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 구형... 박정훈 최후 진술"책임있는 자 처벌하는 게 왜 잘못인가"

2024년 11월 21일 17시 40분

2024년 11월 21일 17시 40분

지난해 8월 채 해병 사망 원인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마지막 공판이 21일 군사법원에서 열렸다. 군 검찰은 박 전 수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군의 기강을 담당하는 군사경찰 고위장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중대한 범죄"라는 이유다. 박 전 수사단장과 변호인단은 수사기록 이첩 보류 명령 자체가 없었으므로 항명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군 검찰 박정훈에 징역 3년 구형... 쟁점은 '이첩 보류 지시' 유무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는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결심 공판이 진행됐다. 공판은 피고인 박정훈 대령에 대한 신문, 군검찰의 구형, 변호인단의 피고인 최후변론 순서로 진행됐다.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김계환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군 검찰은 7월 31일 오후 국방부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 이후 해병대사령부에서 진행된 사령관 주최 대책회의와 8월 1일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한 복수의 사령부 참모진 진술을 근거로 삼아 박 대령을 추궁했다. '국방부 장관이 우스베키스탄 출장에서 귀국할 때까지 보류하라는 사령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일치된 증언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박 대령이 사령관 지시 수명을 거부한 게 아닌지 따졌다. 
이에 대해 박 대령은 당시 수차례 진행된 회의에서는 당초 7월 31일로 예정돼 있던 언론 브리핑 및 국회 설명을 당일 두 시간 전에 취소한 것에 대해 어떤 후속 조치를 할지만을 토의했다며, 이종섭 전 장관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것 이외에는 수사기록 이첩 관련 논의가 아예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령관이 이첩 보류 명령을 3회에 걸쳐서 했다고 주장하는데, 3회에 걸쳐 한 명령을 수명하지 않았으면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도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다는 방증”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어진 변호인 반대 신문에서도 박 대령은 김계환 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있던 7월 31일부터 이첩이 실행된 8월 2일 당일 오전 10시 보고 사이에 이첩을 중단시킬 명확한 의사를 보인 적이 없었으며 이에 따라 이첩 보류 명령을 하지도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8월 2일 이첩 당일 사령관에게 보고를 하러 갔더니 사령관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다. 나는 ‘이첩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병대에 다 문제가 생긴다’라고 했고, 사령관이 ‘내가 지금 (이첩을) 중단시키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나는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했고, 침묵이 흘렀다. 사령관은 2박 3일 동안 고민을 했는데 답을 내리지 못했고,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리자니 직권 남용이 될 것 같고 이첩을 그대로 하면 항명죄가 될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셨고 ‘제가 책임 지고 넘기겠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사령관이 ‘알았다’고 했고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결심공판 피고인 신문 중 (2024. 11. 21.)
변호인단은 이미 이첩이 진행 중이었던 8월 2일 오전 10시 51분에야 이첩 보류 지시가 명확하게 내려졌으며 이 지시에 대해서는 박 대령이 이첩을 진행 중이던 후임들이 사령관에게 바로 전화를 하도록 한 점을 들어 “적절한 조치를 다 취했다”고 변호했다. 박 대령이 항명을 해서 얻을 개인적 이익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군 검찰,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기소... 박정훈 "고의 아냐"

군 검찰은 지난해 8월 31일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기존의 항명 혐의에 더해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추가 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8월 11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때 허위 발언으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정훈 이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나 고의가 없었다고 맞섰다. 

박정훈 최후 변론 "한 병사의 죽음에 책임있는 자를 처벌하는 게 왜 잘못된 것인가" 

박정훈 대령은 피고인 최후변론에서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던 지난해 7월 31일부터 이첩이 있었던 8월 2일까지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국방부 참모진과 해병대사령부 참모진들의 허위진술 정황을 지적하며, 재판부에 공정한 판결을 주문했다.
순직한 채 해병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책임이 있으면 우리도 처벌받겠다고 유가족에게 맹세했다.  한 병사의 죽음에 책임있는 자를 처벌하려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이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령은 재판부에 “이번 재판은 단순히 저 한 명의 항명죄 여부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가적 사안이 됐다”며, “우리 군에게 ‘불법 명령은 하면 안 된다’, ‘불법 명령에 복종하면 안 된다’고 말해달라. 채수근 상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게 하겠다’고 한 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대령에 대한 1심 재판의 선고는 내년 1월 9일 있을 예정이다.
제작진
영상취재김기철, 오준식, 정형민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