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공채 뽑았다고 회사에서 기사도 내고 기업 이미지 좋아지려고 우리 봉사활동 하는 것까지 홍보하더니, 입사 1년 만에 이렇게 내보내다니 황당하고, 배신감 들고…”

최근 한화투자증권을 퇴사한 고졸사원 유미영(가명·21)씨는 지난 21일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사실 회사를 나오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증권사 입사로 진로를 택했던 유 씨는 증권사에서 업무팀장까지 하는 것이 꿈이었다.

특히 3년만 회사를 다니면 ‘선취업 후진학’ 제도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길도 있다고 했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회사를 계속 다니려고 했다. 그랬던 그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은 지난해 말 한화투자증권이 실시한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 한화투자증권은 입사 1년 차 고졸 직원들을 희망퇴직 대상자로 분류했고, 그 결과 절반 이상의 사원이 회사를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투자증권, 1년차 고졸직원에게 희망퇴직 강요

한화투자증권은 2013년 12월, 경영난을 이유로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정리해고에 앞서 희망퇴직 대상자를 발표하고, 그 대상에 입사 1년 차 고졸 신입 직원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같이 입사한 대졸 신입은 제외됐다.

그 결과 2012년 말 입사한 고졸 공채 사원 5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올해 초 입사 예정이던 ‘채용 전제 형 인턴’ 40명의 경우 10명이 입사를 포기했고, 30명은 3개월 째 입사 대기 상태다. 한화투자증권이 “남녀, 학력 차별없는 인재채용은 김승연 회장의 특명”이라며 고졸 직원들을 추켜세우던 1년 전과는 정반대 분위기다.

희망퇴직은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였다. 희망 퇴직 기간에 지점장이 고졸 직원들을 불러 1대1 면담을 실시했다. 유 씨는 면담 자리에서 “회사가 어려우니 나가는 게 어떻겠냐, 이제라도 대학에 가라. 어차피 안 나가면 정리해고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말은 압박으로 다가왔다.

유 씨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희망 퇴직하면 위로금이라도 받지만, 정리해고 당하면 위로금은 커녕 재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처음 들어보는 정리해고라는 말이 너무나 무서웠다. 동기들도 어떻게 해야 하나며 희망퇴직 접수 기간 내내 불안해 했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 한화투자증권의 전 고졸사원들은 취재진에게 희망퇴직 과정에서 퇴직 압박을 받았으며, 희망 퇴직을 거부한 뒤에도 퇴사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안 하면 정리해고” 증언 잇달아

희망퇴직을 거부한 고졸 직원도 있었다. 그래도 회사는 오래 다닐 수 없었다. 한 지역도시의 지점에서 근무하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한 고졸직원은 “입사한 지 1년 밖에 안 됐는데 회사를 나가라는 것이 너무 억울해 퇴직 신청을 안 하고 버텼는데, 한 달 뒤 지점장이 따로 불러 ‘서울의 콜센터로 가라’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먼 지역에 살고 있는 그는 결국 회사를 나오기로 결정했다. 희망퇴직이 아닌 ‘자진퇴사’ 형식이었기 때문에 위로금도 받지 못했다. 그는 현재 다른 금융권으로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남들보다 1년 늦은 것 같아 불안감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고졸채용 확대 여파

이렇게 한화투자증권을 퇴사한 고졸 사원들은 입사 때 이런 일을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들이 입사할 시점인 2012년은 고졸 채용 열풍이 불던 시기로, 고졸자들에 대한 대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고졸채용 확대를 강조했고, 기업에 고졸채용 1명당 1500만원(전체 투자액의 3/100 규모)의 세제 감면 혜택도 줬다.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대규모 고졸 공채를 실시했다.

특히 한화그룹은 고졸 직원들을 위해 사내 대학을 운영하고, 승진 기간도 단축시키겠다며 고졸자들의 입사를 유도했다. 이 말을 믿은 고졸자 1만4000명이 한화그룹에 지원했다. 당시 그룹 총수 김승연 회장이 연일 구설수에 올랐던 한화그룹은 고졸채용을 기업 이미지 개선에 적극 활용했다.

한화 측은 고졸 사원의 20%를 기초생활수급자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임을 홍보했다. 한화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한화투자증권은 가장 많은 고졸 직원을 채용해, 고용노동부로부터 포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1년여 뒤, 한화투자증권에 입사했던 고졸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처지가 됐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이명박 정부 때 취업률을 높이라는 압박에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보다 취업을 권유했는데,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이균장 홍보팀장은 “회사 생존차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다보니 고졸 직원도 포함이 된 것”이라며 “하지만 희망퇴직이기 때문에 희망하지 않으면 퇴사하지 않아도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법률원 새날의 김기덕 변호사는 “ 대한민국에서 실시되는 희망퇴직은 사실상 해고로 보는 게 맞다”며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고졸 직원을 내보낸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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