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장동 시행업자 이강길 경기지방경찰청 진술서 공개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자료 요구했다"
② 이강길이 대검 중수부에 제출한 가짜 '차용증'도 확인...대장동 대출, 부실 수사하고 덮어준 정황
③ "대검 중수부 수사받았다"는 조우형 진술도 뒷받침한 이강길 "조우형, 대출 문제로 조사 받았다"
④ "조우형과 대장동은 애초 수사 대상 아니었다"는 검찰 논리 뒤집는 이강길의 9년 전 경찰 진술
검찰은 대선 개입, 허위 인터뷰 등 단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뉴스타파 등 5개 언론사와 기자들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주거지 압수수색까지 당한 기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문제삼는 기사들은 ‘2011년 윤석열 주임검사가 이끈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의 범죄를 알고도 덮어준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 수사와 관련된 핵심 인물은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 그리고 대장동 시행사를 처음 만든 이강길 씨다. 두 사람은 현재 ‘대선 개입용 허위 인터뷰’라는 방향을 잡고 있는 검찰 수사에 중요한 참고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강길 씨는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805억 원의 대출을 끌어온 조우형 씨에게 대출 알선료 10억 3천만 원을 줬다. 대통령 선거 5개월 전인 2021년 10월, 경향신문과 뉴스버스는 이강길 씨 인터뷰 내용을 기사로 실었다. 이강길 씨가 대검 중수부에 가서 조우형에게 준 불법 알선료를 진술했는데, 수사를 하지 않더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기자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말을 바꿨다고 한다. 기자들이 고의로 왜곡해서 썼다는 취지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이강길 씨의 '대장동 대출 횡령 및 뇌물 사건' 관련 수사기록을 분석한 결과, 거짓말을 한 건 기자들이 아닌 이강길 씨였다.
▲경기지방경찰청 이강길 피의자신문조서(2014.1.22)
이강길 경찰 진술 "조우형, 부산저축은행 대출 알선으로 다른 곳에서도 조사 받았다"
2014년 1월 22일, 이강길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기지방경찰청에서 두 번째 조사를 받았다. 대장동 대출 횡령 및 뇌물 공여 혐의였다. 이강길은 이날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자백했다.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금 1,805억 원을 끌어온 조우형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세히 진술했다.
이강길에 따르면 조우형은 단순한 대출 브로커가 아니었다. 이강길은 로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짜 용역을 발주했다. 남욱, 정영학, 조우형 등의 회사가 허위 용역의 형태로 대출금 일부를 착복했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이 직접 대출금 계좌를 관리했기 때문에, 허위 용역에 대한 지급은 쉽지 않았다. 그때 용역비 지급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조우형이었다는 게 이강길의 설명이다. 조우형은 만능 '해결사'였다.
이강길은 조우형에게 건넨 용역비 10억 3천만 원은 대출 알선 수수료였다고 설명하면서 "(조우형이) 우리 현장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에서도 자신의 사업뿐만 아니라 부산저축은행과 연결이 되어서 금융 쪽 일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겨가는 사람이라고 들었으며, 우리 현장에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부산저축은행 관련해서 수수료를 받은 것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11년 3월부터 11월까지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조우형에 대해 수사(2012.2~2014.6)했지만, 여기는 대장동이 아닌 경기도 고양시 풍동 개발 시행사 '벨리타하우스'에서 대출금을 빼돌린 배임 혐의뿐이었다. 따라서 이강길이 언급한 '다른 곳'은 대검 중수부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지방경찰청 이강길 피의자신문조서(2014.1.22)
이강길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 제출하라고 했다"
2014년 1월 27일, 이강길은 대질 신문을 받았다. 이날 조사의 초점은, 이강길이 김 모 씨에게 새누리당 신영수 의원에게 갖다주라며 현금 2억 원을 제공한 혐의였다. 하지만 신 의원 측이 거절하면서 김 씨는 뇌물을 전달하지 못했다. 김 씨는 이강길에게 돌려줘야 할 2억 원 중 5천만 원을 자신이 썼다.
