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10월 25일 국회 운영인 국정감사. 민주통합당 정호준 의원이 최근 논란이 된 DVD동영상과 관련해 하금열 대통령 실장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정호준 민주통합당 의원] & [하금열 대통령실장]
“이런 촛불집회를 어떤 뭐, 종북세력의 반정부 투쟁, 반미 투쟁 이렇게 보십니까?” “저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는 안 보시죠. 그렇지만 일부.. 우리 정부에서는 그렇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 보훈처에 그런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서 부적절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정부기관인 국가 보훈처가 올해 1월 배포했다는 문제의 DVD. 이에 따르면 1975년 박정희 독재 정권에 의해 사법 살인을 당한 인혁당 사형수들도 반유신, 반독재 운동을 주재하다 타살로 추정되는 의문사를 당한 장준하 선생도. 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앞장 서다 모진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김근태 전 의원도. 2008년 광우병 쇠고기를 자녀에게 먹일 수 없다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도. 올해 초 제주 강정마을에서 아이를 등에 업고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던 할머니도. 문제의 DVD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종북세력이었습니다.
논란을 일으킨 DVD. 반유신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종북으로 묘사합니다.
@ <호국보훈 교육자료> DVD 중 - 종북세력의 실체
“1972년 유신체제 하에서는 사회주의 건설 목표를 숨긴 채 반유신,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빙자해 세력 확산을 기도하였고.”
이뿐이 아닙니다. 87년 6월 민주화 항쟁 역시 그 배후에 종북이 있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2009년 용산 참사와 쌍용차 진압 장면도 종북세력을 묘사하기 위해 동원합니다.
@ <호국보훈 교육자료> DVD 중 - 종북세력의 실체
“환경과 평화 애호운동을 가장한 이 반대활동은 실제 반대 주민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순 외부세력의 주도 하에 전형적인 반정부 선동 시위로 변질되었다.” 이 DVD 동영상에는 제주 강정마을과 광우병 촛불시위 역시 종북이 배후에 있다고 말합니다.
@ <호국보훈 교육자료> DVD 중 - 종북세력의 실체
“자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며 근거 없는 비과학적 선전, 선동,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이후 실제 이해당사자와 무관한 외부 단체가 몰려들어 인권, 환경, 평화를 가장한 외침이 시작되고 시위 현장에 폭력적 물리적 충돌을 유발하여 공권력 개입을 유도한다. 이때 전문 시위꾼 개입은 필수. 결국 민심을 동요시켜 갈등을 부추기고 대정부 불신감 조정을 극대화 시킨다. 이것은 하나의 공식이다. 대한민국의 분열을 노리는 불순 세력들의 국가 파괴 공식.”
문제의 이 DVD 동영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김기준 대학생] 홍보자료니까 그렇겠지만 한쪽 의견으로만 너무 치우쳐진 영상이 아닌가.“
[이연희 대학생] “쌍용차 문제나 이런 거는 국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 불만을 갖는 그러니까 한 국민으로서 내세우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그거를 갖다가 똑같은 종북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전선진 대학생] “정부 주도로 된 데에 대해서 종북세력을 정의 내리는데 있어서는 좀 위험하잖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조심해야 되잖아요.”
[남자 시민] “저도 그거를, 그런 세대를 살아온 그런 연령대, 세대로서 그거는 맞지 않다. 그 사람을 사상적으로 매도해서 다 똑같이 한다면 이게 이제 소위 말해서 전체주의 국가 같은 거죠.”
[황종국] “종북 사상에 대한 이거를 각성하고 깨우치고 어떻게 하든지 반성하고, 물들은 사람은 절대 반성해 가지고선 고쳐주길 바랍니다.”
심지어 이른바 종북세력에 불쾌감을 표현하는 시민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황종국] “아유 아유 안 되죠.” (유신에만 반대한) “그렇지. 유신. 그건 종북이라고 볼 수 없죠. 예.” 그렇다면 문제의 DVD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DVD를 배포한 국가 보훈처에 물었습니다.
[국가보훈처 대변인실 관계자] “공식적으로 누가 제작했다고 나온 게 없어요. 저희 쪽에서 지금 뭐 해당 과에서, 그쪽에서 저희 쪽에 따로 통보를 하거나 사업하기 전에 저희한테 얘기하고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저희도 자세한 경위는 확보가 안 돼서요. 일단 저희 뭐 해당 과도 요즘에 지금 연락이 잘 안 돼요.” (해당 과가 어디, 어느 과에요?) “나라사랑 교육과입니다.” (네?) “나라사랑 교육과요.”
