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WIN 문화 구축을 위한 포괄적 협약”

지난 2011년 삼성화재와 한 병원 사이에 맺어진 협약서의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가 병원과 맺는 협약서는 병원 임직원의 보험 가입에 관한 내용이지 이 협약서처럼 “각각의 제품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윈윈’하는 문화를 구축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 삼성화재가 한 병원과 체결한 협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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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화재가 한 병원과 체결한 협약서.

병원의 제품과 서비스는 의사가 제공하는 진료 행위,보험사의 제품과 서비스는 보험 상품이다.이 둘을 바탕으로 ‘윈윈’하는 문화를 어떻게 구축한다는 것일까?

지난 2011년 삼성화재와 이 협약을 맺은 병원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삼성화재 지역단의 담당자가 접근해 자신들과 협약을 맺으면 “삼성화재 실손 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들이 질환이 있어 문의를 할 경우 병원에 소개시켜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홈플러스에 업체들이 입점하는 것처럼 개인병원들이 입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의사는 기술력만 제공하고 경영은 신경 안 쓰도 될 것이라며 협약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 병원장은 또 MOU를 맺을 당시 삼성화재가 한 프리젠테이션에는 미국식 의료보험체계가 최종목표로 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결국 자기들이랑 함께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는 이야기로도 들렸습니다.왜냐면 나중에는 자신들이 지정하는 병원에서만 환자들을 받게 될 것이다고 했거든요”

보건, 의료관련 전문가들은 병원과 보험사 사이에 이런 물밑 협약이 이뤄지고 있었는지 몰랐다면서 만약 거대 보험사가 많은 병원들과 이렇게 제휴하고, 이를 통해 환자 정보를 모으게 되면, 소비자들도 앞으로 보험사와의 계약에서 크게 불리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병원이 보험사에 종속되는 미국식 의료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등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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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이 보험사에 종속되는 미국식 의료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등장할 수도 있다.

반면에 보험사는 집적된 개인 정보를 통해 큰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돈으로 치면 뭐 가장...생명과 직결되는 비즈니스를 할 수 있으면 그 생명에 관한 위험을 상품화해서 받아낼 수 있는 그런 이윤은 일반 제조업의 상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수익이 창출될 가능성이 높죠"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삼성화재는 뉴스타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당 협정서는 지역단의 마켓팅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며, 삼성화재 본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본사에서는 통제하지 않고 개별 지역 단위에서 체결한 내용이라 본사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의 취재에 응한 병원장의 인터뷰 내용과 지난 2005년 나온 삼성생명의 보고서 내용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당시 민영보험의 발전단계가 “실손의료보험”에 와 있고, 그 다음 단계로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의 단계가 올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정부보험, 즉 공공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의 시대, 미국식 의료보험체제가 올 것이라고 했다.

▲ 2005년 나온 삼성생명 보고서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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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나온 삼성생명 보고서 한 대목

삼성생명의 이 시나리오가 전망한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은 뉴스타파가 확보한 문제의 협정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또 뉴스타파의 취재에 응한 병원장이 삼성화재측으로부터 들었다는 삼성화재의 장기 비전 역시 삼성생명의 시나리오와 비슷하다. 결국 삼성의 시나리오가 차츰 현실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우석균(가정의학과 전문의)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거대 보험사와 병원은 규모만으로도 보통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만약 보험사와 병원의 커넥션이 보편화되면 병원은 보험사의 하청업체처럼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