김 씨는 이 5천만 원에 대해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강길은 김 씨가 돈을 맘대로 쓴 것이고, 차용증은 나중에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대질이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대검 중수부'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수사관이 "차용증서 작성 날짜가 2010.8.10인데 그렇다면 (김 씨가) 2억 원을 가져간 것은 언제쯤인가요?"라고 묻자, 이강길은 "2010년 3월경인데요. 당시 차용증서 같은 것을 작성해 놓지 않고 있었는데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라고 했을 때 작성한 것입니다. 돈의 사용처를 맞춰야 하는 입장이어서 사실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차용증을 차후에 작성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정리하면, ▲2010년 3월에 대출금을 빼돌려 뇌물 2억 원을 마련했다가 전달에 실패했는데, 그 중 5천만 원을 김 씨가 써버렸지만 ▲5천만 원에 대한 차용증은 작성하지 않았으며 ▲이듬해 3월에 대검 중수부가 이강길에게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라고 지시하자 ▲대출금 사용처를 증명하기 위해 뒤늦게 차용증을 만들면서 김 씨에게 5천만 원을 빌려준 시점을 2010년 8월로 조작했다는 얘기다.
▲경기지방경찰청 김○○ 진술조서(2014.1.27). 경찰은 이날 이강길과 김○○을 대질 신문했다. 이 과정에서 이강길의 입에서 '대검 중수부'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강길이 대검 중수부에 제출한 가짜 '차용증'...대장동 대출, 부실 수사하고 덮어줬나
뉴스타파는 이강길이 대검 중수부에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로 내기 위해 만든 '차용증'을 입수했다. 차용증에 나온 대출일자는 2010년 8월 10일이다. 그런데 차용증에 첨부된 김 모 씨의 인감증명서의 발급 날짜는 2011년 3월 18일이다. 7개월 가량 차이가 난다.
이강길은 차용증을 만든 시점이 대검 중수부가 자료를 내라고 한 이후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대출금을 빼돌려 뇌물 자금을 만든 만큼, 김 씨가 임의로 써버린 5천만 원에 대해 대검 중수부에 소명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대검 중수부의 자료 제출 요구를 받고서야 뒤늦게 자료를 만들다보니 차용증 날짜보다 7개월 가량 늦게 발급된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것이다.
2014년 경찰 수사기록을 종합하면,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이강길에게 대장동 대출금 사용처 전부를 소명하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강길이 허위 용역비 지급으로 빼돌린 대출금은 87억 원이 넘었다. 용역계약서는 물론 용역보고서도 수억 원 짜리라고 보기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2014년 예금보험공사는 대출금 300억 원 가량을 유용한 사실을 적발해 이강길과 남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조우형이 대출 알선료를 지급받은 방식도 '허위 용역'이었다. 따라서 당대 최고의 특수통 검사들이 모인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금의 부정 사용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부실 수사가 된다. 혐의점을 파악하고도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수사 무마'에 해당한다.
▲이강길이 대검 중수부에 제출하기 위해 뒤늦게 만든 5천만원 차용증서. 실제로 돈이 오간 건 2010년 3월인데 대출 일자를 2010년 8월로 조작했다.
▲이강길이 대검 중수부에 제출하기 위해 뒤늦게 만든 5천만원 차용증서에 첨부된 김모씨의 인감증명서. 발부 날짜가 2011년 3월 18일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차용증이 만들어진 시점은 대검 중수부가 이강길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이후가 된다.
9년 전 경찰 진술 뒤집은 '이강길과 조우형'...검찰 '허위 인터뷰' 프레임에 협조
대장동 최초 시행업자 이강길과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의 현재 입장은 '대장동 대출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담보가 충분한 정상 대출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강길은 토지 감정가를 부풀려 토지주에게 계약금을 더 많이 준 뒤, 일부를 돌려 받아 로비 자금 등으로 썼다. 그가 정영학, 남욱, 조우형 등에게 지급한 허위 용역비는 87억 원이 넘는다. 예금보험공사가 적발한 대장동 대출금 불법 사용액은 300억 원에 이른다.
수사가 필요없는 정상 대출이었다면, 최소한 1,805억 원 대출금 원금이라도 전부 회수됐어야 한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는 대출 원금 383억 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1조 원 넘는 수익이 난 대장동 사업의 어두운 그늘이지만 이런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검찰은 '허위 인터뷰'라는 다섯 글자로 5개 언론사의 기자 6명을 압수수색했다. 실제로 허위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일이지만, 검찰은 수사 시작 단계서부터 스스로 판결했다. 이 때문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더욱 멀어져가고 있다.
검찰은 기자들의 주요 취재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강길 씨와 조우형 씨도 그 중 하나다. 이 씨와 조 씨는 9년 전 경찰 조사에서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았고, 관련 자료도 제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실은 쏙 감춘 채, 검찰의 입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