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국정원 비밀문건과 대북송금 사건의 진실

2024년 05월 23일 20시 00분

오늘(23일) 저녁 8시에 방송되는 '주간 뉴스타파'는 국정원 비밀 문건에 담긴 핵심 내용과 문건을 작성한 블랙요원의 비공개 증인신문 내용, 문건의 입수 경위와 새롭게 취재한 내용 등을 자세히 담았다. 앞서 뉴스타파는 '대북송금' 사건의 진실을 가늠할 만한 국가정보원 비밀 보고서 문건을 입수해 연속 보도해왔다. 문건은 모두 45건으로, 분량은 140쪽에 이른다. 이 중 3건은 국가정보원장이 직접 결재해야 하는 '2급 비밀'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국정원 비밀 문건. 검찰이 수사 중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대북송금 800만 달러의 진실 가늠할 국정원 문건 

수사와 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인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북측에 건넨 '800만 달러'의 사용처다. 검찰은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비용을 대신 내준 것이고, 나머지 300만 달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정원 문건에는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검찰 수사와 결이 다른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 5~6월 국정원을 압수수색해서 관련 문건 45건을 확보했다. 문건 작성자는 국정원 대북 정보 담당 요원들이다. 문건에는 이들이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대북 첩보를 수집해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2급 비밀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블랙(비밀 공작) 요원 김 씨는 지난해 6~7월 재판에 증인으로 두 차례 출석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검찰 요청으로 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런 탓에 국정원 문건 및 요원 김 씨의 증언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국정원 비밀 문건. 검찰이 수사 중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협조자 안부수' 발탁한 국정원의 '대북공작 사업' 존재 첫 확인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 요원 김 씨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협조자'로 발탁했다. 안부수가 통일전선부 책략실장 김성혜, 이호남(리호남)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 등과 소통이 가능한 대북 라인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부수는 국정원의 공작금을 받고 협조자 역할을 충실히 하던 중에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쌍방울 회장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안부수는 김성태를 데리고 북측 고위 인사들을 만난 사실을 요원 김 씨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할 대북 공작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2019년 2월 1일, 요원 김 씨가 작성한 2급 비밀 문건의 제목은 '○○96○○ 종결 계획'이다. 여기서 ○○96○○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지칭한다. 즉, 이날 문건은 안부수를 협조자로 고용한 대북 공작 사업을 완전히 종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이 문건 3쪽에는 이번 공작을 끝내야 하는 사유로 '○○96○○ 주변 인물(쌍방울 오너 김성태)의 주가 조작 및 국정원 연루 의혹 제기 가능성에 따른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종결(1.30.)'이라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요원 김 씨는 법정에서 "국정원의 동료 요원이 이와 같은 사실을 내게 알려줬고, 이후 조사해보니 김성태가 안부수를 내세워 주가를 부양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안부수가 김성태의 주가 조작에 가담할 경우, 향후 국정원의 연루 가능성까지 제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컸다고 한다. 
2020년 1월 31일자 국정원 보고서 1쪽. 김성태 쌍방울 회장의 대북 사업을 이용한 주가 조작 정황이 담겨 있다. 

北 정찰총국 이호남 "쌍방울 계열사 주가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받기로"

국정원의 또 다른 요원이 작성한 2020년 1월 31일에 보고서에도 쌍방울이 등장한다. 문건의 제목은 '北 이호남, 쌍방울의 대북사업 이용 주가조작 시도 언급'. 1쪽에는 '北 정찰총국 이호남은 지난해(2019년) 3월경 김○○(남측 대북 사업가)에게 "대북 사업으로 쌍방울 계열사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며 "쌍방울이 (주가조작) 수익금을 1주일에 50억 원(총액 미상)씩 김○○에게 전달하도록 할테니, 국내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서 중국 선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문건 속 대북사업가 김○○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문건 내용이 모두 사실이고, 당시 통일부에도 같은 내용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문건 속 첩보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란 얘기다. 

"왜곡 보도"라는 검찰...정작 수사기록에는 '주가 조작' 증거 다수 

뉴스타파가 국정원 문건 내용을 보도하자, 어제(22일)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불법적으로 유포된 (국정원) 문건 중 불법 대북송금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내용을 제외하고 주가조작에 대한 일방적 주장만을 편집해 보도한 것"이고 "국정원 문건에는 불법 대북송금 경위 등에 대한 많은 내용이 들어있는데, 그런 내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쌍방울 계열사) 주가와 관련된 일부 내용만을 발췌해 언급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쌍방울 대북송금이 주가조작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나, 검찰이 모든 의혹을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금융위원회 내 전문 분석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에 매매분석 심리를 의뢰한 바 있고, '시세조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회신을 받는 등 주가조작 혐의는 인정할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 문건 중 검찰 논리에 유리한 내용만을 취사선택해서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검사가 법정에서 신문한 요원 김 씨가 검찰이 스스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내용마저도 부인하는 취지로 대답한 사실도 말하지 않고 있다. 또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이 쌍방울에 대한 시세 조종(주가 조작)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매매분석 심리' 관련 결과물은 검찰 수사 증거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일부러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은 것인지 실수로 누락한 것인지는 검찰만이 알고 있다.
오히려 검찰 수사기록에는 김성태와 안부수의 시세 조종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다수의 진술과 물적 증거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국정원 비밀 문건과 검찰 수사기록을 토대로 '대북 송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보도를 지속할 계획이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최윤원 한상진
촬영정형민 오준식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그래픽정동우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