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술' 작전주 아니다? 대통령실 해명 틀렸다

2023년 01월 31일 10시 02분

대통령실이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낸 입장문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은 뉴스타파가 지난 26일 보도한 김건희 여사의 ‘우리기술’ 거래와 관련해, 그제 (1월 29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종목이 ‘작전주’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우리기술’이 ‘작전주’였다는 것은 이미 판결을 통해 인정된 사실이었다. 

권오수 측 변호인도 ‘우리기술’ 주가조작 인정 

뉴스타파가 지난 26일 보도에서 ‘우리기술’을 주가조작 세력이 주가를 관리한 이른바  ‘작전주’였다고 한 것은 판사와 검사의 발언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법정에서 ‘우리기술’이 언급된 것은 두 차례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2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는 권오수 회장의 변호인이 토러스증권 지점장 김 모 씨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권오수 측 변호인 : 우리기술 범행에서는 확실한 대가 받고 주가조작 나아간 것으로 보이는 반면, 비슷한 시기 본 건의 경우에는 만약 피고인 권오수로부터 주가조작 의뢰받았다고 하면서 사전 대가를 지급받거나 대가 약속받은 사실 조차 없다는 것입니까?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 : 예 없습니다.  

2022.5.20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 중
판사나 검사가 아닌 권오수 측 변호인마저 이런 질문을 던질 만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정에서 김 모 지점장이 ‘우리기술’의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은 기정 사실로 여겨졌다. 주요 피고인의 변호인도 인정한 ‘우리기술’의 주가조작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렇게 언급했다. 
'우리기술' 종목이 '작전주'라는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금감원에서 고발되거나 수사된 적이 없고, 재판 중이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재판에서 증인이 '주가관리' 사실을 부정하는 증언을 했습니다. 

2023.1.30. 대통령실 입장문  중

‘우리기술’ 주가조작 관련 범죄로 실형받은 2차 작전 세력 핵심

증인이 주가관리 사실을 부정하면 주가관리가 없었던 것이 되는 걸까. 뉴스타파는 ‘우리기술’의 주가를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의 과거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보았다. 
도이치모터스 2차 작전 세력의 핵심 인물이었던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은 지난 2012년에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김 씨가 구속된 것은 바로 ‘우리기술’과 관련된 혐의 때문이었다. 
해당 사건 판결문을 보면, 김 씨는 2009년 4월 한 투자자로부터 3억 원을 받았다. 김 씨에게 3억 원을 준 투자자는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주가가 400원에서 500원 대에서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그때마다 피고인이 전화로 확인해보라고 하여 주가를 보면 2천원 대로 상승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계속하여 주가를 잡아준다고 하였기 때문에 3억 원을 주게 되었던 것입니다.

(중략) 피고인이 이미 우리기술 주식을 많이 관리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고, 우리기술 쪽을 확실하게 핸들링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저에게 우리기술 신주인수권 투자 기회를 줄 것이라 믿고 3억 원을 준 것입니다.  

서울고법 2013노 1993 판결문 9쪽 중
즉, 김 씨가 ‘우리기술’ 주식을 많이 관리하면서 주가를 올리는 등 '우리기술'을 확실히 핸들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투자 기회를 줄 것이라 믿고 돈을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씨의 주가 관리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증거를 제출했으나 1심 판사는 “주가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3억 원 수수를 무죄로 보았다.
그러나 2심 판사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투자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즉, 김 씨의 주가조작 관여가 2심 재판부에 의해 인정된 것이다. 
다만 판사가 김 씨를 주가조작, 즉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라 수재 혐의로 처벌한 것은 애초에 검사가 주가조작이 아니라 수재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수재 혐의는 비록 공무원은 아니지만 고도의 공공성을 요하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았을 때 적용하는 혐의다. 검사가 왜 김 씨를 주가조작이 아닌 수재 혐의로 기소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김 씨는 이 3억 원 외에도 같은 투자자로부터 6억 6천 5백만 원을 더 받았다. 투자자에게 우리기술의 신주인수권을 매수하도록 주선해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그 결과 2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7억 원을 선고받았고, 2014년 3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다시 대통령실의 해명으로 돌아가보자.
 '우리기술' 종목이 '작전주'라는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금감원에서 고발되거나 수사된 적이 없고, 재판 중이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재판에서 증인이 '주가관리' 사실을 부정하는 증언을 했습니다. 