대변인실도 모른다는 DVD를 배포한 나라사랑 교육과. 알아보니 이 부서는 지난해 박승춘 국가 보훈처장이 신설한 곳입니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조찬 강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제가 보훈처장으로 와가지고 작년도에 나라사랑 교육과를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시·군 교육청과 나라사랑 교육 MOU를 체결했고.”
박승춘 차장은 올해 초 나라사랑 교육을 통해 이른바 2040 세대에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겠다며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박승춘 차장은 예비역 중장 출신으로 2004년 전역한 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에 공천을 신청하고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는 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습니다. 또한 여당 편향적인 발언을 많이 해 야당으로부터 편파성 지적도 받아왔습니다.
[박승춘 당시 예비역 중장]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640만 불 먹은 게 문제가 아닙니다.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우리 군을 약화시키고 우리 안보를 무너뜨린 그 죄는 정말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거기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해야 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편향성 논란은 물론 역사 왜곡에 가까운 이 DVD가 부산과 경남 지역 중학교에 배포됐다는 것입니다.
[통일 안보 교육 담당 교사] “아, 저희는 요청을 안 했고요. 부산 지방 보훈청에서 보내주셨습니다.” (혹시 그것으로 애들을 교육을 하신 적은 있으세요?) “1편 중에서, 1편도 안에 3개가 들어 있는데 그 중에 한 개를 학생들한테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종북세력의 실체’ 뭐 이런 거는 사실은 학생들한테 보여주기에 그렇게 적당한 내용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거는 제껴놓고 보지도 않았어요. 제목에서..”
국가 보훈처는 그러나 제작 경위는 밝힐 수 없다고 버팁니다. 자신은 배포만 맡았다고 주장합니다.
@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10월 23일
[강기정 민주통합당 의원]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이거 만든 거 다 인정하고 보훈처 이름으로 1000세트 잉상 (배포) 됐고 내용도 다 확인했는데. 이거 돈이 어디서 어떻게 집행됐는지를 자료 요구를 하는데 왜 그거를 제출을 안 해요?” “어.. 그건 지금 저희 보훈처가 이걸 만들 때 자료를 협찬 받아가지고 배포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예산이라든가, 이런 자료는 저희들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디서 협찬을 받았어요?” “예?” “협찬을 어디서 받으셨냐고.” “어.. 그것은 저희들이 지금 답변 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예?” “예.” “아니 그걸, 그걸 지금. 오늘 또 우리 처장님 즐거운 웃음으로 시작하네요. 국감...”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아니 기관이 개인의 어떤 연줄로 협찬을 받았다고 해도 우리가 투명하게 확인해야 될 문제이고 또 기관이 공식적으로 협찬요청을 해서 공문을 보내서 받은 거라고 한다면 그걸 갖다가 왜 공개를 못합니까?” “지금까지 의원님들께서 여러 번 우리 국가보훈처에 질의해주셨지만 자료 요구에 대해서는 그 자료가 없고 말씀, 요구하신 자료가 없고.”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지금 국회를 능멸하시는 거예요?
심지어 국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서도 DVD 제작과 관련한 사업계획서도 결제내역도 없고 협찬 내역도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타파 역시 국가보훈처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해 제작 경위를 물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답도 얻기 못했습니다. 결국 문제의 DVD는 존재하지만 국가보훈처도 그 어떤 기관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셈입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가 보기에는 종북이니 좌파니 하는 이야기가 내용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라는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 종북이고 좌파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어떤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헌법에 대한 충성을 만들어 나가야 될 국가보훈처가 현 체제 그리고 현재의 헌법의 기반이 되는 반유신 운동이라든지, 또는 6월 항쟁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종북이란 타이틀 하에서 폄하하는 것은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국가기관이) 자기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 돼 버리는 거죠. 그 제작 경위가 어떻게 되었든 국가보훈처가 자기 이름으로 그것을 배포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종북 논란은 단지 국가 보훈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실체 규명이 없이 이른바 종북 프레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 91차 대통령 주례연설 2012년 5월 28일
“늘 그래왔던 북한의 *도 문제이지만은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은 종북세력, 군의 주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군의 총부리가 국민을 겨눈 절망적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단지 기우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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