 폐지되거나 축소됐다. 이제 아파트는 민간업체에서 분양받으라는 뜻을 정부가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지난 대선에서 외쳤던 ‘100% 국민행복시대’라는 구호가 참 무색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마치 장기불황의 늪에라도 빠질 듯이 얘기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정상적인 조정국면을 지나고 있는 거라면서 인위적 부양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분양 지옥이라는 용인지역의 경우 아파트가 분양가 대비 반토막이 되었지만 여전히 절반이 비어 있는 단지들이 수두룩하다. 자칫 정부의 섣부른 유인책이 순진한 서민들을 끌어들여 또 다른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경고는, 그래서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앵커 멘트> 박근혜 정부가 지난 4월 1일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습니다. 정식 명칭이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입니다. 서민을 위한 대책이라고 포장했습니다만 실제로는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높습니다.

이근행 피디가 보도합니다.

<이근행 피디> 아무도 사주지 않아서 시들고만 이 채소는 결국 노점상 할머니들 몫입니다. 족발 가게 아주머니 또한 제때 다 팔지 못하면 그만큼 손해를 봅니다. 망하면 다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아파트가 안 팔려 위기라며 정부가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빨리 아파트를 사라고 권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9억 원 이하 85㎡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향후 5년 간의 양도세를 전액 면제하겠습니다.”

[박 준 잠실박사 공인중개사] “이 양도세가 2주택은 50%로, 3주택부터는 60%를 내야 되잖아요. 근데 그게 없다는데 뭐. 얼마가 올라도 양도세금 없다는데 왜 안 사. 투자가치 있고 미래가치 있는데는 다 사지. 열 채든지 백 채든지 사란 이야기야.”

서둘러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경제의 전반적 위기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면서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 대출금리 인하, 청약제도 개편 등 쓸 수 있는 카드는 전방위로 다 썼습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주택시장의 위기상황이 계속되면 민생과 금융시스템, 나아가 거시경제 전반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고강도의 분양책이 불가피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과연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는 것일까.

그림에서 보득 95년 이후 서울지역 아파트 실질 가격은 97년 IMF사태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 두 차례의 하락기를 빼면 폭등이라 할 만큼 줄곧 상승해 왔습니다.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건설사들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3배나 치솟았습니다.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 “집값이 이렇게 일종의 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에 따라서 조정되고 있는 상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렇게 떠받치겠다는 거죠. 시장을 교란하는 거죠.”

한때 법을세분에 포함했다가 지금 미분양의 무덤이라고 불리우는 경기도 용인시. 이곳 신봉지구에는 지금까지 약 1만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습니다. 건설사들은 앞을 다투어 용인으로 몰려들어 경쟁적으로 분양에 나섰습니다. 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마치 짜고 치기라도 하듯이 고분양가 정책을 썼습니다.

평당 분양가가 1500만원을 넘나들자 결국 대량의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고 미분양률이 적게는 30퍼센트. 많게는 50퍼센트가 넘었습니다. 결국 할인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었지만 투기 붐이 사라지 시점에서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김성옥 동부1번지 공인중개사무소] “제가 볼 때는 건설회사도 지금 어떻게 보면 자기 무덤 자기네가 판 거잖아요. 무너져가고 있잖아요. 지금 현재에 와서는. 분양이 안 되니까. 너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놓아가지고.”

미분양으로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 건설사의 분양 특판팀을 찾았습니다. 이 건설사는 고분양가 문제로 입주민들과 법적 분쟁을 치루고 있었습니다.

[황선진 건설사 분양특판팀 팀장] “지금 한 30~35% 정도 할인이 되어 있고, 그 다음에 이제 평수에 따라서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이제 큰 평수일수록 할인율이 조금 더 높고.”

[김성옥 동부1번지 공인중개사무소] (그럼 기존 분양자들은 불만이나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굉장히 많으시죠.” (지금도?) “아니 이제 면역이 되셔가지고. 처음에는 플래카드 걸고 막 쫓아가고. 분양팀에 하셨는데. 지금은....”

[용인시 *** 아파트 입주민] (실질적으로 손실은 어느 정도 보셨어요?) “글쎄요. 지금 시세가 어느 정도인데요?” (부동산에서 제가 들은 바로는 거의 반토막이라고.) “반토막... 그러면 뭐 반 났겠네요. 네.” (완전히 포기하셨나봐요?) “그렇죠. 뭐 어쩔 수 없잖아요. 그냥 손해 안고 나가는 수밖에 없죠. 손절매하고. 어쩔 수 없잖아요. 뭐 누가 보상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머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습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 “그 거품이 빠지는 거고. 그 거품이 빠지는 것은 시장의 힘에 의해서 소비자들이 10년간 속다가 이제 더 이상 속지 않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의 힘에 의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그 소비자들을 속여서 그 소비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대출을 늘려준다는 유혹을 통해서 또 유인책으로 젊은이까지 아파트라는 이미 ‘도박 상품화’된 이 물건을, (젊은이들을) 도박에 참여시키는...”

[백일용 / 관악구 신림동] “토건족을 위한 정책이지, 다. 진짜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고. 토건족(이) 미분양 아파트(를) 결국 팔아먹으려고. 안타깝지. 분노를 느끼고...”

이번 정부 대책이 비판받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집 없는 서민들을 철저히 외면한 것입니다. 저렴한 공공주택의 공급을 대폭 축소해 분양 가구 수는 2만 호에 불과합니다. 애초엔 7만 호였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다달이 청약 적금을 부어 온 서민들은 닭 쫓던 개 마냥 불쌍한 신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재성 / 서울 독산동] (지금 몇 년 째 (청약저축) 들고 계세요? 혹시?) “저는 지금 10년 정도 됐어요.” (10년간 가입했는데 (정책) 이야기 듣고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이제는 청약저축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별로.” (좀 허탈하시진 않으셨어요?) “그렇죠.”

[백일용 / 서울 신림동] “없는 사람들 살기 힘들었다는 생각이죠. 그리고 이 정권이 결국 없는 사람들 편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 값 아파트 논쟁이 일면서 탄생한 보금자리 아파트. 일부에서 로또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수도권에 더 이상의 보금자리 아파트는 없습니다. 민간 아파트 미분양의 원인으로 지목된 탓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서민주택정책 대표 브랜드였던 보금자리 아파트. 그러나 고분양가 정책으로 일관해 온 민간 건설사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사실 그린벨트 등이 건설되기는 했지만 수도권 보금자리 주택은 3.3㎡ 당 모두 1000만 원 이하여서 주변 민간 아파트의 거품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 “즉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도 저는 천만 원 이하로 분양이 가능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봤어요.”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나아가 민간건설업체를 살리는 길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 새 정부. 100퍼센트 국민행복시대는 환상이 됐습니다.

[김성옥 동부1번지 공인중개사무소] “그래서 사람들한테 집을 사라고 인위적으로 어떻게 보면 압박을 가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보금자리도 축소하고 없애고, 그리고 뭐 택지개발도 안 한다 그러고. 그러면서 사람들 심리를 자극하는 거거든요? 어떻게 보면.”

상위 1퍼센트와 강남불패의 신화가 아직도 견고한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 가난한 자를 위해 부자들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준다는 아이러니를 박근혜 정부는 지금 선택하고 있습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정부는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부동산이 살아나야 경제가 산다고 표현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이고요. 실제로는 경제가 살아나야 진정한 의미의 경제가 살아나야 선순환 구조를 그리면서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게 되는 겁니다. 소득도 없는데 언제까지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할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