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도리’ 코칭한 명태균 "부동시 때문이라 말하라"

2025년 01월 10일 18시 05분

2025년 01월 10일 18시 05분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가 나눈 다수의 SNS 대화와 관련 자료를 입수해 보도하고 있다. 해당 대화에는 명 씨가 자신이 만든 여론조사 보고서를 윤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 전달한 사실, 그리고 명 씨가 윤석열 캠프 인사에 개입하거나 선거 전략을 짜주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가하면 윤 대통령의 고질적 습관에 대해서도 명 씨가 이른바 ‘이미지 컨설팅’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도리도리’ 논란과 명태균의 코칭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행동 때문에 ‘도리도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윤석열 캠프 참모진들이 모여서 ‘도리도리’ 대책을 논의했을 정도로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더해 양 다리를 과도하게 벌리는 ‘쩍벌’ 자세까지 논란이 되자 윤 후보가 습관적인 행동을 고치기 위해 이미지 컨설팅을 받았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명태균 씨는 우선 “윤 후보의 ‘도리도리’가 짝시(부동시)로 인한 행동”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보수 유튜브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8월 5일 오후 11시52분, 명 씨는 윤석열 후보에게 “고성국 박사를 오늘 저녁에 만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라며 유튜브 고성국TV의 영상 파일 하나를 보냈다.
2021년 8월5일, 명태균 씨가 윤석열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유튜버 고성국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명 씨가 윤 후보에게 전송한 것은 고성국TV 영상의 한 대목을 3분14초 분량으로 잘라낸 파일이었다. 현재 이 영상은 삭제되거나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의사가 명박사예요?”

윤 후보는 12분 뒤 영상을 봤다는 듯 “ㅇㅋ 짝시가 도리도리 원인일수 있겠네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명 씨는 “제가 총장님을 관찰을 해봤을때 그런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부동시로 인한 행동장애가 습관화 된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문제로 제기될 병역면제 사유 부동시에 대한 방어로 도리도리 현상을 말씀하시면 됩니다”라며 병역 면제 관련 후보 검증 질의를 받으면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그러면서 명 씨는 “고박사가 절 안과의사라고 설명하네요...ㅋㅋㅋ”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윤 후보는 “ㅇㅋ 의사가 명박사예요?”라고 되물었다. 명 씨는 “네. 접니다.ㅎㅎ”라고 답했다.
윤석열 후보가 고성국TV가 언급한 '의사'가 명태균인지 묻자, 명 씨는 "네 접니다"라고 답했다.
위 대화의 흐름으로 보아, 명 씨가 고성국TV에 마치 의사의 진단인 것처럼 윤 후보의 ‘도리도리’가 부동시로 인한 행동이라고 설명하게 했고, 명 씨는 이를 자랑하듯 윤 후보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고성국TV가 언급한 “안과의사”가 명 씨인 것을 인지한 윤 후보가 “(언급된) 의사가 명박사냐”고 되묻기까지 한 것이다.

명태균 “사모님과 처남께 말씀 드렸습니다”

명 씨는 이같은 내용을 김건희 여사와 여사의 친오빠인 김진우 씨와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명 씨는 자신이 그 안과 의사라며 “6월29일 출마선언 하실때 도리도리하시는 영상을 보고 그렇게 생각되어 사모님하고 처남께 말씀 드렸습니다”라고 윤 후보에게 보고했다. 명 씨가 언급한 사모님은 김건희 여사이고, 처남은 김진우 씨다.
이 같은 텔레그램 대화는 명 씨가 기자들에게 한 얘기와도 일치한다. 명 씨는 지난해 10월17일 기자들에게 “ 내가 우리 윤석열 후보가 '도리도리'를 왜 하느냐, 그분에 대해서 분석을 해보니까 양쪽 눈 시력 차이가 많이 나는 '부동시'더라고요. 그래서 군대를 면제받았고요. (중략) (‘도리도리’는) 부동시 때문에 오는 신체적인 현상인 거예요. 그래서 내가 그거를 말씀드렸어요. 너무 좋아하시데”라고 말한 바 있다.
고성국 씨는 윤 대통령 당선 뒤, KBS 라디오 진행자로 발탁됐다. 고 씨는 12.3 내란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물의를 빚다 최근 교체됐다. 취재진은 고성국TV 측에 유튜브 방송에서 언급한 의사가 실제 의사가 아닌 명태균이었냐고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명태균이 윤상현 등 총선 탈당파 4인이 국민의힘에 복당했다는 기사를 보내자, 윤석열이 “오늘 저녁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답한 대화 내용도 확인됐다. 그러자 명태균은 “잘하셨습니다, 총장님”이라며 칭찬했다. 이 대화는 당시 명태균이 윤석열 후보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이명선 박종화
촬영정형민 최형석
편집윤석민
디자인이도현
그래픽정동우
출판허현재
리서치최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