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북한 관련 기사 8만 건 분석...'소스' 해부

2021년 07월 02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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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68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포성은 멎었으나 전쟁은 아직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았고, 남북한 평화 프로세스는 여전히 교착 상태다. 상호 신뢰 회복이 중요하지만 한국언론의 무분별한 북한 보도는 종종 대화의 걸림돌이 됐다. 걸핏하면 북한 최고지도자를 ‘죽였다가 살렸고’, 고위 인사 처형설과 같은 대형 오보를 내놨다. 핵 관련 소식, 북한 내부 동향 뉴스에서도 ‘묻지 마’식 보도행태를 끝없이 이어가고 있다. 북한 관련 뉴스는 과연 누가 만들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뉴스타파는 국내 22개 언론사의 북한 관련 기사 1년치, 8만여 건을 전수 분석해 북한 뉴스 ‘소스’를 추적하는 ‘북한 뉴스 해부 - 누가 북한 뉴스를 만드는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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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출처’가 있다. 누군가의 발언이든, 기관의 보도자료든, 기자의 직접 관찰이든, 그 ‘출처’는 대개 어떤 의도를 갖는다. 이 때문에 ‘출처’는 뉴스의 신뢰도를 좌우한다. 신뢰도가 낮은 인물의 발언이 기사화됐다면 그 뉴스의 신뢰도 역시 하락한다.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 즉 뉴스 해독능력이 높은 독자나 시청자의 경우 뉴스의 근거가 되는 출처를 찾아 의도를 분석하고 신뢰도를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 3월, 제작진들이 북한 기사별 소스 입력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언론이 다루는 어떠한 소재보다 취재와 팩트체킹 과정이 허술한 대상이다. 반론, 정정보도, 소송을 걸어올 일이 거의 없고, 또 일종의 반북 정서로 인해 북한을 어떤 식으로 비판하든 대부분 용인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을 직접 취재하거나 사실 관계를 확인할 통로가 사실상 없다는 한계도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게 곧 검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한국언론이 쌓아온 북한 기사 오보의 역사는 세계 언론역사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다.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한국언론에 의해 ‘죽었다가 살아났’다. 김정은은 ‘식물인간’ 또는 ‘99% 사망 확실’ 상태까지 갔다가 멀쩡하게 살아서 나타났다. 
1986년 조선일보는 “김일성이 피살”당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김일성은 그보다 7년 7개월 더 살다가 1994년에 사망했다. 2011년에 사망한 김정일 역시 2004년에 한바탕 사망설이 돌았다. 
지난해 4월 국내외 언론이 한바탕 사망설을 제기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멀쩡하게 ‘살아 돌아왔’다. 이밖에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씨와 현 의전비서인 현송월 씨에 대해서도 ‘독살설’, ‘처형설’ 등이 제기됐으나 다 오보였다.
뉴스타파 보도 캡쳐
수없이 쏟아지는 북한 관련 기사를 차분히 뜯어보면 특정 ‘소스’, 즉 취재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핵시설 관련 보도에서는 CSIS(미국 싱크탱크·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자주 등장하고, 북미 관계 기사엔 일본의 특정 매체가 주로 인용된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대북전단특별법’ 관련 논란이 진행될 때는 미국 선전 매체인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발 보도를 한국언론이 즐겨 인용했다. 이런 패턴과 함께 한국언론의 북한 관련 기사에 주요 ‘출처’로 등장하는 ‘소스’의 정체를 파악해야 해당 기사의 신뢰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뉴스타파가 <북한 뉴스 해부- 누가 북한 뉴스를 만드는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뉴스타파는 북한 관련 뉴스에서 어떤 ‘소스’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지, 북한 관련 오보의 진원지는 어디인지, 반대로 믿을 만한 소스는 어디인지, 또 특정 소스가 만들어내는 프레임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취재진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약 두 달간 프로젝트 시작일 기준 최근 1년(2020년 4월~2021년 3월)을 분석 대상 기간으로 정했다. 분석 대상 언론사는 국내 22개 언론사(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문화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KBS· SBS· MBC·TV조선· JTBC· 채널A ·MBN·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YTN· 연합뉴스TV)로 했고, 기사 스크랩 프로그램에서 ‘북한’을 키워드로 넣어 검색되는 기사를 1차로 전부 수집했다. 약 8만 건이 나왔다. 데이터 분석 단계에서는 최종 분석 대상 기사를 2만여 건으로 걸러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뉴스타파는 한국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 ‘소스’에 주목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식통’, 한국언론에 의해 재생산되는 미국 매체 기사, 그리고 미국의 특정 싱크탱크들이다. 또 일방적인 주장을 제기하는 일본 매체들도 눈에 띄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4개월간의 취재 결과를 ‘익명에 숨은 북한 뉴스’, ‘미국의 선전 매체’, ‘미국의 싱크탱크’, ‘일본 언론’ 순으로 엮어, 오는 7월 5일부터 차례로 보도할 예정이다. 
제작진
데이터최윤원
데이터 입력황다예 이준엽 김이향 이종현
촬영오준식 신영철 이상찬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