2023.1.30. 대통령실 입장문 중
위 대통령실의 해명을 한 문장씩 지적해 보자면 이렇다. “금감원에서 고발되거나 수사된 적”은 없는지 몰라도 검찰은 이미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에 대한 공소장에 주가조작 사실을 적시했다. “재판중이지도 않”은 것은 이미 9년 전에 재판이 끝났기 때문이다. “증인이 ‘주가관리’ 사실을 부정’했지만 판사는 인정했다. 

B인베스트, ‘우리기술’로 60% 수익 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정에서는 ‘우리기술’의 이름이 수십 차례 언급됐다. 애초에 2차 작전 세력의 양대 축이었던 토러스증권 김 모 지점장과 B인베스트가 인연을 맺게 된 것 자체가 ‘우리기술’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모 씨 변호인 :  B인베스트는 2009년부터 김00 피고인 추천으로 우리기술 주식에 투자해서 60%의 수익을 얻어서 김00 피고인에 대한 신뢰가 높았던 것 맞죠?

B인베스트 이 모 대표 : 네 

이 모 씨 변호인 : 우리기술 주식 투자로 많은 수익을 안겨줬던 김00 피고인이 도이치 IR을 담당한다면서 기관투자가가 매수할 거라고 말해서 도이치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나요? 

B 인베스트 이 모 대표 : 네 

2022.5.6.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 중
2차 작전의 두 핵심인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과 B인베스트는 ‘우리기술’을 통해 한 차례 성공을 맛봤고 이를 바탕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에서도 협력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우리기술’ 임직원들도 도이치모터스 작전 참여

앞선 보도에서 밝혔듯 ‘우리기술’ 임직원들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많이 얽혀있다. ‘우리기술’의 부사장 이 모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우리기술’의 노 모 전 대표의 경우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동원된 계좌의 소유주 가운데 한 명이다. 검찰이 재판에서 요청한 증인 가운데 우리기술 관련자만 10명 가까이 될 정도다. 
반대로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처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참여한 ‘전주’들도 ‘우리기술’에 투자했다. 뉴스타파가  토러스증권 김 모 지점장과 B인베스트를 중심으로 두 개의 ‘작전’이 유기적으로 얽혀있었다고 보도한 이유다. 

김건희의 ‘우리기술’ 거래는 2차 작전 세력과의 관계 입증하는 증거

정리해보자. ‘우리기술’이 ‘작전주’라는 근거가 없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완전히 틀렸다.
2차 작전 세력의 핵심인 토러스증권 김 모 지점장은 우리기술 주가조작과 관련한 금품 수수로 실형을 받았다. 2차 작전 세력의 또 다른 핵심인 B인베스트는 ‘우리기술’ 거래로 60%의 수익을 봤다. 2차 작전 세력을 매개로,  ‘우리기술’ 임직원들은 도이치모터스에, 도이치모터스 주주들은 ‘우리기술’에 투자했다.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가 ‘우리기술’ 주가 조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보도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차 작전 세력이 주도한 또 다른 ‘작전주’ 주식을 김건희 여사 모녀가 매매했다고 보도했을 뿐이다. 
뉴스타파가 이를 중요하게 보도한 것은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가 2차 작전 세력과 전혀 무관하다”는 기존의 해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무관한’ 2차 작전 세력의 사무실에서 김건희 여사의 거래 내역이 엑셀 파일로 나온 점, ‘전혀 무관한’ 2차 작전 세력의 문자 메시지에 나온 작전을 김건희 여사가 그대로 이행한 점, ‘전혀 무관한’ 2차 작전 세력의 작전 개시 시기에 김건희 여사가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점에 덧붙여 ‘전혀 무관한’ 2차 작전 세력이 관리한 종목을 김건희 여사가 거래한 사실이 모두 우연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 의혹이나 제기한 후 피해자에게 주가조작이 아닌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2023.1.30. 대통령실 입장문 중
그러나 법정에서 숱한 증거가 나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강력히 의심받고 있는 영부인이 검찰 수사 한 번 받지 않은 채로 버티고 있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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