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KBS 핫라인... "대통령이 봤다" 세월호 보도 노골적 개입
2016년 06월 30일 18시 50분
KBS 모든 기자들의 제작거부 18일, 양대 노조의 총파업 8일 만에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7:4로 가결시켰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길환영 사장은 정권 교체기도 아닌 상황에서 임기를 절반이나 남긴 채 해임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세월호 유족들의 항의로 시작된 KBS 사태는 보도국장과 본부장에 이어 KBS 사장과 청와대 홍보수석까지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며 정권에 대한 비판 기능을 상실한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얼마나 큰 지를 확인시켜줬다.
하지만 국민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KBS에 대한 지배력을 청와대와 여당이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KBS 새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또 한차례 큰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KBS 이사회는 앞으로 한 달 안에 KBS 새 사장을 선임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해야 한다. 하지만 KBS를 둘러싼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얽힌 가운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장 선임은 KBS를 또다시 투쟁과 파행의 장으로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새 사장 선임의 주체인 KBS 이사회는 현재 여당 추천이사가 7명, 야당 추천이사가 4명인 상황인 현재의 구도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선호하는 사장을 가급적 빨리 임명제청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BS 양대노조는 사장을 임명하는 이사회 가결 정족수를 2/3 이상 찬성, 즉 현재 이사회 구성에서는 다수측이 반대측 이사를 최소한 한 명 이상 얻어야 의결할 수 있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정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장을 뽑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주언 KBS 이사는 “길환영 퇴진은 고위 간부들을 포함해 KBS 전 직원이 힘을 합쳐 이뤄낸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가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길환영 사장 퇴진을 위해 함께 투쟁한 보도본부의 보직 간부들과 평기자 사이의 연대가 새 사장 선임 국면에서도 지속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이번 사태가 사장의 보도 개입 문제로 촉발됐지만 그동안 이런 개입을 실제 뉴스에 반영하면서 실무적으로 정권 편향적인 보도를 완성한 사람들이 바로 대다수의 간부 기자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반성문까지 써가며 이번 투쟁에 선두에 섰던 평기자들은 독립적 사장 선임은 물론 보도국에 대한 사장의 개입을 막기 위한 보도국장 임명 동의제나 중간 평가제를 관철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KBS 경영진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이런 갈등을 중재하고 입법을 통해 사장 선임구조를 바꿀 수 있는 주체는 다름아닌 국회다.
새정치연합과 시민단체들은 7.30 재보선을 앞두고 세월호로 격앙된 국민들의 여론을 얻기 위해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구도에 만족하고 있는 청와대와 여권은 애써 공영방송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국회 미방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유승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야당은 새누리당만 협조하면 6월 임시국회에서라도 특별다수제나 낙하산 사장 방지법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정치권이 KBS 사장 선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뜻을 전하고 뉴스타파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KBS는 길환영 사장이 해임 된 이후 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이 되살아 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KBS의 독립성이 회복될 경우 미치게 될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뒤얽히면서 정부와 여권은 조속히 새 사장을 선임하고 KBS를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길환영 퇴진을 일궈낸 KBS 양대 노조와 종사자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향후 KBS 새 사장 선임과정에서 공영방송 KBS가 또다시 대립과 파행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곧 국민의 관심사가 월드컵으로 쏠리는 사이 KBS의 새 사장 선임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여파로 민낯이 드러난 KBS의 독립성 문제는 세월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고비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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